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친구가 무척 재미있다고 권해준 책을 이번에는 드디어 읽게 되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지 않고서는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느끼는 감동은 예전에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를 읽고 났을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했다. 다른 책들은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 책은 정독을 해서 읽지 않고는 안될 것 같았다.
앞부분에서는 난용종 암탉 잎싹이 한 가지 소원을 이루게 된다. 폐계가 되어서 닭장을 나오고, 새 친구 나그네를 사귀게 된다. 또 그토록 가고 싶었던 마당에 가게 된다. 하지만 마당에서는 하루밖에 지낼 수 없게 되고 친구 나그네도 마당에서 지내지 않고 늘 뽀얀 오리와 함께 다녔다. 그래서 잎싹은 외로웠다.
처음에는 희망을 가졌는데 옆에서 도와 줄 수 있는 친구도 자신을 떠났을 때 잎싹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쓸쓸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겉으로는 그 친구를 흉보는 그런 친구가 내 주위에 있다면 나도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나그네는 더 이상 잎싹을 만나지 않았어도 난 나그네가 꼭 잎싹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믿었다. 나그네가 잎싹과 함께 생활했던 것이 진정한 우정 때문이라면 절대로 친구를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잎싹은 마당으로 나가는 것말고 또 하나의 소원을 갖고 있었다. 알을 품어서 아기를 키우는 것이었다. 어느 날 대나무 숲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덤불 속에 알이 하나 있었다. 잎싹은 그 알을 품었고, 거기서 나그네를 만나게 된다. 나그네는 밤마다 요란하고 이상한 날갯짓으로 족제비를 쫓는 한편 물고기를 잡아서 잎싹의 배를 채워 주었다. 아기가 알을 까기 전날 밤 나그네는 잎싹에게 인사를 하고 스스로 족제비에게 목숨을 내놓았다.
이 글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진정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 주려고, 또 자기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 나그네. 꼭 나그네처럼 자기를 희생하지 않아도 언제나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친구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또 나도 그 사람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 주어야겠다. 잎싹은 행복해지고 나그네는 불행해지지 않고서도 잎싹이 무사히 알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한 사람은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고 한 사람은 희생하지 않고서도 봉사해서 남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잎싹은 아기를 데리고 다시 마당으로 간다. 마당에서 안전하게 살려고 갔지만 그곳에 오리들에게 아기를 빼앗길까봐 마당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아기가 뽀얀 오리와 나그네의 아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마터면 자기와 아기의 목숨을 빼앗아 갈 뻔한 족제비와도 만나고 아기가 마당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행여라도 아기를 잃게 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때로는 기뻐할 때도 있었다.
잎싹은 아기가 자기의 아기가 아니고 오리의 아기라는 것을 알지만, 자기의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지극한 사랑으로 키운다. 잎싹이 사람이었다면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입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선생님께서 해주신 해외 입양아 이야기가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 버린 아기를 해외에서 입양해 잎싹처럼 큰사랑으로 아이를 키운다. 이 글에서 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이제 다 커버린 초록머리가 북쪽으로 가는 청둥오리떼에 섞여 가는 것을 보다가 예전에 나그네가 그랬던 것처럼 족제비에게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다. 그리고는 다른 닭들과 달리 하늘을 날게 된다.
난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혼자서 눈물을 흘렸다. 마치 내가 잎싹이 된 기분이었다. 잎싹은 죽어서야 처음으로 날게된다. 그리고 잎싹은 족제비가 볼품 없고 비쩍 마른 암탉 하나를 물고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은 잎싹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고, 족제비가 암탉을 물고 가는 모습은 땅에 남아있는 잎싹의 모습이었다.
다 읽은 뒤 이 동화의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잎싹의 위대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잎싹은 늘 안전함이 있는 가운데가 아닌 위험한 가장자리를 찾아다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의 꿈을 잃지 않는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었다. 나그네는 잎싹에게 어머니가 될 기회를 주고 세상을 떠났다. 그것이 나그네가 잎싹에게 준 우정이었다. 잎싹은 나그네의 친구로서 초록머리를 키워준 것으로 우정을 전해주었다. 또 초록머리의 어머니로서 잘 키워준 것이 사랑이었다.
* 위 글은 재단과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 4회 전국초등학생독후감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