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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상륭_소설가. 1940년생. 소설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 『열명길』 『아겔다마』 『평심』 『神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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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나 보디사트바가, 갑자기 자네 앞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저쑵을 것은 없다, 비인 것이 우리들의 마음인즉, 그러한 상이 어디 있겠는가(但是有佛及菩薩相貌忽然你見前, 切不用禮敬, 我心空寂, 本無如是相見).’
- 『達磨大師血脈論』
1. 꽃을 든 남자
눈썹 잃기를 겁내면, 패관(稗官) 노릇에 못나선다. 재밌는 것은 그런데도, 패관은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눈썹이 더 푸러진다는 것인데, 이 비밀이, 벽안호인(碧眼胡人)에게 들켰다. ‘불법이 아닌 말은 없다. 왼종일 지꺼리고도 아무 말도 한 것이 없는 것이 도이다. 왼종일 침묵하고도, 아직도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은, 도가 아니다 (一切言語無非佛法, 若能無其所言, 而盡日言是道. 若能有其所言, 卽終日黙而非道. - 『血脈論』).’ - 할방(瞎榜 - 학문도 없이 과거에 급제함). 패관이 하는 짓이 이것이거니.
석가모니가, 영산회 때, 다른 법설은 없이, 꽃 한 송이를 꺾어 들어, 회중에게 보이자, 회중은 영문을 몰라 묵연해 있기만 한데, 가섭이가 파안미소(破顔微笑)를 했다는 일화가, 『無門關(ZEN AND ZEN CLASSICS. Vol. 4. MUMONKAN. R.H.Blyth 편역 Hokuseido Press.)』제육공안(第六公案)에 있다. 그러나 보주(補註)에는, 잔존하는 어느 경전 중에도, 이 일화는 찾아지지 않으며, 삼사세기경에 나타난, 「大梵天王問佛決疑經」이라는 ‘위경(僞經)’ 속에만 있다고 하고 있어, 선(禪)의 역사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라는 말은, 그렇다는즉슨, 선의 기원을(바로 이 ‘靈山會’에 두고 있다는 설에 의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경우는, 배운것이 개구리 뿔만큼도 못되는 稗官도 좀 알게, 아는 이가 한 설법 베풀어 준다면, 主客 양쪽에 다 法恩이 있을 테다.*), 이 ‘불화(佛花) 한 송이’에 두고, 달마보디를, 이 선족보(禪族譜)의 이십팔대손으로 치는 일은,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렇게 받아들여져 있는 문제를 두고, 새삼스런 사족을 그려 넣으려는, 이런 같잖은 시도는 왜인가 하면, 『達磨大師血脈論』 등을 숙독한 끝에, 만들어진 본 패관의 신념에는, (패관은 욹히고 욹혔던 그 같은 뼈다귀를 또 욹히고 드느냐? 그래도 보아람, 눈썹이 욱어져, 넘쳐, 해일이거니!) 선은, 달마보디를 시조, 또는 창시자로, 그가 도(道)와 불(佛)을, 한 솥에 넣어 삶은 결과, 나타난 앙금이 그것이라고 하고 있기의 까닭이다. 허지만, 그럼에도, 어떤 새로 나타난 것의 정통성을 세우려 할 때는, 왜냐하면 그래야만 후레자식의 오명 같은 것을 벗게 할 수 있으니, 예를 들면, ‘예수’는, ‘동정녀의 아들’, 또는 ‘여호와의 독생자’라고 백번 못박아 이르면서도, 족보를 거론할 때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십사대손이 다윗이며, 다윗으로부터 바빌론으로 이거할 때까지가 십사대, 그이 후부터 예수까지가 십사대라고, 요셉네 족보에 편입시키려 하잖더냐? 이런 식으로, 정통성을 분명히 해두지 않는다면, 허긴 예수가 편 종교도 그러려니와, 달마보디가 설한 불도(佛道)도, 서자의 이름을 지워낼 수가 없었을 것이었다. 