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프랑스의 서점에서 한국 소설을 찾는 프랑스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것 같다. 프랑스 신문 문학면에서도 익숙한 한국 사람의 얼굴과 함께 한국 소설과 시를 소개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해 이승우의 장편소설 『L'Envers de la vie 생의 이면』이 프랑스 유명 일간지와 방송에 소개되고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라는 ‘페미나상 Prix Femina’의 외국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상당한 주목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김유정의 소설이 프랑스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재단의 번역․출판지원을 받아 지난 해 10월 프랑스 줄마(Zulma) 출판사가 발간한 김유정 단편집 『Une averse 소나기』가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잇단 주목을 받았다. 『Une averse 소나기』는 현재 초판 3천부가 거의 다 팔렸다고 한다. 이것은 프랑스에 소개된 한국 문학 중에서 단시간에 가장 많이 팔린 것이다. 주로 장편을 선호하는 프랑스인들의 기호를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최미경(한국외대 통역대학원 교수)․장 노엘 주테(Jean-Noël Juttet, 주일프랑스대사관 어학․문화담당관) 씨가 함께 번역한 『Une averse 소나기』에는 표제작인 「소나기」를 비롯하여 「가을」, 「동백꽃」, 「봄봄」, 「솥」, 「아내」, 「정조」, 「산골나그네」, 「땡볕」 등 9편이 실려 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몽드 Le Monde>는 주옥같은 단편들을 남기고 요절한 김유정의 삶을 소개하며 김유정은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농민들의 삶, 여름날의 땀방울, 겨울의 매서운 북풍 등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동백꽃」, 「아내」 등을 인용하며 부부간, 남녀간의 관계 등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 김유정의 문체에 주목했다.
정평있는 보도자료와 함께 TV프로그램과 설명을 싣는 대중 주간지인 <텔레라마 Télérama>는 “김유정의 단편이 불어로 처음 번역, 소개되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이야 말로 한 권을 읽으면 전 권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혜성같은 작가”라고 극찬하며 줄마(Zulma) 출판사에 유정의 나머지 단편도 번역하여 출판할 것을 권고하였다. 텔레라마는 “김유정은 가벼움을 가장하나 실제는 어두운 목소리로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불행히도 단명한 이 작가가 작품에 담은 것은 인생 그 자체이고 그가 쓴 글들은 그보다 오래 살아남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프랑스 문화 월간지인 <BCLF>는 김유정의 단편들이 “일제시대의 한국농민의 어려운 삶을 훌륭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고 소개하였으며, 특히 불어 번역이 뛰어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밖에 문화, 지리 전문 월간지인 <두 세계 Revue des deux mondes>, 여성 주간지인 <코테 팜므 Côté femme>, 도서 잡지 <비블리오테크 푸르 투스 Bibliothèque pour tous> 등이 김유정의 단편들을 소개하고 문학적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특히 <비블리오테크 푸르 투스>는 『Une averse 소나기』를 ‘독서 우수 평가’ 1순위에 올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판매 호조와 프랑스 언론이 보여준 관심에 대해 이 책을 출판한 줄마(Zulma)사의 세르주 사프랑(Serge Safran) 편집장은 “지금까지 황순원(『별과 같이 살다』), 춘향전, 이승우(『생의 이면』) 등 한국 문학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간함으로써 출판사의 지명도가 높아진데다 김유정의 단편이 대부분 애정문제를 기초로 하고 있어 프랑스 독자들이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