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연극사에서 오랫동안 지워진 존재 - 극작가 함세덕과 말하다
특집을 기획하며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 1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2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3
동아시아 문학포럼 1기 순환고리 완성, 다시 미래를 향하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는 33인의 성주(城主)들 대산문학상, 풍성한 가을걷이를 향해 출발 젊은 작가들의 담백한 풍경과 개성을 선하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넋이로세 넋이로세
글 박상률 ㅣ 소설가. 1958년생
시집 『진도아리랑』, 소설 『봄바람』, 동화집 『미리 쓰는 방학 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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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징 소리가 났다. 징 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계속 울렸다. 간간이 사람이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사람이 흐느끼는 것 같은 아쟁 소리도 구슬프게 이어졌다.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줄을 몰랐더니
오늘보니 넋이로세
바다에 빠져 죽은 이들의 넋을 건져내는 굿을 하고 있었다. 임굿이니 혼건지기굿이니 넋건지기굿이니 하는 씻김굿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임시로 만든 교회당에서, 성당에서, 법당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봄날, 잔뜩 들뜬 가슴을 안고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탄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배의 이름은 세월호. 세월호는 인천을 떠나 제주로 가다가 진도 앞바다를 지나는 중이었다. 진도에서도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를 지나가는 중이었다. 그 배에 탔던 승객들 가운데 3백 명이 넘게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수학여행 가던 고등학생들이었다.
지척에 아이를 두고 보지 못하는 이내 심정
보고파라 우리 아이 안 보이네 볼 수 없네
자느냐 누워 있느냐 애가 타게 불러 봐도
대답 없는 우리 아이 간 곳을 못 찾겄네
아이고 대고 어허 흥~ 성화가 났네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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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흥타령 가락에 실은 단골무당의 노랫말은 바다에 빠져 죽은 아이를 둔 부모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굿을 보는 사람들 모두 훌쩍였다.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종교가 달랐다. 그래서 저마다 믿는 종교단체에서 설치한 장소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밖에서 굿판이 벌어지자 몰려 나왔다. 처음엔 밖이 소란스러워서 나와 보았다. 하지만 단골무당의 노래에, 그 노래를 받쳐주는 악기의 가락에 다들 훌쩍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든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슬프고 서럽고 억울하기 때문이었다. 단골무당이 부르는 굿판의 가사는 부모 심정 그대로이고, 가락 또한 슬프기로 유명한 남도 흥타령이었다. 그러니 제 아무리 심장이 두터운 사람이라 해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들 훌쩍이는 판국인데 갑자기 굿판 한 쪽이 시끄러워졌다.
“놔 두란 말이여!”
“이러면 안 돼!” “내 새끼가 저 바다 속에 있는데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야 돼? 그건 더 안 돼!”
“그런다고 애가 돌아올 것도 아니잖아.”
“내가 데리러 가면 돌아올 줄 알어?”
한 아주머니가 바다로 뛰어들려 하고, 한 아저씨가 말리는 중이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인 모양이었다.
“굿을 한다고 아이가 살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가서 직접 데려올 거야!”
“당신까지 이러면 나는 무슨 힘으로…….”
말리던 아저씨도 맥이 풀리는지 그냥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주머니도 마지못한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주머니는 두 다리를 뻗고 멍한 표정으로 바닷물을 바라보았다. 두 발이 풀려잘 걷지도 못하면서 내달렸던 것이다.
굿을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바닷가로 우르르 몰려갔다. 바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실거리는 파도만 밀려왔다 밀려갔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에 갈매기만 대꾸하듯 울음소리를 내며 날았다.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게 난 뒤 장구가 느릿느릿 장단을 맞추었다. 단골무당이 분위기를 더 가라앉히는 소리를 했다.
(후략)
* 본 원고의 전문은 <대산문화> 2015년 가을호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