예수교나 달마교의 아손들이, 어째서 어디다 핏줄 잇기를 열심히 했었어야 되는지는 의문이로되, (저들은, 저들의 선조들 보다, 키가 훨씬 더 크지 안했더냐?) 문제는 그럼에도, 누가 선(禪)의 친손성(親孫性)을 주장하려 하여, ‘꽃 한 송이를 들어올려 보이려’ 하면, 역설적이게도, 이는, 그 ‘위경(僞經)’의 후손이라고, 그 서출성(庶出性)을 공표하는 짓밖에, 더 되지 않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뿐만도 아니다. 근래엔, 석학들에 의해서, 달마보디의, 역사적 실재성(實在性)이 의문시 되고 있다는 점도 또한 심상치 않되, 그가 남겼다는 어록(語錄)이, 패관의 손에도 닿아, 숙독에 숙독이 거듭되어졌거늘, 이는 어찌된 영문인가? 저들은 헌데, 『道德經』(근래 발굴되었다는 『德道經』)이나, 『南華眞經』(內篇, 外篇, 雜篇)의 저자를 두고는, 크게 문제를 삼으려 하잖음에도, 어째 달마보디의 수염(이 덮수룩한 데다, 길었으니 다행이지!)만은 한사코 붙들고 놓아 주지 않으려 하며, 그 수염을 잡아채 뽑으려는지, 그것은 알 수가 없다(이러다가 이거, 羑里의 七祖 또한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일이 아니겠느냐?). 할방 패관의 패관(稗觀)에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누가 역사적 실재인물인가 아닌가, 『일리어드』 『오딧세이』를 읊은 이가 사실로 ‘호머’였는가, 아니었는가, 그런 것은 아닌 듯하며, 무슨 좋은 법설이 전승되어, 그것이 어떻게 우리를 돕고 있는가, 그것인 듯하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고, 좋은 것이 아닌가(하지만 이래갖고는, 學者와, 할방 稗說公 간에 다름이 없게 되어, 안좋겠다). 엘시구 잘이흔닥 쿵! ― 사잇 소리 넣어 하는 잡소리이지만, 저 선손(禪孫)들간의 어떤 폭행, 폭언, 익살 등이 모두, 어떤 상징적 언어, 역동적 언어라고 이해한다면, 앞서 말한 꽃 따위의 문제는, 시체 말로 이르는, 기호학(記號學, Semiotics)적 측면에서 드려다 보아야 하는 것들인 듯도 싶지만 (그런즉 記號學은, 그 시작은 언제였든, 禪門에서 이미 그 장족의 발전을 보아 온 것이었던가?) 할방 패관이, 그러려 덤빈다면, 이는 수드라(Sudra)가 『리그 베다(Ŗg Veda)』를 읊으려는 짓에 비유될 테다. 언감생심 ! 속로(俗老) 하나가, 어쩌자고 속(俗)스럽게, 성문(聖門)의 아손들이 해야 할 짓을, 하러 덤빈다는 말이냐? 이래 갖고는, 패관과 학자 뿐만 아니라, 속로와 선승(禪僧) 간의 다름이 없이 되어, 그것도 안좋겠다. 운산 봉우리 운전(雲田) 갈이로, 찰나를 겁으로 펴느려 사는 운로(雲老)보다, 패관은, 니전(泥田) 갈이에 허리 휘어, 겁을 찰나로 살러먹더라도, 니로(泥老) 로라 라리로 로라니 니로……
그건 그러려니와, 예의 저 ‘위경’의 기술자나, 그의 아손들은, 가섭이의 웃음을 ‘파안미소’라고 해놨는데, 허허허, 거기 또한 선적(禪的) 미소의 미묘함, 해학의 미덕이 있어 보인다. ‘미소’는, ‘얼굴이 찌그러지고, 깨지며, 무너지는 웃음(破顔)’의 상태까지는 아직 못이른 것인데, 그러다 보니, 저 ‘파안미소’가 패관에게 연상되기는, 고요하던 연못에 한 송이 연(蓮)이 탁 터뜨려지자, 못의 고요함이 한꺼번에 깨지고, 찌그러져 묵사발이 된 그것인데, 하긴, 꿀 먹음은 벙어리들 모양, 묵연해 있기만 한 회중 가운데서, 느닷없이 한 미소가 떠올랐으니, 어찌 거기 요동이 없었겠느냐. 그러나, 한 설법자, 우주적 거인이 된 설법자가, 법을 설하기 위해, 사자후(獅子吼)를 한 것도, 지축을 울린 것도 아니고, 또는 ‘땅에다 뭘 썼다’거나, 쓰지 않기 위해 ‘손가락 하나를 뻗쳐 올려 보인 것’도 아닌, ‘꽃 한 송이를 들어 올려 보였다’고, 치마자락 한 끝으로 살짝 가리며 웃어 보이는 짓 따위를 한 일은, 어째도 넘새스럽다. 하도 넘새스러워, 철면을 하고도, 밑에서 붉어진 얼굴 색깔이, 철판 위에로까지 번져 오르도록이나 넘새스럽다 말이지. 이는, 연상되기는, 한 처자아이가, 부끄럽다고 치마를 들춰 얼굴을 감추려다 보니, 아랫도리가 빨쪽이 들어나 보이기려니, 보니, 거기 한 송이 꽃이 붉게 피어 있도다. 