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엘렌 르브렝(이보연)_서강대 불문과 명예교수. 1935년생. 역서 『Défilé 분열식』 등
한국의 프랑스 문학 수용에 있어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번역서를 두 종류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번역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번역서이다. 전자의 경우는 작품을 선정하고 번역자를 결정하는 일이 출판사의 몫이므로 그들이 전문적인 문학잡지에서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나 베스트셀러로 평가된 작품들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출판사와 함께 일하는 번역자들은 전문가로서 일을 잘하기 때문에 번역된 작품 자체가 보통의 프랑스 사람에게도 난해한 작품이 아닌 한 한국 사람들이 현대 프랑스 문학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원본을 구입할 수 없을 때는 이런 번역서를 더러 읽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후자의 경우, 대학생용 주석이 달린 교재를 이용하게 될 때에는 실망하고 화가 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주석이 너무나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대개 대학 학비를 벌려는 대학원생들이 이런 작업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프랑스 문학을 접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교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들의 주석이 범한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교재를 만드는 작업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자는 번역서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만족스럽다. 만족스럽운 이유는 기대 이상의 훌륭한 한국어로 번역된 좋은 프랑스 문학작품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외국인 교수보다 이런 번역서를 더 잘 발견하는 대학원생들의 덕분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7세기와 18세기 작품의 경우에는 원로교수들이 일어나 영어 번역서를 이용하여 중역(重譯)한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번역서들 안에는 오역(誤譯)이 가끔 있고 작가의 세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이 계속 읽히고 있는 것은, 관심있는 한국인들에게는 프랑스 문학에 접근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작품감상 뿐 아니라 오역의 원인을 찾음으로써 프랑스어 어휘의 미묘한 의미차이를 파악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아쉬운 점은 상당한 수의 작품들이 번역되었다 하더라도 작품의 선정 기준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문학작품을 체계적으로 번역하는 작업이 앞으로 남아 있는 과제이며, 이렇게 되어야만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불문학사(佛文學史)에서 찾을 수 있는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작품 자체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오역에 대한 말이 나왔지만 완벽한 번역서는 드물기 때문에 필자는 이 문제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필자가 번역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고백하고자 한다. 이 아쉬움은 번역자가 고정된 해석, 즉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어휘의 해석이나 자기 개인적인 생활권을 떠날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 문제는 문화간의 교류 양식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일례로 프랑스 문화가 충분히 한국화되지 않은 경우를 살펴보자. 렝보의 어느 시에서 ‘vous’라는 말이 나왔는데 문맥상에서는 대상이 명백하지 않다. 번역서에 이 ‘vous’는 ‘신’이라는 말로 번역되어 있는데 너무 종교적인 말이 아닌가 해서 필자는 한국시인들이 이런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님’을 제안하고 싶다. 이렇게 하면 더 정확한 번역이 될 뿐더러 한국 독자들도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꾸로 어떤 번역자는 프랑스 카톨릭 작가가 많이 이용한 가톨릭 용어를 개신교의 용어로 번역했는데 그 결과, 독자들은 사건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그 작품을 난해한 것으로 간주해 버릴 위험성이 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예를 가지고 필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한국문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할 때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공역하는 것이 관례인 것처럼 프랑스 작품을 번역할 때에도 한국인 번역자들이 프랑스인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하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에는 프랑스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이 훌륭한 교수님들 덕분으로 잘 번역되어 있지만, 반면 놓쳐버린 작품들도 많다. 프랑스 문학을 체계적으로 번역하는 작업은 프랑스인들과 한국인들이 함께 해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