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우옥_연출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 1934년생. 연출작 「방황하는 별들 」「한강은 흐른다」「아리랑 아리랑」 등
청소년 연극이라고 하면 적어도 두 가지 다른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인 전문배우들이 하는 연극과 다른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배우가 공연하는 연극이다. 앞의 것을 프로의 연극이라고 한다면 뒤의 것은 아마추어 연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되어 나오는 연극으로 본다면 그 질과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두개가 지향하는 목표, 즉 ‘좋은 연극 만들기’라는 점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전자는 연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사람들과의 작업이며 후자는 연기를 처음 대할지 모르는 청소년, 즉 고등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후자의 경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청소년 배우가 등장하는 청소년 연극을 연출하는 지도자는 우리의 경우 대개가 학교선생이거나 외부에서 영입하는 연극인들이다. 학교선생인 경우는 연극을 잘 몰라서, 외부 연극인의 경우는 청소년을 잘 몰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맡던 제일 먼저 민주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적인 방법이란 작품의 선택에서 작품분석 그리고 연습과정에 이르기까지 연출자가 투명한 목표와 방법을 사전에 공표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며,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연극 만들기는 연출자의 일인 독재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어 군대 이상의 억압과 강제로 이끌어 나가려고 하는 것이 추세이다. 그러나 청소년 연극에 있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민주적인 방법은 여러모로 가치가 있다.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따르므로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연극 만들기가 연극 만들기의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생활에까지 확산되어 궁극적으로는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인격체에 변화까지 가져 올 수 있다. 어떤 경험을 통해서 사람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이 바뀔 가능성은 어떤 다른 경험에서보다도 더 크다. 왜냐하면 연극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 것보다도 참여하는 사람의 몸과 넋을 완전히 바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잘못 인도되면 인격체의 변화는 커녕 졸업 후의 진로로 진지하게 생각한 인생의 방향과 목표를 포기해버리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민주적이며 친화적인 방법으로 연습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츨자 및 지도자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작품에 대한 꿰뚫는 안목과 해석이 있어야 하며 준비과정에 대한 치밀하고 과학적인 계산과 방법이 세워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참여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연출자 및 지도자의 교육적인 마인드와 애정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밑바탕이 없이 연극에 대한 경험과 지식만을 앞세우고 밀고 나간다면 위에서 언급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연극을 만드는 작업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길게는 수개월, 짧아도 한달 이상이 걸린다. 연극 만드는 일이 아무리 흥분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긴 기간을 버텨나가자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 흥미 있거나 관심이 가는 작품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 연극에서 대본 및 희곡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러면 매력적인 작품은 어떤 것일까? 우선 작업하는 청소년들에게 친근한 소재가 좋을 것이다. 즉, 그들이 공감하고 실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재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런 작품이 반드시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문제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작품들은 공연히 울분이나 터트리고 한풀이나 하듯이 감정폭발에 그치는 수가 많다. 그런 작품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고전작품이나 기존작품을 그들의 형편에 맞게 번안 및 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무엇이든 그들의 상상력과 활기를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면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