그래서 과연 할방 패관은, ‘세상이 울어르는(世尊)’ 이의, 말하는 바의 선행(禪行)을 두고, 음란한 연상으로 하여, 농조(弄鳥, 『古今笑叢』 「內病在吾」 참조)하며, 얼굴을 일그러 뜨리고(破顔) 있는가? 문제는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저 꽃 한 송이를 보고, 가섭이는 그의 무슨 시심(詩心)을 읽었기에, 미소했었겠는가, 그것인 것. 가섭이는 그 순간, 과연 무엇을 깨닳은 것이었는가? 그것을 두고, 선문 아손들의, 일거수 일투족, 일언반구까지도 그것에다 접속 시키는,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끌어들이기는 물론, 조금도 어렵잖을 테다 마는, 패관(은 늘 배가고픈 품바꾼!)은, 눈으로써 뿐만 아니라, 이빨로도 씹어, 그것(꽃)으로써 끼니 때우기를 무수히 해왔으되, 무극대도스러히 (각하, 시원하시겠소이다!) 방귀 한번 못뀌어 봤으니, 패관의 감각기관의 열등함을 운위해야겠느냐? 아니면 가섭이도, 할방 패관 모양, 부끄럽다 못해 살짝 웃어 보인 것 뿐이었는가? 만약 그랬다면, 이번에는 꽃 든 남자가 무렴해질 일이겠다. 그랬다면 글쎄지, 가섭이의 도제(道弟)들이라도, 저 헌화가의 뜻을 밝혔어야, 그 꽃 받는 이가, 저 늙은 쇠몰이꾼(無明衆生이란 소에도 비유되는 것을! 牛耳에는 讀經보다, 풀꽃의 설법이 나았겠는가?)의 뜻을 짐작이라도 했을 것이 아니냐?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무엇을 묻거나, 정의하려 하거나, 대답하려 해서는, 치우치거나, 혼란만 야기하는 난제들이 있기는 있다. 그 좋은 예가 하나 인구에 회자해 오고 있어, 그걸 꽃들어 보이기로 하면, ‘대오철저한 정신은, 인과의 법칙에 떨어지는가, 아닌가? (大修行底人 還落因果也無 - 『無門關』 第二公案)’ 다시 말하면, 나고 죽고 또 나기의 윤회로부터 자유로운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한 대답 같은 것이 그래 보인다. 그럴 것이, 누가 그 대답을 한답시고, ‘떨어져 내리지 않는다 (不落因果)’ 라고 했더니, 그 당장 그는 야호가 되어, 오백세 들을 헤맸다고 이르는데, 그 뒤에, 백장(百丈)이라는 이가, ‘그도 그 법칙을 모르지 않는다 (不眛因果)’ 라고, 고치기에 의해, 그 야호 껍질을 벗겨 주었다는 얘기가, 선문에 떠들썩 하다. 놀랍거니, 놀랍다 말이지! 저 한 사자후에, 선율(禪律)이 새로 조율(調律)을 얻었으니, 놀랍지 않은가? (이왕 말이 나왔으니, 몇 마디만 더 주억거리고 지나가기로 하자면) 패견(稗見)에는 그런데, 오백세 야호 껍질을 입고 지냈던 이로부터 벗겨졌다는, 그 껍질은, 그 대답을 고쳤다는 이에게 덮어씌워졌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럴 것이, ‘不落’을 ‘不眛’로 새로 고친 그 대답이랄 것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떨어진 자를, 그 니전(泥田)으로부터 어떻게 용케 발을 뽑아내게는 했으나, 뽑아낸 자는, 그 다리에 힘을 주어 그 자리로부터 도망질을 치려 하자 마자, 야호피 속으로 뛰어든 결과가 된 듯하기에, 하는 말이다. 터 놓고 말하면, 저것은 선적(禪的) 재치를 부린, 회피이지, (오백세 야호피에 덮혀 살았던 이와 달리) 우직하게 정도에 선 자의 대답이 못되었기의 까닭이다. 반복하지만, 저것은 대답이 아니라, (야호 보다도 더 교활한) 회피던 것이다. 하기야, “진지 잡쉈는 그라우?” 물을 것이 따로 있고, “나는 묵었는디, 너는 워쨌뎌?” 대답할 것이 따로 있기는 할 테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면) ‘불(佛)이란 무엇이냐?’ 물을 일은 아니다. ‘서근의 삼!’ 해해, 해괴한지고! 묻는 자의 혀가, 대번에 짤려, 흙밭에 구른다. 그것이 그래서 대답이었겠는가? 이 또한, 선적 회피, 매우 현학적 회피가 되풀이 된 경우인데, 문제는, 전자의 경우는, 대답한 자나 회피한 자나를 한꺼번에 야호를 만든 것에 반해, 후자는, 묻는 자를 쓰러 눕힐 위험성이 있다는 그것이다. 저 쾌도난마적 일갈이, 스스로 깨우쳐야 될 것을 묻는, 저 선우(禪牛)의 엉덩이를 친다는 것이 그만, 네 다리를 꺾어 놓는 결과를 부르기 쉽다고 여기다 보니, 걱정이다. 