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서성철_번역가, 재외동포재단 기획조사실 차장. 1955년생. 저서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사상』, 역서 『Fuentes Ilamas 불타는 샘』 등.
스페인어권의 중요한 문학상으로 스페인이 주관하는 세르반테스 문학상과 베네수웰라의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이 있다. 전자가 시, 소설을 망라한 스페인어권의 노벨문학상이라면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은 순전히 소설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은 1960년대 중남미 일군의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그리고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중남미 소설의 붐(Boom)과 함께 탄생했다.
이름에서 보듯이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은 베네수엘라의 사상가, 정치가이자 자연과 인간의 투쟁, 그리고 융화 과정을 거대 서사시적 기법으로 그려 유명해진 소설인 『바르바라 부인』의 작가인 로물로 가예고스를 기리기 위해 1964년 처음으로 제정되어 2003년 작년까지 총 13명의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 문학상들이 주로 문학잡지나 아니면 관련 재단에 의해 제정된 것이라면 이 상은 한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동시에 또 베네수엘라의 위상을 드높히고자 한 나라의 정부가 주도해 만들어진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겠다.
이 상이 제정되고 3년 후, 당연하게도 붐세대의 작가인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1967, 『사창굴』) 첫 수상자가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연달아 이 세대의 선두주자였던 콜롬비아의 가르시아 마르케스(1972, 『백년 동안의 고독』), 그리고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1977, 『우리들의 땅』)가 이 상을 수상했다. 이들 말고도 멕시코의 페르난도 델 파소(1982), 베네수웰라의 아르투로 우슬라르 피에트리(1991)와 같은 쟁쟁한 작가가 있으며, 스페인 출신의 작가로서는 하비에르 마리아스가 유일하게 수상을 했다. 여성으로서는 베네수웰라의 앙헬레스 마스트레타가 유일한데, 중남미 여성문학계에서는 이 상이 너무 남성위주로 치우치지 않았냐는 불만도 섞여 나온다.
제 1회 때부터 제 5회까지는 5년마다 시상을 하여 문학상의 권위를 높힌 점은 인정되지만 기간이 너무 길다는 여론이 일어 제 6회(1987) 때부터는 격년제로 실시하고 있다.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작가라면 그가 어디 살건, 기성작가건 신인이건간에 이 문학상에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 단 이 문학상은 오로지 기 출간된 책만을 대상으로 하여 선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5년에 거행되는 제14회 문학상에는 2003년 1월 1일에서 2004년 12월31일까지 쓰여진 작품들 중에서 선정된다. 수상작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가에게 주어지지만, 심사결과, 마땅한 수상작품이 없다고 해서 그 상을 차기로 넘기거나, 가작이나 장려상 명목의 이름으로 수여하지는 않는다. 또 한번 수상한 작가가 다시 상을 받을 수는 없다.
차이는 있지만 이 문학상에 응모되는 소설집은 매회 대략 200～300편 정도이다. 2003년의 경우, 총 245편의 소설 작품들이 심사대상에 올랐고 그 중에서 10명의 작가가 결선에 올라, 최종적으로 콜롬비아의 페르난도 바예호가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모름지기 모든 문학상에는 찬사와 질시가 따른다. 이 상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위원들은 상업출판사로부터 무언이건 직접적이건 압력을 받고, 발표가 날 때마다 사람들 입에서 논란과 스캔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제까지 수상한 작가들의 면면이나 작품들을 보면 이 상은 스페인어권 문학계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권위와 영향력을 지닌 문학상임에는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