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명애_번역가, 소설가, 1961년생.
역서『박달나무 형틀』『분신들』『술의 나라』등
중국 문단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우리 교포들은 시인이 절대 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러 소설가도 있고 극작가도 있긴 하지만 그들의 활동범위는 연변자치구로 지역이 국한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필자는 상하이, 베이징, 성뚜우, 꽝저우 등지의 유명대학과 그 지역의 도서관장에게 협조를 구해, 중국 4대 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교포의 문단활동 상황을 파악하고자 폭넓게 시도해 보았다. 중국 4대 광역시의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문인, 학자, 도서관장은 처음부터 필자에게 난색을 표명했다. 조선족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다른 어느 소수민족도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지 않다는 게, 필자가 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현지인들의 종합적인 견해였다. 이 문제에 관해 필자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평소 필자와 안면이 깊은 상하이 도서관장, 장위(張偉) 박사의 견해는 구체적이었다. 그는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중국의 근대사에 대해 누구보지 못해 않게 객관적인 견해를 지닌 사람이며 그는 주로 싱가포르에서 성장기를 보낸 인물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컸을 것입니다. 물론 소수 민족 출신 중에서도 휼륭한 기업인도 있고, 대단한 재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전체는 물론이고 특히 소수 민족은 생존의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지요. 문학이나 문화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기보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에 찾아오는 인간의 정신활동이 아닌가요? 기본적인 경제 문제가 해결된 오늘날에도 대도시에 자리를 잡은 소수민족은 기업을 하려 들지 문학 활동을 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 대도시에서 중국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문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필자는 중국 대도시에서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우리 교포문인을 찾겠다는 생각을 접고, 연변방송국에 근무하는 시인 이선호 씨의 도움을 받아, 원시토템신앙을 시어로 나타내 중국 평론가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얻고 있다는 남영전 시인의 시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작가 남영전은 1948년 중국 연변지방에서 출생해 활동하는 조선족 출신의 문인들 중에서 가장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시인이다. 그는 세계문화예술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장춘시에서 격월간으로 간행되는 잡지 『장백산(長白山)』의 사장이자 편집장 겸 편집위원이며 중국작가협회 소속이자 소수민족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춘시 번역협회 부회장 겸 상무이사이기도 한 그는 1971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시집으로는 『상사집(相思集)』, 『산혼(山魂)』, 『신단수(神檀樹)』, 『포곡조(布谷鳥)』 등 십여권이 넘고 수필집으로 『난망적인문(難忘的人們)』 등 3권이 있다. 또 고전문학 및 현대문학을 번역하고 편집해서 중국 현지에서 출판한 남영전 작품집으로 『당송전기선(唐宋傳奇選)』, 『봉신연의(封神演義)』, 『파금단편소설선(巴金短篇小說選)』 등 세 종류가 있다.
민족문학연구총목록(民族文學硏究總目錄) 1995년 3기에서 중국 소수민족 평론가 효설(曉雪)은 작가 남영전의 토템시를 읽고 평론한 적이 있다. 그 역시 시인이며 조선족이 아닌 백족(白族)이다.
“그는 오랫동안 한 민족의 토템 문화를 연구해온 연구자이면서 원시신앙이 현대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 산문시로 표현하는, 민족정신이 투철한 시인이다. 자신이 연구한 원시토템신앙을 기저로 창작되고 발표되는 그의 시어는 단군신화에서부터 비롯된 한민족의 민족적 기원을 담고 있다. 그의 시집 『신단수(神檀樹)』는 시인 남영전이 그 동안 토템사상을 기저로 시작 활동을 하면서 기울였던 노력과 새로운 주제를 찾기 위해 모색한 것들을 체현하고 있다. 그는 이 시집에서 토템 신앙이란 한민족의 문화적 기원임과 동시에 발전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한 민족의 심리 속에는 민족의식이 부여되어 있다고 생각한 시인은, 토템 속에 한 민족의 이상관이 실려 있고, 그 민족정신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이며, 그 민족정신 정신의 기질적 특징은 무엇인지 발굴된 자료를 토대로 고스란히 시어로 체현하고 있다.”
남영전 시의 예술적 가치를 보다 깊게 연구하고 그의 토템 시 창작의 근본적인 득과 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2003년 중남민족대학(中南民族大學) 주최로 ‘남영전의 토템시와 토템 문화의 재구성’이라는 학술연구회가 2003년 호북성(湖北省)에 있는 무한(武漢)에서 개최되었다. 이곳에 참석했던 전문가와 학자들은 남영전의 토템 시의 예술 특색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 토론을 벌였다. 그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남영전의 토템 시 속에는 일종의 광활한 시야가 살아서 움직이며 거대한 문화적 유산이 담겨 있으니 충분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다. 때문에 이 시인은 자기 민족의 문화에 대한 깊은 사명감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의 이런 민족정신은 그의 시구마다 행간마다 삼투해 있으며, 일사천리로 내달리는 격정적인 언어로 표출되고 있다.
현대 시단에서 눈길을 돌려, 그는 역사적인 시가 창작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와 현실을 시의 언어로 접목하면서 새 길을 제시해 주기 위해, 시가의 예술적 가치 창조와 역사 문화의 관계를 깊이 연구 토론하고, 당대 민족시인의 시가 창작의 경험을 교훈삼기 위해서, 중남민족대학교, 무한대학교, 사천대학교, 절강대학교, 화중과기대학교 등의 전문가 및 학자 그리고 박사과정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회를 가졌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토템 시의 정의와 남영전의 토템 시의 특징, 문화적 가치 및 토템 사상과 민족시가 발전과의 관계, 토템 문화를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킬 것인가, 토템 시 창작과 외국 문화와의 관계 등의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남영전의 토템 시가를 높이 평가했는데 그 작품들은 새로운 창조성과 문화성, 시대성 및 예술성을 모두 갖기 때문이며, 시가와 전통 사이와의 관계를 제시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고 근래 이십여년 이래 중국 시단에서 무척 빼어난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