뭘 몰라, 시키는 대로 짐이나 꿍꿍 져 나르던 소 같은 놈은, ‘불(佛)’짐만 해도, 뒷꿈치까지 물러날 정도로 무거워 죽겠는 데다, 얹어, ‘서근의 삼’짐까지도 보탰으니, 어찌 무너지지 않겠으리요? 백정이 할 짓을, ‘쇠몰이꾼’이 해서야 되겠느냐? 공은, ‘佛卽是心, 心卽是佛’이라고, 달마보디가 짜 먹인 젖맛 보고 자라지 안했던가? 설마 한들, 그것을 알고 있는 자가, 새삼 ‘佛이 무엇이냐’고 묻지는 안했을 터이지. 그런 경우라면, 혀를 짜르기 위해 혀를 놀리기 대신, 생조시나게 패주었어야 되잖았겠는가? (중간에 끼어든 얘기의) 결론 삼아, 예의 저 달마보디의 법설 한 토막을 인용하자면, ‘심성이란 본디 비어 있는 것이어서, 인도 없고 과도 없다 (心性本空, 無因無果)’, 즉, 인과의 법칙에 구애되지 않는다, 자유롭다, 떨어져 내릴 까닭이 없다, 라고 하덨는다. 그렇지 않다면, 귀공문(貴空門)의 ‘견성성불(見性成佛)’은 무엇을 위함인가? ‘不眛’법에 의해 ‘禪律이 새로 調律을 얻었다’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할방 패관의 폐풍월(吠風月 - ‘堂狗三年 吠風月’이란다더구먼)의 까닭을 털어놓고 말하기로 하자, 하면, 예든 바의 저 公案은, 백장(百丈)의, 잠못 이루는 밤, 선근(禪根) 농조(弄鳥)질에서 쏟겨난, 흐르릉함 이상의 것은 아닌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는 것은, 말하기로 하자.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면, 그건 조(造)짜배기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러기 전 달마보디가 설했던 법은, 선문 밖 빈들을 헤매는, 야호의 허탈된 울부짖음 같은 것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부처나 보살이 나타나도, 예로써 공경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가르쳤던 이 할애비는, 그래서 과연, ‘逢佛殺佛, 逢祖殺祖’의 호심(胡心)을 법심(法心)이라고 여기는, 싸가지 없는 손주새끼들 홀대에 눈물 흘리며, 바깥 빈들에로 쫓겨난 것이 분명했는가? 그것은 어쨌든 그 댁 사정이다. ‘뫎’론을 정립하고 있는 본 패관의 패견엔, ‘마음’인지 ‘성(性)’인지 뭔지, 그런 것을 먼저 상정해 놓고, 다음 부인하는 것은 저들의 문제일 것이라도, ‘인과율(因果律)’은, 색계(色界, 프라브리티)의 법칙이어서, 그것의 섭력이나 악력(握力)은 색계에만 미치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있거니. - 이게 야호후(野狐吼)렸는다? - 그렇다면, 만약 어떤 정신이, 색계를 벗어나 있다면, 색계의 무엇이 무슨 수로, 그 정신을 체포해, 끌어 내리겠는가? 이래서 새로 묻게 되는 것은, ‘不眛因果’의 결과는 그래서 무엇인가? 어디로 살짝 비켜 난다는 말인가? 비켜난 뒤에는? 그것도 아니면, 눈만 빤히 뜨고 지켜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된다는 말인가? 어떻게? 하는 말로는, ‘사리(舍利)’란 각도의 결정체라고 이르느니, 아항, 그래서 저런 이들이 남긴, 색의 찌꺼기를 태운 자리에, 홉으로 되로, 사리가 남는 것이구나? 불매(不眛)의 화석(化石).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하지만 이미 물어진 물음을 되물으려 할 일은 아닐 테다. 색계(色界) 가운데 어디에, 공문(空門)이나 무문(無門)이 있더라는 소문 밖에 들어 본 일이 없는 패관도 물론, 백장이 공들여 얽어낸 저 공안이, 무엇을 의도했던 것인지, 그것의 얼마쯤 짐작 못하고 있는 바도, 아니긴 아니다. 중관론(中觀論)의 방석을 깔고, (이거 또 욹혀내는 소리지만) 아버지 불(佛)과, 어머니 도(道)가 배붙인 데서 태어난 것이 선(禪)이라는 것이, 패관도 갖게 된 신념인데, 그러니 (누가) 어느 쪽으로 ‘치우치기’는, 다름 아닌 (中道로부터) 벗어나기가 될 위험성 자체일 것이기는 하다. 그래서 보면, 무극대도, 또는 절대적 진리라는 것은 상정할 수 있어도, 그것이 무엇이다, 라는 식의 정의나, 대답은, 누구나의 것으로서, 보류해 둬야 할 것일성도 부르다. 