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그리운 것들, 그리운 것들 -명동백작 박인환 시인

고희의 청년작가 한수산

남과 북의 연극사에서 오랫동안 지워진 존재 - 극작가 함세덕과 말하다

린다 엘러비와 99 마리의 양

특집을 기획하며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 1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2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3

동아시아 문학포럼 1기 순환고리 완성, 다시 미래를 향하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는 33인의 성주(城主)들 대산문학상, 풍성한 가을걷이를 향해 출발 젊은 작가들의 담백한 풍경과 개성을 선하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시1 시2

카이로스의 머리카락 이태원에서

넋이로세 넋이로세

컴퓨터 글쓰기와 퇴고 독서, 책 읽는 버릇 번역의 다채로움에 대하여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텍스트의 위기와 이유 없는 침묵

한국전쟁과 김수영의 생환

풍자의 가장 자유로운 방식

권장도서 바람을 탄 가난한 이웃들의 이야기

무명(無名)을 자처한 선비의 조선후기 사회평론

욕망과 좌절과 위안이 담긴 우리가 읽은 세계 위인전

「2015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지원대상작 선정」외

시

시2

이제니 ㅣ 시인. 1972년생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등

바닥을 향하는 서늘함

여기저기 여름 꽃이 많이 피었다. 흰 꽃을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티 없이 무람없이 환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서늘함이 있다. 바닥을 향하는 서늘함.
투명하고 빈 공간이 있는 하얀색이다. 죽음 직전의
명징한 정신이 그럴까. 죽음 이후의 눈꺼풀 속
어둠이 그럴까.

글자로 된 것들은 다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사라지는 듯 쌓여가는 것들을 본다.

젖은 것은 검은 것이었고

땅으로 내려앉는 것이 있다.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있다. 젖은 것은 검은 것이었고 바닥을 향하는 서늘함이 있다.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얼룩으로 눈길을 돌린다.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공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기억을 환기한다.
그림자를 통해 자연의 정수를 재현해내려고 했습니다. 원근법을 이용하여 낯선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음악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감정을 덧입은 얼굴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감동과 희열이 뒤섞인 기나긴 여정 속에 있다.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삶과 죽음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과는 무관하다. 새로운 신호 체계에 의해 발이 묶여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방향을 지시하는 일에 골몰한다. 창문이나 지붕의 형태를 달리하면 시간의 양식 또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루려는 주제와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필요악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목록에서 제거한다. 삶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직관과 혜안이 필요합니다. 폐허와 신세계 사이를 오가고 있다. 숨 쉬듯 내뱉을 수밖에 없는 말이 있습니다. 타자에 의해 행동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내면은 자유롭게 흐르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속을 걸어간다. 잿빛 먼지가 쌓여 있는 공간이 출현한다. 노출되기 쉬운 감정이 있습니다. 되풀이되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방할 수없는 고유한 영역을 확보한다. 가면 뒤의 또 다른 가면을 벗겨냅니다.
사육 주간에 열리는 카니발과도 같습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것은 언젠가 함께 나누었던내면의 빛이다. 땅으로 내려앉는 것이 있다.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있다. 젖은 것은 검은 것이었고 바닥을 향하는 서늘함이 있다. 어제의 얼룩으로 눈길을 돌린다. 도착할 수 없는 빛을 향해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꿈과 현실의 경계로부터 물러났고

장례식 종이 울린다.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죽어버린 너와 살아남은 내가 조화롭게 배치된다. 우리의 노래는 희망의 송가로 귀결된다. 우리의 리듬은 물빛의 잔상으로 흘러간다. 꿈과 현실의 경계로 부터 물러난다. 너의 꿈은 나의 현실이다. 단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작게 보일 뿐입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모든 것은 다 똑같은 구조를 지닌다. 종이 위에 서로의 장단점을 적어 내려간다. 내적인 세계의 완성을 도모한다. 새로운 관계 맺기를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고심의 흔적들이 종이 위에 낭자하다. 사라져가는 음은 지워져가는 시간을 암시한다. 차곡차곡 쌓아온 기억들이 미래를 위한 공간 속으로 모여든다. 될 수 있으면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죽음 이후의 눈꺼풀 속 어둠을 상상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내린다. 후회와 반성의 입말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건넨다. 너와 나의 자리는 매번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각적으로 표현되는 오래된 감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마음에 마음을 안착시키는 요소가 있다. 온도와 압력을 가해 기억을 증발시킨다. 자연을 몸 가까이 느끼며 불확실한 존재로 변모해간다. 오래되고 숙성된 것에는 시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다. 본래의 자아란 없기 때문이다. 불변하는 존재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공유하지 못한 채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막다른 길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을 떨치기로 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현재를 깨달아야 합니다. 더 깊게 호흡할 생각입니다. 오래된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발성을 익힌다. 독자적인 발상을 지속한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기도 합니다. 너의 꿈은 나의 현실이다.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다시 살아갈수 있습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로부터 나아간다. 내면의 축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