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정명여학교를 마치고(1915), 서울에서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1926). 그해 일본여대 영문학부에 입학하여 1929년에 귀국했다. 유학 시절 근우회 동경지부 위원장을 역임한다. 고향 목포에서 홍수와 가뭄, 궁핍과 착취를 목격하며 싹튼 그녀의 사회의식은 서울생활과 일본 유학 경험을 통해 확장된다. 1925년 1월 『조선문단』 4호에 이광수의 추천으로 「추석전야」를 발표하며 등단한다. 「추석전야」는 여직공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1920년대는 김명순과 김일엽, 나혜석 등 동경유학파 여성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여러 장르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던 이들과 달리 소설만을 본격적으로 쓴 제 1기 여성작가로는 박화성이 최초였다. 또한 그녀는 장편소설을 집필한 최초의 여성작가이기도 하다.
박화성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1년 「하수도 공사」 이후에 이뤄진다. 때문에 박화성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박화성은 1930년대만의 작가가 아니다. 박화성 소설문학은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일제와 해방, 분단과 유신 등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거쳐온 인물이다. 박화성의 작품세계에 정치와 사회 병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일 것이다. 평론가들은 박화성의 100여 편에 달하는 작품들 중 뛰어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에 씌어진 것들을 꼽는다.
이 시기의 작품 속에는 척박한 농촌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울러 서민, 농민, 노동자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시선이 들어있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 중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인물형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러한 그녀의 휴머니즘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박화성은 6·25 전란 이후로 세태소설적이며 대중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1963년 이후로는 작품활동 보다는 문단활동과 문화사업에 많은 힘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화성은 1961년 한국문인협회 창립과 동시에 이사로 선임되며, 1965년에는 한국여류문학인회 초대회장으로 선임된다. 1966년에는 제3회 한국문학상 수상, 1970년 25회 예술원문학상 수상하고, 1974년 문화훈장을 받았다.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던 1988년에 작고한 박화성은 전 생애를 통해 단편 67편, 중편 3편, 장편 19편을 발표하였다. 박화성은 작고할 당시까지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한다. 박화성이 목포를 사랑하였듯, 박화성을 사랑하는 목포는 목포시 대의동에 있는 노적봉 아래편에 박화성문학기념관을 세워주었다. 박화성문학기념관에는 박화성의 작품과 서적, 친필 및 가구 등 2000여점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박화성이 갖는 진정한 문학사적 가치는 그녀가 단순히 ‘최초’였기 때문도 아니며, 다만 ‘장수’했기 때문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인간과 세계를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며, 마지막까지 치열했고 또 성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박화성이 가져야할 방점은 온당 ‘최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