백장은 그런데, 매우 안됐게도, 이 중도(中道)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 ‘不眛’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시력을 잃은 듯하다. 그러고 보면, ‘眛’論의 까닭이 짚어질 듯하다. ‘떨어져 내리지 않는다’라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야호 껍질(에 싸인 자가 목전에 있지 않느냐?)에 싸이고, 그런즉 반대로, ‘그래도 떨어져 내린다’고 뒤로 물러서려 하면, 천길 만길 낭떠러지에서 실족한다. 진퇴유곡이다. 도모할 것이란, 삼십육계 밖에 더 있겠느냐? 아하! 오백세 야호피에 싸였던 자도, 백장의 삼십육계를 배운 것이었구나? 그 꼬리를 나무둥치 같은 데 묶어 둔 뒤, 그도 마구 질주했을 거였다. 빈 알맹이만 시뻘겋게 빠져 나갔을 게다. 흐흐흐. 이제는 알겠다, 알겠는 것은, 선가귀감으로 치는 『碧巖錄』이나 『無門關』이, 왜 아무것 하나도 친절하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거나, 답해 주고 있지 않은지, 그 까닭을 알겠는 것이다. 무엇에 대한 대답은 무엇이다, 라고 했을 때, 하자 마자 그 혀는, 과녁을 벗어나, 조선까지나 날아가버리고 마는 것을! 기(忌)해야 할 것은 그것이다. 그것들은 그래서, 자상스런 설명이나, 해답 같은 것으로서 중생을 교화하려는 경전이나 지혜묶음이 아니라, 차라리 매우 폭력적인 언어도단, 역설이라고 이를 것들로 채워져 있어 보이는데, 이는 그러니 (그 空門의 兒孫들 상대로) 지혜의 전수가 아니라, 역동적 사유에의 눈띄우기를, 도모하려는 것들인 것을 짐작케 한다. 비유로 말하면, 저것들은, 요리수업생들께 주어진, 털도 내장도 뽑지 않은, 요리의 재료 같은 것인데, 그것으로 무엇을 요리해 낼지, 그것은 수업꾼들의 문제일 것인 것. 그러나 돌(咄), 이래갖고, 억조창생을 언제 다 교화할 것이냐? 까닭에 그래서, 조주네 개까지도 쉽게 납득하고, 성취할 수 있게도 여겨지는, ‘견성(見性)’의 문제가 운위되어지는 모양이로되, ‘없는 성(性)’을 그러면 무슨 수로 ‘본다(見)’고 할 것이냐? 설상가상이 그것 아니냐? 이누마, 바로 그것이 견성 아니겠느냐? 제기랄, 꽃 들어 보이고 자빠졌네 시방.
다시 『無門關』의 「第六公案」으로 돌아가기로 하여 말이지만, 그러자니 저절로, (이것도, 패관이, 양지에 나앉을 때마다, 골마리까고 이 잡는 소리지만) ‘구지(俱貾)의, 한 손가락 뻗쳐올리기 선(第三公案)’이, 마음에 쓰인다. 나중에, 구지라는 제자에게 (구지는 또 그의 제자에게), 그 손가락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그 손가락 써먹기 선은, 천룡(天龍)이라는 이가, 먼저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다. 패견(稗見)에는 헌데, 가섭이도 가섭이지만, 저 천룡이, 저 ‘한 송이 꽃’의 뜻을 깨우친 듯하여, 꽃을 드는 대신, 손가락을 들어 올렸던 것이나 아닌가 하는데, 손가락은 꽃과 달리, 장소나 계절을 타는 것이 아닌즉, 훨씬 더 편리했었을 것이었다. 여기, ‘꽃’의 ‘손가락’에로의 전신(轉身) 내지는 전와(轉訛)가 있지만, 추측의 흡혈귀에 피를 빨린 몽롱함으로 건너다 보면, 패관의 눈에도, 저 특정한 꽃 한 송이가, 저 특정한 무드라(mudrā, Skt.)용 손가락으로 보인다. 천룡의 저 손가락을, 구지가 훔쳐냈다는 소리는 했거니와, 임종에, 구지가 아손들을 앉혀 놓고, ‘나는 이 물건을 평생 써먹었는데도, 아직도 다 모질아 지지 안했다’라고 했다는 말을 들어 보면, 구지는 어쩌면, 그 뜻도 모르고, 무식을 감추려 했을 때마다 그것을 써먹어 온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혹이 있다. 그 뜻을 알았더면 글쎄지, 그것이 남아 돌기는커녕, 벌써 다 모질아져, (비록, 그의 문하의 無名 童子의 것이었을망정) 짤라 낼 것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그러니 그는, 써먹었으나, 써먹은 것이 아니다. 무극대도를 가리킨다는 짓이 노상, 제 손가락으로 제 손가락만 가리킨 것이다. 