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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용택_시인. 1948년생. 시집『섬진강』『꽃산 가는 길』『강같은 세월』, 수필집 『섬진강 아이들』 『꽃을 주세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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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어요.
작고 어여쁜 산아래 따듯한 햇살이 찾아왔답니다.
“아이, 따뜻해라.”
나무들은 날마다 온몸을 쭈욱 뻗으며 팔을 힘껏 벌리며 기지개를 켜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나무들의 눈이 시립니다.
따듯한 양지쪽 땅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야, 우리 머리가 따듯해졌지? 봄이 왔나 봐.”
“그래, 봄이 왔어. 어제 보니까 쑥이 땅위로 고개를 내밀고 나가더라.”
“그래? 그럼 우리도 나가 볼까?”
“안 돼, 어제 냉이가 그러던데 말야 하얀 서리가 봄맞이 꽃 머리에 내렸대.”
“그래? 그래서?”
“봄맞이꽃 머리가 얼어버렸대.”
“그래, 그렇지만 그건 어제의 일이잖아. 나는 나가 볼래. 몸이 근질거려서 못살겠어.”
“보미야 그러면 너 얼굴만 살짝 한번 내밀어 봐.”
보미가 캄캄한 땅 속에서 환한 세상으로 하얀 얼굴을 천천히 내밀어 봅니다.
“우와! ……”
“왜 그래 보미야. 응. 왜 그렇게 놀래?”
“야, 가만히 좀 있어 봐 근데 이게 뭐야. 으이그그 차가워.”
보미는 얼른 땅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땅 속에 있던 차미는 궁금해 죽겠습니다.
“얘, 보미야 왜 그래? 응? 왜 그러냐고?”
“몰라, 나도 몰라. 하늘에서 하얀 송이들이 천천히 내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거야. 근대 그 하얀 송이들이 내 머리에 닿으니, 무지 차가운 거야. 내 몸이 으스스 했다니까.”
보미가 본 것은 봄눈이었습니다.
그래도 보미는 잠깐 보았던 땅위의 새 세상이 다시 보고 싶습니다.
“나, 다시 한번 나가 볼까.”
보미는 다시 아주 천천히 땅위로 고개를 내밀어 봅니다.
어어,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땅위에는 언제 눈이 왔냐는 듯이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보미의 몸에 햇볕이 따사롭게 내려 쬐었습니다. 보미는 햇솜 같이 따사롭고 환한 햇살 속에서 행복해 하며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습니다. (중략)
* 본 작품의 전문은 <대산문화> 2004년 봄호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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