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연극사에서 오랫동안 지워진 존재 - 극작가 함세덕과 말하다
특집을 기획하며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 1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2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3
동아시아 문학포럼 1기 순환고리 완성, 다시 미래를 향하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는 33인의 성주(城主)들 대산문학상, 풍성한 가을걷이를 향해 출발 젊은 작가들의 담백한 풍경과 개성을 선하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기획특집
사실, 중국, 일본 문학에 절대 뒤지지 않는 독자적 한국문학의 계보와 역사, 흐름 및 문학평 등에 대해 알릴 수 있을 때 한국문학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 평론에 관한 작업들은 프랑스의 대학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혀야 한다.
『춘향전』이 1892년 프랑스에서 번역된 이후, 1990년대 악트쉬드(Actes Sud), 2000년대 줄마(Zulma)에서 한국 소설들이 대거 출판되기까지, 프랑스 내 한국문학의 비약적 성장에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악트쉬드에서 첫 출판된 작가 이청준과 이문열의 뒤를 이어, 최인호, 최인훈, 김승옥, 조세희 등의 작가들도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들은 분단국가, 전쟁, 독재 등 그 당시 한국의 역사, 정치,사회적 요소가 반영된 작품들을 통하여 프랑스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진 바 없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에 기여했다.
줄마 출판사를 통해 선보이게 된 황석영, 이상, 김승옥, 김유정 등의 작품들은, 그간 프랑스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들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고, 또한, 작가 이승우, 은희경, 김영하(김영하의 작품은 피키에(Picquier) 출판사에서 출판됨)는 이와는 또 다른 성향들을 지닌 작품들을 프랑스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25년간 약 60편의 한국문학 작품이 출판되었는데, 이는 출판사당 연 평균 2~3권 꼴인 셈이다. 여기에 피키에 출판사가 2003년 이후, 매년 평균 2권 꼴로 출판한 30여 편의 한국문학 작품도 보태야 할 것이다.
당시 이 세 출판사가 시리즈로, 즉 최소 3권 이상(작품성과는 별개로 개별 번역된 작품 수는 미함) 번역서를 출간한 작가는 이문열, 이청준, 황석영이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 독자들은작가의 진정한 문학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역사에 대한 소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
게 되었다. 프랑스인들이 작품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역사적인 요소들이 한국문학의 저변 확대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하겠다.
2000년대 들어 황석영, 이승우, 김영하와 같은 작가들은 프랑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
다. 1990~2000년대 작품들의 발견, 놀라움, 이국적 느낌과 그 높은 수준은 판매부수의 증가로 이어져 드디어 진일보했다는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었지만, 얼마 후 판매부수는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출판부수도 그 뒤를 따라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2009년과 2010년에 출간된 장편소설 및 단편소설은 불과 십여 권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문학의 오늘
2013년이 되어서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해서 번역, 출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애란, 김중혁, 편혜영, 김연수, 김언수, 정영문, 박민규 등의 작품들이 서점 책장에 자리를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프랑스인들이 지금껏 한국문학에서 읽었던 작품
들의 성향과는 차이가 있었다. 문체나 서사의 구조 면에서 그들의 선배작가들과는 다른 점들을보였다. 그들의 소설은 현대사회의 고민을 바탕으로 하는 픽션들로, 문학작품 테마의 세계화라는 보다 넓은 문맥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하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판되는 작품의 수는 풍요롭고 다양해진 한국문학포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를 주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고전, 시나 소설들이 출판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국문학의 파노라마를 만들어 내기엔 충분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문학 서적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그 번역서를 거의 보기 힘들다.
