대산문화재단의 도움으로 조만간 나올 불어판 『한국문학사』의 발간은 오래도록 기다려온 하나의 사건이다. 예전에 비해 한국의 고전문화가 해외에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문학의 경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00년간 모리스 쿠랑의 방대한 『한국서지』 이래로, 한 짦은 논문을 제외하고는 이 주제에 관해 아무것도 씌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2002년에 발간될 『한국문학사』가 이 공백을 메우고, 어떤 필요에 부응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 불어판은 5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저작인 『한국문학통사』(지식산업사, 1994)의 4권까지를 불어로 융통성 있게 번안한 것이다. 원작은 한국 고전문학의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서울대학교 조동일 교수의 유명하고도 기념비적인 저서이다.
원작을 그대로 번역할 수 없었던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다. 첫째로 프랑스 독자들이 이 저작 안에 있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정보들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독자를 고려해, 원작의 내용을 상당부분 선별하고 빼고 요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가 상식있는 한국인이라면 알고 있을 사실들 모두를 분명하게 기술해 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프랑스 독자들을 위해서는 오히려 그것들을 설명해 주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따라서 많은 것들을 덧붙이고 보충하고 부연해야 했다. 그리하여 문맥과, 문화․사회․역사적 배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필수불가결한 다수의 세부 사항들과 설명들이 글의 내용에 맞춰 삽입되었다. 더욱이 한국에 대해 프랑스 학계가 오늘날 제기하는, 특히 한국어로 된 자료들에 접근하지 못했던 동양학 학자들, 즉 중국학 학자들과 일본학 학자들이 제기하는 특정한 몇몇 문제들에 대해 곳곳에서 답해야만 했다.
원작과 관련하여 유의했던 것은 직역을 피해야 했다는 점이다. 직역은 독서를 힘들게 할 위험이 있었다. 불어와 한국어는 동일한 방식으로 문단과 페이지를 구성하지 않으며, 내용과 관련하여 각각의 국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서로 같지 않다. 그리하여 저자 조동일 교수의 감수 아래 텍스트는 한국 고전문학 전문가인 한 프랑스인에 의해 재구성되고 다시 씌어졌으며 그 당사자 고유의 방식으로 융통성있게 표현되었다. 그 작업은 이제 마무리되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번역이 아니라 한 한국인과 한 프랑스인, 이 두 저자들에 의해 공동으로 완성된 하나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형태의 협력은 학문적 진정성과, 이 작품을 접하게 될 대중에 대한 적절한 고려를 이중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장래에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다른 기초저작들을 서양의 대중들에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아마도 그 방식은 이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의 공동작업을 자신들의 외국인 동료들에게 더 많이 제안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1945년의 해방까지 이어지는 데 반해(다섯 번째 권이 1919년에서 1945년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불어판은 1919년에서 중단된다. 그리하여 2002년 상반기에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되는 것은 아마도 한국의 소위 ‘고전’문학의 역사일 따름이다. 이 고전문학사는 그 후속을, 1919년 이후의 ‘현대’문학사를 요청하게 될 것이다. 이 작업이 너무 늦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