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유학 중인 당찬 터키 여성, 술탄 페라 아크프나르(Sultan Ferah Akpinar). 어렸을 때부터 모태신앙처럼 한국이란 나라를 가까이 하고 자랐다고 말한다. 할아버지와 외삼촌이 6․25전쟁에 참전하였고, 아직까지 한국을 ‘친척나라’라고 부를 만큼 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페라씨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때문에 작년 10월 터키의 ‘한국참전기념일’에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내한했던 외삼촌 하즈알트날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꼭 품고 다닌다.
터키 명문대학인 앙카라국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 방향을 틀어 한국어문학과에 재입학했다. 한국에 대한 끌림을 떨칠 수가 없어서였다. 애정이 깊어서인지 학업성적도 뛰어나 3년간 ‘수상장학금(Prime Minister Scholarship)’과 ‘피아살재무부장학금(Fiasal Finance Scholarship)’을 받으며 공부했고, 1995년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한국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연세어학당과 서울대 어학연구소에서 한국어과정을 마쳤고, 서울대 국문과에서 <한국어와 터키어의 경어법에 대한 대조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에 도전하고 있다.
애초에 한국어를 배우면서부터는 현대문학이 재미도 있고 관심도 많았지만,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어학으로 방향을 전공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본국에 돌아가 한국학의 터전을 닦으려면 한국어의 보급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작품에의 애정은 여전하여 틈틈이 한국소설을 번역하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일찌감치 번역해 놓았고, 존경하는 소설가인 이호철의 『나상』, 『남녘사람 북녁사람』도 기회가 닿는 대로 번역하고 싶다고 한다.
현재 페라씨는 재단의 한국학 연구지원으로 『한국의 언어』를 번역하고 있다. 원래 여러모로 도움과 지도를 받고 있었던 서울대 이익섭 교수가 이상억, 채억 교수와 함께 이 책의 공동 집필을 시작했을 때부터 번역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터키인에게 한국어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기에 너무나도 적절한 교재가 될 듯싶었다. 이익섭 교수의 흔쾌한 승낙과 더불어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책이 발간되기도 이전에 원고를 받아 번역을 시작했고 모르는 부분은 친절한 저자 직강을 받았다. 때문에 『한국의 언어』의 서문에는 “이 책은 터키어로 번역될 것이다”라는 말이 예언처럼 들어가 있다. 이제 번역은 모두 마쳤고, 문장을 다듬고 문맥을 살피는 최종작업 중이다. 터키에서 출판이 된다면 최초로 터키어로 번역, 소개되는 한국관련 서적이 될 것이다.
이국생활의 어려움을 물었더니, 의외로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매우 즐기는 분위기이다. 한국에 도착한 당일에서부터 바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교수님, 한국인 친구들, 심지어 하숙집 아주머니도 페라씨를 한 가족처럼 아끼고 보살펴주었다고 한다. 이는 페라씨의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 그들의 외국인에 대한 호의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바꾼 것이 아닐까 싶다. 터키도 한국과 같이 어른에 대한 예절이 매우 깍듯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재단을 비롯하여 그간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이름을 차례로 나열하며 꼭 감사의 뜻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그녀의 꿈은 조국인 터키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기왕이면 터키의 주요도시이지만 아직까지 한국학 불모지로 남아있는 이스탄불에서 한국 붐을 조성해보고 싶은 소망이다. 한국에 대해 공부하면서도 영어로 된 교재를 봐야만 했다는 그녀는 후배들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고 번역한다. 한국에 대해 알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페라씨의 모습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