프랑스 내 출판과 독서 실태에 관한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중부 유럽과 아시아권 언어 번역은 2011년 8.8%에서 2014년 11.8%로 증가한 일본 문학만 제외하고는 모두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당연 일본의 만화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만화 전문의 두 출판사는 최근 3년 사이 문을 닫았다. 영미권 작품이 전체 번역서의 60%를 족히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가장 많이 번역된 5개 어권의 작품들이 전체 번역서의 85%를 차지했다. 한국어는 0.3% 정도로 그 비율이 줄어들었다. 번역 사업 후원에 앞장서는 두 기관,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의 지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어가 프랑스 국내출판조합(SNE)의 통계수치에 들어가려면 매년 90편의 작품이 번역, 출판되어야 한다. 작년 한 해, 한국에서 출판된 프랑스 서적은 5백31권이었던 것에 반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한국 서적은 모든 장르를 망라해도 57권에 그쳤다. 최근 줄마 출판사는 더 이상 한국문학을 출간하지 않고 있으며, 악트쉬드 출판사는 매년 한 두작품을 출간하는 데 그치고 있다. 피키에 출판사만이 정기적인 출간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크 드크레센조가 운영하는 드크레센조 출판사의 경우,소설과 단편뿐만 아니라 시와 한국문학 평론, 에세이의 출간도 시작했다. 서적상에 따르면, 한국소설 판매는 항상 어렵지만, 최근의 판매동향을 보았을 때 그리 의기소침할 것까지는 없다고 한다. 도서 관계자, 즉 한국의 두 기관, 번역가들,교수들,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펼쳐온 한국문학 저변 확대를위한 작업들이 빛을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한국문학 부흥의 여명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한불상호교류의 해가 2015년 9월 프랑스에서 시작될 예정이며 2016년 3월 한국은 파리 국제도서전에주빈국으로 참석하게 된다. 이 두 행사는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한국문학을 보다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망각의 존재임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두 행사가 끝나고 나면 한국문학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하기 충분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이 그 나라 문학에 대한 인지도 상승과 자동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일례로 이집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해서 이집트 문학이 세계적으로 비약하는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별 작품과 한국문학이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해외에서의 한국문학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학 저변확대의 내일
세계 문학 출판 시장의 추세인 완벽히 계산된 마케팅 기술,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소설 창작,대중에 영합하는 산업화된 내러티브들로는 문학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매우다행히도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창작물을 이용해 ‘스타’가 되려는 욕망이 없는 작가들이 있다는것은 역설적으로 문학 전반, 특히 한국문학에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배적인 조류에 저항할 줄 아는 것이 문학의 속성 중 하나이다. 또한 한국문학은, 그 전통문화가 한국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것만큼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때 보다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위 ‘good feel books’는 그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한국 작가들이 계속해서 훌륭한, 좋은 소설들을 선보이고 또 그만큼이나 좋은 번역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문학의 진정한 가능성일 것이다.
몇몇 주요 서점들을 비롯한 여러 서점들의 폐업, 도서 보급과 배급 산업의 집중화, 서점 내 재고의 빠른 회전율, 일간지 판매율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출판 산업의 상황은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고 하겠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소폭이긴 하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는, 지난 몇 년간 계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후의 상황이긴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두 문예지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텔레비전의 주요 문학 방송도 계속해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다량으로 쏟아지는 독자들의 문학 블로그와 그에 대한 출판사들의 관심은 모두 고무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협소한 시장 탓에 서적 관계자들은 경제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책에 좋은 처방이 문학에도 좋다고 볼 수는 없는 데 말이다.
가장 많이 팔린 책만 거론하는 현대 사회의 편협한 기호 속에서 소수 문학 혹은 접근이 힘든 작품들은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이는 최근 들어, 서점들이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팔리지 않은책들을 과거보다 더욱 빨리 반품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오늘날 서점에서의 서적의 수명은 몇 달도 채 안되거나, 심한 경우 고작 2주 정도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문학의홍보는 출판사의 편집 마케팅 전략으로만은 부족하다. 이것이 바로 출판사가 고민할 몫일 것이다.
