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그리운 것들, 그리운 것들 -명동백작 박인환 시인

고희의 청년작가 한수산

남과 북의 연극사에서 오랫동안 지워진 존재 - 극작가 함세덕과 말하다

린다 엘러비와 99 마리의 양

특집을 기획하며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 1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2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3

동아시아 문학포럼 1기 순환고리 완성, 다시 미래를 향하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는 33인의 성주(城主)들 대산문학상, 풍성한 가을걷이를 향해 출발 젊은 작가들의 담백한 풍경과 개성을 선하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시1 시2

카이로스의 머리카락 이태원에서

넋이로세 넋이로세

컴퓨터 글쓰기와 퇴고 독서, 책 읽는 버릇 번역의 다채로움에 대하여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텍스트의 위기와 이유 없는 침묵

한국전쟁과 김수영의 생환

풍자의 가장 자유로운 방식

권장도서 바람을 탄 가난한 이웃들의 이야기

무명(無名)을 자처한 선비의 조선후기 사회평론

욕망과 좌절과 위안이 담긴 우리가 읽은 세계 위인전

「2015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지원대상작 선정」외

창작 후기

책은 멋진 인연의 집합체

글 문부일 ㅣ 소설가, 동화작가. 1983년생
청소년소설 『찢어, Jean』『우리는 고시촌에 산다』『불량과 모범 사이』 등

청소년소설 『불량과 모범 사이』

세 번째 책 『불량과 모범 사이』가 출간된다. 책을 준비하던 시간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2013년, 장편소설을 편집자의 의견을 듣고 수정했지만 연말이 되어도 출간 결정이 나지 않았다. 완성하지 못해 출판이 안 된다면 자신감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원고를 열심히 쓰는 것뿐이었다.
폭설이 내리는 추운 겨울, 모교 도서관에 앉아 카페라테를 마시며 단편을 썼다. 단편은 장편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피곤하면 소파에 누워 쪽잠을 청하고, 일어나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를 반복했다. 따뜻한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했고, 문장이 여백을 채워갈수록 앞날에 대한 불안도 사라져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만은 뜨거웠다.
청소년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청소년기의 나와 마주할 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과학실에서의 추억이 없었다면 「그녀를 사수하라!」를 쓸 수 없었다. 과학실에서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라면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나만의 아지트였다. 과학실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그렇게 스무 살 이후의 멋진 삶을 상상하며 고단한 시기를 버텼다. 「현재진행형」은 히치하이킹을 했던 경험이 담겨 있다. 차를 얻어 타고 가는 동안 어른들이 들려준 세상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학교 울타리 밖이 몹시 궁금해, 공부 대신 또래들이 하지 않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했다. 그 덕분에 지금 청소년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믿는다. 「주민 여러분의 선택은」은 작업반장을 오랫동안 했던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할머니를 보며, 자기연민에 시달리지 않는 삶의 자세를 배웠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팍팍한 시간을 씩씩하게 버티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단편 여섯 편을 끝내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았다. 등장인물 모두 불량과 모범이라는, 우리 사회가 만든 기준 앞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그런 까닭에 제목을 ‘불량과 모범 사이’라고 붙였다.
책을 준비하는 동안 등단 직후가 가끔 떠올랐다. 문학 이론 공부를 하지 않았고, 습작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등단해, 역량 있고 끼 넘치는 또래 작가들을 만나면 주눅 들 때가 많았다. 극복하는 방법은 딱 하나, 또 쓰는 것뿐이었다. 책 세 권을 출간하면서 원고를 끝없이 고쳤다. 그 과정에서, 작품이 반짝거리지 않아도, 주목받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꾸준히,우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은, 작품 속에 투영된 내 자신과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 아닐까. 글을 쓰다보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을 찾으려고 주변을 눈여겨보는 동안 사람들의 진심을 알게 돼, 편협한 시선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문학의 도움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문학과 소중한 인연이 닿아 정말 감사하다.
좋은 인연의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게 얽히지 않았다면, 내 힘만으로는 책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터닝포인트가 필요할 때마다 손을 내밀어준 ‘대산문화재단’, 완벽한 집필 공간인 ‘소설가의 방’을 지원해준 명동 ‘프린스호텔 서울’, 늘 격려해주는 가족, 원고를 읽고 따스한 조언을 해주는 지인들,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신 은사님들, 출판사 ‘뜨인돌’과 열정 넘치는 여은영 편집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책은 멋진 인연의 집합체다.

※ 『불량과 모범 사이』는 재단의 대산창작기금을 받아 뜨인돌 출판사에서 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