저 손가락의 의미는 그런데, 석가모니의 꽃의 현손, 한 무명 동자에 의해서, 백일하에 밝혀진 듯하다. 그것이 (그 아이의 스승 구지에 의해) 탁 짤려지고 나서야, 그 자리에 한 송이 꽃이 활짝 피어오른 듯해 보이는데, 이 또한 몽롱함의 소치겠느냐. 이러자, 저 무명동자의 비명과(童子忽然領悟!), 가섭이의 파안미소가, 한 자리에 모여 흐믈트러진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라는 것은, 가섭이의 정신은, 익은 민들레머리 같아, 건듯 부는 바람에도, 삼세육도 어디로든 흩어지게 되어 있었으되, 저 무명동자는, 솔부작 밑 숨어드는 사형들 하는 짓들 엿보아, 농조질까지는 배웠으되, (山寺마다, 주위로 유독 진달래가 흐믈트러진 까닭은 무엇이드냐, 저누무 새들이 울어, 님그려울어예어, 각혈하여, 봄을 수줍게 한 것이었더냐, 무엇이냐, 마는) 새를 울려도 새가, 아직 피까지 토해내지는 못한 상태는 아니었을까, 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종달새가 코끼리 삼키는 것 보았더냐? 코끼리를 삼키려면, 가루다(Garuda)쯤은 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클클클. 함에도, 그것이 뭣인지, 밝혀지지는 안했으나, ‘홀연영오’했다는, 동자 하나를 두고, 낫살이나 처먹은 자가, 구린 입을 열어 흉보려 해서는, 인사가 아니겠다. 늙으면 입만 걸어진다고 이르느니, 하던 얘기 얼른 끝내고, 소피라도 보러 일어서야겠으니, 『古今笑叢』에 있는 「內病在吾」라는 얘기나 한 자리 얹어 두기로 하는다. 시골의 한 놀롤한 애놈이, 내병(內病)의 까닭이라며, 의원을 찾았더랬겠다. 의원께서는 물론 그 까닭을 물었을 게였다. 헌즉 놈이, 손바닥을 펴 보이며, 거기 난 상처를 가리켜 보였더라는즉, 의원 의아해 하여, 에끼 이눔, 그게 외상이지 어찌 내환일가부냐. 물었겠었다. 놈의 대답인즉, 이로 인해, 즐기는 농조질을 할 수 없어, 마음이 괴로우니, 이게 내병이 아니고 무엇이리까? 허허허, 이제껏 말해온 바의, 손가락 짤린 동자의 홀연영오도 이와 비슷했으끄나? 이때 누가, 뭘 깨우쳤다면, 어느 쪽이었겠는가?
선재(善哉) 선재 선재
* 註: 本 雜說의 필자도 물론, 中國禪이 「Laňkāvatāra Sūtra」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읽어, 아주 조금 알고는 있다.
2. 칼을 든 여자
‘임제’라는 *나루터에서, 물길 건너려는 손님을 태워 배 저어 건네 준다는, ‘의현(義玄)’이라는 사공이 남긴 어편(語片)들을 「임제록(臨濟錄)」이라고 한다거니와, (이후 그를 부를 때는 ‘임제’라고 한 모양인데) 그걸 읽다 보면, 이제껏 잔잔히 흐르던 강이, 갑자기 등천하려는 용 모양, 뒤집히며 꿈틀거리고, 출렁거려, 멀미를 일으키고, 급기야 토해 나자빠지게 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逢佛殺佛),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며(逢祖殺祖),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逢羅漢殺羅漢),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며(逢父母殺父母), 친척을 만나면 친척을 죽여라(逢親眷殺親眷), 그러면 해탈을 얻기 시작한다(始得解脫).’ ― 임제록을 한번이라도 섭렵해 본 이라면, 먼저 내세우는 것이 이것이던데, 까닭에, 특히 이 부분만을 확대해 들여다 보기로 하면, 임제는 호노(胡奴)다, 삼밭으로 불어간 돌풍이며, 감자밭으로 뛰어든 멧돼지이다. 이 흉한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풀 한 포기도 없다. 그리고도 피거품을 뿜는 입으로, 이 강쇠는 묻는다, ‘볼지어다, 내 눈썹자리가 성글어지지 안했느냐(你看眉毛有幾莖)?’ 허헛, 그렇게 간살(姦殺)을 떨고, 눈썹은 웬 눈썹인가? 고부쟁이(거웃)나 되었을 터이지. 군말이 많도다. 말이 많은 걸로 보건대, 저는 강쇠가 아니라, 옥문에 시퍼런 칼을 세운(vagina-dentata!) 