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종소_번역가, 서울대 노문과 교수. 1966년생. 역서 『고독』,『아저씨의 꿈』 등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열린책들, 1999)는 “각자의 운명은 늘 고유한, 자신만의 것이기에/ 그래서 자신을 닮은 별들은 없다”라는 선집의 첫 번째 작가 예프투센코의 시구와 같이 그렇게 서로 다른 열 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이 자신의 고유한 주기를 갖고 돌아가듯, 그래서 그 어느 것도 서로 닮은 별들이 없듯이 이 소설 선집의 열 명의 작가들 또한 그렇게 저마다 자신의 삶의 주기에 다양하게 이끌리고 있다.
푸슈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로 대표되던 러시아 문학은 소연방의 성립과 함께 19세기 이후의 모습을 이런 저런 이유로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합해도 모자라는 유라시아의 거대한 영토와 그곳 사람들의 삶의 소식을 반세기 넘도록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90년대부터 단속적으로 20세기 후반,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러시아인의 삶을 소개하는 번역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 작품처럼 현대 러시아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기네들의 삶의 아름다우면서도 고단한 모습을 전해주는 작품은 없었다. 사랑을 나눌 현실적 공간이 없는 젊은 연인들의 좌절과 그런 사회에 대한 울분에서부터(「참나무 숲에서의 가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책임이라는 윤리적 철학적 사변에 이르기까지(「클류차레프와 알리무슈킨」) 70여 년의 공백 동안에 우리와 담장을 쌓고 살아온 그들의 모습이 백해와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너무도 가슴저린 사연으로, 때로는 치열한 사회적․철학적 문제제기로 다가오고 있다.
순백한 설경의 여인처럼, 별빛이 쏟아지는 새하얀 자작나무 숲의 새뽀얀 여인처럼 그렇게 러시아인의 사랑과 삶이 그네들의 사회와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그려지는데, 그 모습이 그토록 우리의 가슴을 설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러시아어의 깊이를 이해하고, 원문을 다듬고 다듬어 그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해준 전공 역자 선생님들에게도 감사를 표해야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