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관습과 사상, 심성 그리고 역사가 들어 있다. 이에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으려면 한민족의 사상과 감정을 이해해야만 한다. 결국 한국어에 대한 언어 습득만이 아닌 한국인의 정신, 관습, 역사, 일상적인 생활 습관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한국문화를 이해할 때 가능해진다. 이렇듯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 중의 하나는 한국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가능한 빨리, 그리고 깊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구 소련 지역) 제정러시아 시대부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보인 최초의 국가로서 약 200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학을 비롯한 한국문학 번역사업도 꾸준히 이루어져왔다. 구 소련 붕괴 후 한국과 국교를 수교한 90년대부터는 대학 내 한국어학과들이 생겨나 한국어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어의 위상이 매우 높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의 현장에 있어서 문화 교육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한국문화 소개 자료들로는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문화, 문화유산, 일상생활과 연관된 생활 어휘 등 가르칠 것들이 많다. 문화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적절한 자료가 바로 문학이다. 문학작품을 통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한국의 문학작품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한국어도 학습할 수 있어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전 문학 자료들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관습 및 가치관들이 반영되어 있다. 신화, 민담 전설을 포함하는 고전소설은 역사적인 인물의 이야기와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역사에 대한 단순한 기록이 아닌 리얼한 흥미감, 한국인의 꿈과 영혼, 기지, 지혜를 제공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고전소설을 통하여 한국어를 가르친다면 학습 효과는 더욱 증진될 것이다. 본 연구는 한국의 고전소설을 통한 한국어 학습에 대한 사례 연구(case study)가 될 것이다.
고전소설을 통한 한국어 문화교육에서 기대되는 학습 효과로는 첫째, 속담이나 관용 어구에서 전승되고 있는 어휘들이 자연스럽게 제시되어 있어 학습에 응용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인의 생활 지혜, 역경을 이겨내는 힘과 용기, 신념 등이 용해되어 있다. 셋째, 구전되어 내려오는 흥미있는 내용과 함께 역사적인 사건들, 인물에 대한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다. 넷째, 한국인의 전통적인 관습 및 가치관 등이 반영되어 있어 한국인들만의 특성, 가치관, 생활 습관 등을 잘 배울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선정한 작품은 「단군신화」, 「바보온달」, 「콩쥐팥쥐」, 「심청전」, 「양반전」, 「호동왕자」, 「구운몽」, 「별주부전」으로서 세계 공통의 이야기이자, 한국 사람에게도 보편적인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문학적 완성도를 보이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소개 작품들의 본문 내용을 이해한 후에는 학습 과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행동, 이야기의 주제, 주인공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다른 점, 등장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했겠는가, 작품 낭독하기, 연극 및 TV 드라마 대본으로 구성하기(roleplaying), 결말 다음에 이어질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 등에 대해 토론해 볼 수 있다. 작품 중간중간 빈 칸을 만들어 채워 넣기를 한다거나 주인공들의 대화문으로 구성하여 빈 칸을 만드는 방법도 활용해 볼 수 있다.
21세기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화 시대로 타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자문화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교육하는 교사는 스스로 한국문화에 대해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애정과 관심을 유지함으로써 학습자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 한국어를 학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고전문학 작품은 우리 문화를 가장 정제된 방식으로 알릴 수 있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