반면 평론가, 교수 혹은 한국문학 출판 중개자들은 한 작품이 아니라, 그 작품이 속한 한국문학을 알리는 일을 맡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문학계는 더 이상 개별 작품이 그가 속한 문학을 상징
하는 시기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이는 한국문학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한 문화에 접근하는 데에, 또한 그 사회를 알게 되는 주된 수단이었던 책은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갔다. 프랑스의 통계를 보면 ‘다독가’들 사이에서도 연간 읽은 책의 숫자가 예전에는 25권이었던 수치가 20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책을 홍보하는 것과 그가 속한 문학을 홍보하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만일 프랑스의 철학자, 기호학자, 비평가, 역사학자들이 그들의 작품들을 통해 프랑스 문학을 알리지 않았다면, 프랑스 소설들이 과연 이만큼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소설, 시 등의 문학 작품들과 인문 사회 과학 분야 서적들의 어우러짐은,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의 존재를 최대로 가시화시키는 데에 자연스럽게 일조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프랑스에 한국문학사 전반을 아우르는 책이 아직 없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드크레센조 출판사는 최근 문학평론가 정명교의『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을 출판하였다. 한국문학평론서로는 프랑스에 처음 출간된 것인데 계속해서 그 계보가 이어지길 바란다.
사실, 중국, 일본 문학에 절대 뒤지지 않는 독자적 한국문학의 계보와 역사, 흐름 및 문학평등에 대해 알릴 수 있을 때 한국문학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 평론에 관한 작업들은 프랑스의 대학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혀야 한다. 박사 학위 논문, 석사 학위 논문이나 연구과제, 학술대회 등은 한국문학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과의 비교연구의 장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프랑스어 자료센터(www.keulmadang.com)의 설립은 우리의 목표로 가는 과정의 한 단계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 독자들이 프랑스어로 된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또한, 한국 두기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한국 작가들과 프랑스 독자들의 만남의 시간은 이곳 독자들이나 서점상들이 높이 평가하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기회이다. 한국문학은 출판사 홍보 작업과 문학 홍보 작업을 적절히 연계하며 세계문학 대열에 합류해나갈 것이다.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2
글 장-클로드 드 크레센조(Jean-Claude de Crescenzo) ㅣ 프랑스 액스-마르세유대학교 교수, 한국문학 문예지 《글마당》 대표.
드크레센조(Decrescenzo) 출판사 편집자. 1952년생
개별 작품 아닌 ‘한국문학’을 알려야 할 때
- 프랑스에서의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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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 일본 문학에 절대 뒤지지 않는 독자적 한국문학의 계보와 역사, 흐름 및 문학평 등에 대해 알릴 수 있을 때 한국문학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 평론에 관한 작업들은 프랑스의 대학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혀야 한다.
『춘향전』이 1892년 프랑스에서 번역된 이후, 1990년대 악트쉬드(Actes Sud), 2000년대 줄마(Zulma)에서 한국 소설들이 대거 출판되기까지, 프랑스 내 한국문학의 비약적 성장에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악트쉬드에서 첫 출판된 작가 이청준과 이문열의 뒤를 이어, 최인호, 최인훈, 김승옥, 조세희 등의 작가들도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들은 분단국가, 전쟁, 독재 등 그 당시 한국의 역사, 정치,사회적 요소가 반영된 작품들을 통하여 프랑스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진 바 없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에 기여했다.
줄마 출판사를 통해 선보이게 된 황석영, 이상, 김승옥, 김유정 등의 작품들은, 그간 프랑스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들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고, 또한, 작가 이승우, 은희경, 김영하(김영하의 작품은 피키에(Picquier) 출판사에서 출판됨)는 이와는 또 다른 성향들을 지닌 작품들을 프랑스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25년간 약 60편의 한국문학 작품이 출판되었는데, 이는 출판사당 연 평균 2~3권 꼴인 셈이다. 여기에 피키에 출판사가 2003년 이후, 매년 평균 2권 꼴로 출판한 30여 편의 한국문학 작품도 보태야 할 것이다.
