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세계문학총서 1차분으로 발간된 도서는 영어권의 『트리스트럼 샌디』,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불어권의 『알코올』, 독어권의 『노래의 책』, 서반아어권의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등 5종 7권이다. 다섯 작품 모두 뛰어난 문학성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가 이번에 완역되어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 『트리스트럼 샌디 Tristram Shandy』(로렌스 스턴 作, 홍경숙 譯)
한 시골 교회 목사로 재직하고 있던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은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녀작으로 이 소설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1760년대 영국을 휩쓸었고 스턴은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트리스트럼 샌디』는 직업이 작가인 ‘트리스트럼 샌디’라는 인물이 자신의 삶을 서술하는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헨리 필딩의 『톰 존스』나 새뮤얼 리처드슨의 『파멜라』를 비롯한 초기 사실주의 소설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우연성으로 점철된 주인공의 삶을 파격적인 형식에 담아 표현했다. 이러한 스턴의 글쓰기 행태는 제임스 조이스, 괴테, 샐먼 루시디, 토마스 만 등 20세기 현대 소설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스턴 자신은 18세기에서 20세기로 뛰어든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트리스트럼 샌디』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영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하는 동시에 현대소설의 맥을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Their Eyes Were Watching God』(조라 닐 허스턴 作, 이시영 譯)
미국 흑인 여성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라 닐 허스턴(Zora Neale Hurston)의 장편소설이다. 1880년대에서 192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여주인공 제이니가 흑인에 대한 인종과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세 번의 결혼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허스턴은 흑인 민담의 구전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기존의 ‘남성적 글쓰기’ 전통을 해체하고 새로운 여성적 글쓰기의 미학을 정립했다는 평을 받았다.
▲ 『알코올 Alcools』(기욤 아폴리네르 作, 이규현 譯)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는 상징주의가 황혼을 맞이하고 모더니즘과 초현실주의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시대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전한 시인이다. 그의 대표 시집인 『알코올』은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함께 이 시대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코올』은 프랑스 시의 갖가지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구두점의 폐지와 대담한 기술적 혁신을 시도하여 프랑스 시에 새로운 길을 열어 놓았다. 섬세하고 유연한 표현과 유동적인 리듬으로 우수가 깃든 신선한 서정 세계를 묘사한 이 시집에는 「미라보 다리」등 애송되는 시도 많다. 국내에는 시 몇 편 만이 단편적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하인리히 하이네 作, 김재혁 譯)
우리에게 「로렐라이」로 잘 알려진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자신의 시를 집대성하여 발간한 최초의 시집이다. 이종사촌인 아말리에와 테레제에 대한 시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시를 통해 극복하려고 지은 서정 시집으로 「젊은날의 아픔」, 「서정적 간주곡」, 「귀향」, 「하르츠 기행기」, 「북해(北海)」 등 5부로 되어 있다. 이 시집은 출간과 동시에 놀라울 정도의 성공을 거두어 하이네의 생존시에 독일에서만 13판을 거듭하였으며, 그가 망명지 파리에서 절망과 궁핍에 시달릴 때 정신적, 물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등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음악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El Periquillo Sarniento』(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데 리사르디 作, 김현철 譯)
이 소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인물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지은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데 리사르디(José Joaquín Fernández de Lizardi)는 1776년 멕시코에서 태어나 신문 발행인, 작가, 비평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특유의 독설과 독립 투쟁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다.
『페리키요 사르니엔토』는 중남미에서 중남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최초의 소설이다. 원제목은 ‘페리키요 사르니엔토가 자식을 위하여 쓴 삶과 행적’이다. 주인공 페리키요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멕시코 사회 곳곳을 누비며 토착민과 스페인인, 보수주의와 혁신주의, 구시대와 신시대의 도덕률, 교회 주도의 교육과 계몽주의에 입각한 교육 등을 비교하며 일침을 가한다. 성경에서부터 속된 속담에 이르기까지의 풍부한 인용, 장엄함에서부터 한없이 가벼운 풍자에 이르기까지의 상황 연출 등은 소설 읽는 재미를 한층 돋운다. 온갖 계층의 인물과 멕시코 전 지역의 사회상을 착실히 그려내어 당시의 의식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