옹가년이었던 듯도 싶다. ‘부처’나 ‘스승’, ‘나한’씨(氏)들은 만나 본 적도 없으니, 본 패관이 알바 아니로되, 제 ‘부모 친권’까지 싹쓸어 피 내버린 저런 흉한을 두고, 존칭(尊稱) 써서 부르려는 자는, 빠져나간, 그의 고부쟁이 말고는 없을 테다. 바로 이 궐자가, 중생을 불쌍히 여겨, 그들을 교화하고 구제하겠다고, 중원(中原) 선문(禪門)의 ‘임제종(臨濟宗)’을 세웠다는 자거니와, 했던 말로는, ‘안팎으로 만나는 것은 모두 죽여라(向裏向外逢著便殺)’라고 일렀으되, ‘逢佛殺佛’ 때, 그 ‘佛’ 속에다, ‘자아(自我)’라는 것은 합쳐버리지 않고, 그래도 제몫으로 빼돌렸기에, 종문(宗門) 하나를 세웠을 것이란 얘기겠냐, 뭐겠냐? ‘조동종(曹洞宗, Chan and Zen Teaching Lu K'uan Yü Transl. & Edit. ‘The Ts'ao Tung Sect.’)’을 일으켰다는, ‘본적(本寂)’이라는 중도, 그 비슷한 살심(殺心)을 드러냈던 듯하여, 누가, ‘당신은 어찌하여, 당신 자신은 죽이려 하잖소이까’ 라고 물었을 때, 수염 쓸며 했다는 대답이, ‘난 말이시, 그것만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구’ 랬다는데, 임제도 그것만은 몰랐던 것이었는가? 까닭에, 자기를 만나면 자기를 죽여라, (이것이, 저 殺論의 文法的 체계, 다시 말하면, 修辭學이다)라고, 저 살수(殺手)를, 자기를 ‘대상’으로 하여서는, 펼치지를 않은 것이었는가? 다행하게도 그런데, 그것에 대한 저 ‘본적’의 보주(補註)랄 것이 있어, 그 까닭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 ‘자아란, 비물질적이어서, (죽이려 해도) 죽여 지지 않는다.’ ― 아하 ! 그, 그것이었댔구나? 포졸들 등쌀 피해, 도척이가, 분 바르고 푸른치마 입어 홍루에 나앉아, 포졸들 수청을 들고 있다 말이지, 딴전 보고 있다고 시방! 저런 음흉한 도적은, 등때기에서 노린내가 나도록, 흠씬 패 주어야 옳을 테다. 그런즉 대략 두 가지의 의문이 떠오른다. 하나는, 그 공문의 ‘아집(我執)을 여의기’ 위한 고행은 무엇이며, 다른 하나는, (부처라는 것을 만나 본 적도 없는 자는, 그를 들어 말할 것은 못되겠으나) 스승이나 어버이 등은 그러면, ‘자아’라는 걸 못가진, 가시덤불이나 물것 같은 것들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장애며 벌뢰(벌레+번뇌) 따위 말이지? 그럼으로 쳐 눕힐 수도, 눌러 죽일 수도 있었다는, 그 말이 아니겠느냐고 시방? 패관이, 어리석음으로 바라기로는, 임제만은 그러나, ‘본적’처럼 생각하지 안했으면 해서, 그를 편역들어 말인데, ‘자기를 죽이려면’, (저 수사학적 압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그 자기를 죽이는 살수(殺手)를 어디서 구해 와야 되는데, 그래야만 치는 자(主)와 나자빠지는 자(客)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데,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라는 것은, ‘나자빠진 자’는, 나자빠져 있어 거뜬히 처리가 되어 있으나, 아직도 ‘친 자’가 남아 있는, 그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또 살수를 쪼개 내면 될 일이 아닌가? 언제까지? 허허허, 이 쪼개기는, 무한수(無限數)로 이어지겠으나, 그래도 여전히 무엇 하나(客)는 남을 것이어서, 영(零)의 아래쪽으로부터 시작되는 수의 무한수 쪽으로 나아가야 될 듯하다. 그리고도 거기에 끝은 없으니, 이렇게 되면, 말만 많아지게 되어 ― 수사학적 허(虛)한 ‘해탈에 떨어져 내리’거나, 실득 없는 지리멸렬에 떨어져 내리게 될 테다. 조산(曹山)의 나뭇꾼(本寂)과 달리, 임제나루터 사공이, 말을 하다 중두무이해버린 까닭이, 이것이기를 바라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逢佛殺佛 운운’은 그러니, 화두(話頭)나 공안(公案) 같은 것은 아니며, 그냥 수훈, 또는 출가(出家)의 교훈 같은 것으로서, 마비병 걸린 이들에게 하는, 충격요법 같은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면, 별로 문제는 없을 듯하기는 하다.