당시 이 세 출판사가 시리즈로, 즉 최소 3권 이상(작품성과는 별개로 개별 번역된 작품 수는 미함) 번역서를 출간한 작가는 이문열, 이청준, 황석영이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 독자들은작가의 진정한 문학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역사에 대한 소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
게 되었다. 프랑스인들이 작품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역사적인 요소들이 한국문학의 저변 확대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하겠다.
2000년대 들어 황석영, 이승우, 김영하와 같은 작가들은 프랑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
다. 1990~2000년대 작품들의 발견, 놀라움, 이국적 느낌과 그 높은 수준은 판매부수의 증가로 이어져 드디어 진일보했다는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었지만, 얼마 후 판매부수는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출판부수도 그 뒤를 따라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2009년과 2010년에 출간된 장편소설 및 단편소설은 불과 십여 권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문학의 오늘
2013년이 되어서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해서 번역, 출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애란, 김중혁, 편혜영, 김연수, 김언수, 정영문, 박민규 등의 작품들이 서점 책장에 자리를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프랑스인들이 지금껏 한국문학에서 읽었던 작품
들의 성향과는 차이가 있었다. 문체나 서사의 구조 면에서 그들의 선배작가들과는 다른 점들을보였다. 그들의 소설은 현대사회의 고민을 바탕으로 하는 픽션들로, 문학작품 테마의 세계화라는 보다 넓은 문맥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하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판되는 작품의 수는 풍요롭고 다양해진 한국문학포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를 주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고전, 시나 소설들이 출판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국문학의 파노라마를 만들어 내기엔 충분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문학 서적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그 번역서를 거의 보기 힘들다.
프랑스 내 출판과 독서 실태에 관한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중부 유럽과 아시아권 언어 번역은 2011년 8.8%에서 2014년 11.8%로 증가한 일본 문학만 제외하고는 모두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당연 일본의 만화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만화 전문의 두 출판사는 최근 3년 사이 문을 닫았다. 영미권 작품이 전체 번역서의 60%를 족히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가장 많이 번역된 5개 어권의 작품들이 전체 번역서의 85%를 차지했다. 한국어는 0.3% 정도로 그 비율이 줄어들었다. 번역 사업 후원에 앞장서는 두 기관,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의 지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어가 프랑스 국내출판조합(SNE)의 통계수치에 들어가려면 매년 90편의 작품이 번역, 출판되어야 한다. 작년 한 해, 한국에서 출판된 프랑스 서적은 5백31권이었던 것에 반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한국 서적은 모든 장르를 망라해도 57권에 그쳤다. 최근 줄마 출판사는 더 이상 한국문학을 출간하지 않고 있으며, 악트쉬드 출판사는 매년 한 두작품을 출간하는 데 그치고 있다. 피키에 출판사만이 정기적인 출간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크 드크레센조가 운영하는 드크레센조 출판사의 경우,소설과 단편뿐만 아니라 시와 한국문학 평론, 에세이의 출간도 시작했다. 서적상에 따르면, 한국소설 판매는 항상 어렵지만, 최근의 판매동향을 보았을 때 그리 의기소침할 것까지는 없다고 한다. 도서 관계자, 즉 한국의 두 기관, 번역가들,교수들,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펼쳐온 한국문학 저변 확대를위한 작업들이 빛을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한국문학 부흥의 여명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한불상호교류의 해가 2015년 9월 프랑스에서 시작될 예정이며 2016년 3월 한국은 파리 국제도서전에주빈국으로 참석하게 된다. 이 두 행사는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한국문학을 보다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망각의 존재임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두 행사가 끝나고 나면 한국문학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하기 충분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이 그 나라 문학에 대한 인지도 상승과 자동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일례로 이집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해서 이집트 문학이 세계적으로 비약하는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별 작품과 한국문학이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해외에서의 한국문학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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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저변확대의 내일
세계 문학 출판 시장의 추세인 완벽히 계산된 마케팅 기술,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소설 창작,대중에 영합하는 산업화된 내러티브들로는 문학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매우다행히도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창작물을 이용해 ‘스타’가 되려는 욕망이 없는 작가들이 있다는것은 역설적으로 문학 전반, 특히 한국문학에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배적인 조류에 저항할 줄 아는 것이 문학의 속성 중 하나이다. 또한 한국문학은, 그 전통문화가 한국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것만큼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때 보다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위 ‘good feel books’는 그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한국 작가들이 계속해서 훌륭한, 좋은 소설들을 선보이고 또 그만큼이나 좋은 번역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문학의 진정한 가능성일 것이다.
