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외국문학의 올바른 수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번역에 대한 정당한 인식과 평가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프랑스에서 괴테의 『파우스트』 번역은 낭만주의 시인이었던 네르발의 번역을 최고로 치고 보들레르가 번역한 애드가 알랜 포의 작품이 여전히 읽히고 있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번역작품은 창작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화영 교수의 『마담 보바리』(민음사, 2000)는 근래에 나온 불문학작품의 번역들 가운데 번역의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의 걸작인 이 작품의 번역판은 이미 여럿 나와 있다. 하지만 기존 번역에 대한 ‘불만과 의문’이 역자로 하여금 새로운 번역을 시도하게 했다는 것인데, “번역 자체보다 텍스트의 설정과 기존의 다른 번역들과의 대조, 그리고 의문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원전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바탕으로 충실한 번역을 위해 심사숙고한 흔적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문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탤릭체로 표기한 단어들을 구별해 옮기고, 인물의 내면적 관찰을 위해 플로베르가 즐겨 사용한 자유간접화법의 효과를 고려한 점, 그리고 문화권이 다른 우리 독자들을 배려한 자세한 주석 등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샤를르와 엠마가 초대받은 보비에사르 성관의 연회 장면에서 “보바리 부인은 상당수의 부인들이 장갑을 유리잔 속에 넣어 놓지 않는 것을 눈치챘다”라는 대목은 필자도 별 생각 없이 넘어갔던 부분인데, 자기 잔에 장갑을 넣는 행동은 시중 드는 하인에게 포도주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방법이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는 이미 파리 등지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던 풍습이므로 작가는 이와 같은 표현을 통해 엠마를 비롯한 연회 참석자들의 촌스러움을 드러내려 했다는 역자의 설명은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40 여쪽 분량의 「작품 해설」은 이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