함에도, 문제는 있다. 그는, 참으로 말도 많아, 수염 단 노파였댔다. 만약 그가, 출가의 비법으로 저런 살론(殺論)의 갑에서 뽑은, 시퍼런 장도를 들고 내달지 안으면 안되었다면, ‘逢父母殺父母’라고 해버리는 것으로, 입 다물고, 수염이나 가다듬었으면 되었고, 해탈의 비법, 즉슨 구도의 방법으로 그랬다면, ‘逢佛殺佛’ 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하지 안했겠는가, 하는 생각이 있다. 또 말해서, ‘출가와 해탈’을 한꺼번에 도모할 법을 설했다손 치더라도, 반복되지만, ‘逢佛殺佛’로도, 사실은 너무 많이 혀를 놀리고 있다고 해얄 것이다. 만유(萬有)중에, 조주네 강아지 한 마리를 빼놓고, 불성(佛性)을 갖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던가? 불(佛) 아닌 것이 어디 있던가? 그리고도(란, ‘殺佛’까지 하고서도, 라는 말인데) 무엇을 더 살할 것이 있다고, 수염단 노파는, 칼을 쥐고, 산 위에서 불어내리는 흑선풍(黑颴風) 모양, 달려 내리며, 염소를 만나면 염소를 죽이고, 아우를 만나면, 아우를 죽여야겠는가? 어쩐다고시나 시방, 그 입에 젖까지 물려 준, 늙은 어미까지 쳐 눕혀야 되었느냐고? 그리고도 그 같은 혀로써(앞서 말해버렸었거니와,), 중생에 대한 한량 없는 자비를 설할 수 있겠는가? 말해서, 그것이 참으로, ‘출가와 해탈’의 비법으로 설해진 것이었다면, 이 흑선풍(黑禪風)은, 밑에서부터 위에로 불어쳐 올렸어야 됐던 것이 아니었는가? 먼저 친척과 부모의 정을 끊고, 다음으로 나한이나 스승도 뛰어 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부처까지 초극해야 되는 것, 것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라 말이지. 패견에는, 그것이 순서다. 닥치는 대로 살육 도살을 자행하는 자리에, 순서는 무슨 음지랄할누무 순서냐고, 묻는 이가 있는다? 옳거니, 도류(道流) 말 잘했다!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순서상의 오류를 범했기에 의해, 한 심전(心田)의 가을 거두기가 질서정연하게 되었기 대신, 난장판을 만들어버린 것인데, 까닭에, 그의 법륜 굴리기를 두고, 호노적이니, 저돌적이니, 옹가년적이니, 라는 투로 폭언을 쓰고도 모자라, 아직도 숨을 씨근덕거리고 있는 중인 것. 저런 자는 그런 즉, 장승을 뽑아다, 패 군불 지피고 (이 행사가 바로, 닥치는 대로 쳐 눕히는 그것이겠거니), 옹가년 끌안고 농탈질 치는, 옹가년네를 혼내 준, 그 장승귀신 본 받아, 그가 삭발을 한 그 당장, 칵(喝) 짖밟아, 혀를 깊이깊이 삼키게 해서는, 더 씨부리지 못하게 했었어야 했었을 것이었다. ( - 이건 반드시, 이 宗門만을 들먹여 하는 말은 아니지만 - 그 法으로, 일체중생을 제도하려 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자기네 親眷만의 꿀[amrita]단지로 고수하려 하여, 어쩌다 바깥[俗]사람이, 눈으로만 그냥 건너다 보려 해도, 쉬파리로 알아, 파리채를 휘젓는, 그의 兒孫들이 무서워, 이거 할 소린지는 모르겠으나) 털어 놓고 말하면, 선가록(禪家錄)에, 그런 설법은 없었던 것이 좋았을 것이다 싶으다. 그런 설법이 없었던 그 전시절에도, 해탈을 성취한 자는 성취해 왔으며, 있고 나서도 무명중생의 수가 감소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主客’에의 인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法行, 그러니까 어느 상태에 이르른 한 수도자가, 주객의 차이를 잃어, 자기를 죽인다고 내닫는 짓이, 결과적으론 객을 해치고 덤빈 것과 같은 그런 살생, ― 말하는 求道的 殺人과, ‘주객’에의 강한 인식을 저변한 法行, 예를 들면 逢祖殺祖 같은 것은, 절대로 같은 것들이 아니다) 저것은, ‘주객’의 거리를 없애자는 짓이 그만, 그 경계선을 더 진하게 칠해버린 결과가 됐음인 것. 주인과 손님은 여전히, 눈에 불을 켜고 대치하고 있으며, 쓰러져 눕는 쪽은 언제나 손님 편이다. 주인은 건재하다. 이 법초(法草)는, 잘못 먹이면, 순직하게 꿍꿍 밭(心田)이나 갈던 소를, 독룡으로 둔갑시킬 위험이 있다. 그 설법꾼이, 그랬으니 이후, 그 문제로 어찌 고심하지 안했겠는가? 마는, 그 짓이란, 깊이 삼키다 똥구녘으로 빼물린 혀의, 치질 냄새 풍기기는 아니었겠는가?
어이 거기 말여, 우리들(이란, 할방 패관을 먼저 꼽고 말인데)의 눈썹 좀 헤아려 볼 텨?
**헤 헤 헤(패관자가 해롱거리는 소리러람).
*註: <임제>를 <임제 나루터 사공>이라고 이른(얘기가 있기도 하지만)것은, <차안과 피안 사이의 나루터 사공>이라는 투로, 상징적으로 읽어줄 수도 있을 테다.
**註: ‘喝’이, 漢音으로는 된소리 <헤>로 난다는 소리가 있더라. (그동안) 말도 많았댔구나, 술 한잔 내게람! (‘Nunc Scripsi Totum Pro Verbum Da Mihi Po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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