몇몇 주요 서점들을 비롯한 여러 서점들의 폐업, 도서 보급과 배급 산업의 집중화, 서점 내 재고의 빠른 회전율, 일간지 판매율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출판 산업의 상황은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고 하겠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소폭이긴 하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는, 지난 몇 년간 계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후의 상황이긴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두 문예지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텔레비전의 주요 문학 방송도 계속해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다량으로 쏟아지는 독자들의 문학 블로그와 그에 대한 출판사들의 관심은 모두 고무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협소한 시장 탓에 서적 관계자들은 경제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책에 좋은 처방이 문학에도 좋다고 볼 수는 없는 데 말이다.
가장 많이 팔린 책만 거론하는 현대 사회의 편협한 기호 속에서 소수 문학 혹은 접근이 힘든 작품들은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이는 최근 들어, 서점들이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팔리지 않은책들을 과거보다 더욱 빨리 반품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오늘날 서점에서의 서적의 수명은 몇 달도 채 안되거나, 심한 경우 고작 2주 정도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문학의홍보는 출판사의 편집 마케팅 전략으로만은 부족하다. 이것이 바로 출판사가 고민할 몫일 것이다.
반면 평론가, 교수 혹은 한국문학 출판 중개자들은 한 작품이 아니라, 그 작품이 속한 한국문학을 알리는 일을 맡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문학계는 더 이상 개별 작품이 그가 속한 문학을 상징
하는 시기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이는 한국문학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한 문화에 접근하는 데에, 또한 그 사회를 알게 되는 주된 수단이었던 책은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갔다. 프랑스의 통계를 보면 ‘다독가’들 사이에서도 연간 읽은 책의 숫자가 예전에는 25권이었던 수치가 20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책을 홍보하는 것과 그가 속한 문학을 홍보하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만일 프랑스의 철학자, 기호학자, 비평가, 역사학자들이 그들의 작품들을 통해 프랑스 문학을 알리지 않았다면, 프랑스 소설들이 과연 이만큼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소설, 시 등의 문학 작품들과 인문 사회 과학 분야 서적들의 어우러짐은,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의 존재를 최대로 가시화시키는 데에 자연스럽게 일조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프랑스에 한국문학사 전반을 아우르는 책이 아직 없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드크레센조 출판사는 최근 문학평론가 정명교의『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을 출판하였다. 한국문학평론서로는 프랑스에 처음 출간된 것인데 계속해서 그 계보가 이어지길 바란다.
사실, 중국, 일본 문학에 절대 뒤지지 않는 독자적 한국문학의 계보와 역사, 흐름 및 문학평등에 대해 알릴 수 있을 때 한국문학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 평론에 관한 작업들은 프랑스의 대학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혀야 한다. 박사 학위 논문, 석사 학위 논문이나 연구과제, 학술대회 등은 한국문학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과의 비교연구의 장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프랑스어 자료센터(www.keulmadang.com)의 설립은 우리의 목표로 가는 과정의 한 단계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 독자들이 프랑스어로 된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또한, 한국 두기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한국 작가들과 프랑스 독자들의 만남의 시간은 이곳 독자들이나 서점상들이 높이 평가하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기회이다. 한국문학은 출판사 홍보 작업과 문학 홍보 작업을 적절히 연계하며 세계문학 대열에 합류해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