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과 스웨터와.... 징검다리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서정시로 쓴 마음의 신화 - 시인 김명인 선생과의 만남
탈경계 시대, 우리 안의 경계들 언어의 소통과 경계 허물기 연말정산과 피케티 동포로서의 타자,타자로서의 동포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송곳처럼 빛날 그날을 향한 출발 문화를 흔들고 문명을 움직이게 하는 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 제13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해외문학기행
기획특집
연초부터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연말정산 파동을 보면서 필자는 한동안 여러 의문이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하는 경제부처의 엘리트 관료들이 대다수 직장인들의 이런 반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우선 의아스러웠고, 세수 확대라는, 목적은 동일한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금연이라는 소극적이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던 국민들이 실제 세수 증가의 크기로는 그에 한참 모자라는 연말정산 방식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적극적이고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소위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주류 경제학 이론은 기본적으로 대표적 경제주체(representative agent)를 가정하는데, 이 주체는 항상 합리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합리성 가정은 대개 장기간에 걸쳐,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의미이므로 이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는할 수 없다. 시카고학파의 대표 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표현대로, 사람들이 당구를 치면서 사인, 코사인 함수와 마찰력 등을 다 감안하고 칠 순 없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그러한 원리를 습득하게 되고 따라서당구 고수처럼 합리적(?)으로 공을 치게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면 경제주체의 합리성 가정 자체를 너무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자들이 혹은 경제관료들이 일반 직장인들을 조삼모사의 원숭이행태를 보인다고 무시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마음이 많이 상했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걷고 조금만 돌려주는 것과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기에 이자율 개념까지 도입하여 무지한 중생들을 계몽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완벽하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는 아직 주류 경제학에 입성은 못하였지만 다수의 노벨경제학상수상자를 배출한 이론인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경제학과 심리학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아주 단순화해서 보면 경제학이론으로 설명이 잘 안 되는 문제에 대해서 심리학이론에 기반하여 설명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연말정산 문제에서 행동경제학 접근법을 차용하여 설명하면 애초에 아직 당구의 고수가 아닌평범한 사람들의 경우에 조삼모사가 심리적 안정감, 위험회피성향의 차이 등의 이유로 얼마든지나타날 수 있으며, 그들 입장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달에 몇만원씩 적게 내다가 2월에 수십 만 원을 더 내는건 경제이론에서는 수익과 비용이 동일한 조건일지 몰라도 계속 증가하는 생활비 대비 수 년 째오르지 않는 월급으로 생활해야 하는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저항감이 들며, 이는 한 번에 많은 손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위험회피도가 주류 경제이론에서 가정하는 것 보단 훨씬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의 ‘손실회피(loss aversion)’성향이라고 부른다. 왜 사람들마다 위험회피도가 이질적인가에 대한 일반적인 정답은 가능하지않지만, 필자가 보기엔 대다수 국민들의월 가처분소득이 생활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에 발생하는 큰 손실(loss)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이전에 쥐꼬리만큼 적게 공제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효용(benefit)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주위에 정말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연말정산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걸 보면 이들이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과 같이 장기의 시계(time horizon)를 가진 합리적 주체일 것 같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필자는 엘리트 경제관료들에 대해 가졌던 의구심에 대해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일반 직장인은 합리적인 경제주체이지, 다양한 삶의 조건 하에서이질적인 위험선호도를 가진 생활인으로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닐까. 언제 해고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직장에서 불충분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직장인에게 장기의 시계를 가진 합리적 존재는 애초부터 딴 나라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금을 계산하는 통계모형도 지나치게 합리적이어서 현실의 우리와는 다른 비현실적인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을지 모른다. 가처분소득 차이, 변동 등 다양한 조건을 가진 이질적인 경제주체들을 모형에 투입해서 결과를 도출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세금 부과의 결과를 평가해 보았다면 세금을 다시 정산해야 하는 사단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 부작용이 덜했을 것 같다. 옛날처럼 컴퓨터 성능도 낮고, 데이터 수집도 여의치 않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하던 너무 단순한 경제/통계 모형에 우리의 정책담당자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아쉬움이 든다.
과거의 경제학이 여러 제약으로 지극히 단순화된 모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제 변화한 ICT 인프라 환경 하에서 분석방법은 ‘깊고 넓은 데이터(deep & big data)’ 기반 방식으로 달라져야 하며, 수집 대상 데이터는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기반과 조건을 고려해서 선정되어야 한다. 신용등급처럼 단순한 숫자로 소득에 따라 사람들을 그룹화 하는 대신 다양한 유형,근무경력, 가처분소득의 수준/안정성, 평균 생활비,월급 대비 환급액 수준 등을 기준으로 다양한 표본을 만들어서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반응을 확인해보는 실험적 시뮬레이션 방식이 현재의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방식은 아닐 것이다. 원래 오래 고착화된 생각은 바뀌기 어려운 것일테지만 국민들에게만 창조적으로 되라고 강요하기전에 관료들부터 창조성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는 너무 지나친 것일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새로운 것의 창조는 대부분 사고의 경계나 기존 사고의 파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높으신 분들에게 깜찍한 충언을 하나 하자면, 기재부 세제실에도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 전공한 사람들 말고 심리학, 인구학, 사회학 전공한 사람들이 한 두 명이라도 있었으면 조삼모사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단지 무식해서 그런 게 아니고제한된 월 소득으로 인한위험회피도의 차이로 좀 더 친절하게 헤아려 줄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경험에서도 나타나듯이,세금이 꼭 경제적인 문제라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공평, 공정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걷는 방법에 대해서라도 조언이가능할 것 같다. 더 이상 거위 털 뽑는다거나 조삼모사의 원숭이 같다라는 식의 인간 비하 발언은 좀 자제해주시고…….
한 가지 덧붙여, 작년 피케티 열풍이 불어 닥쳤을 시기에 우리가 놓친 게 하나 있다면 우리나라의 근시안적 학문적 풍토에 대한 자성일 것이다. 국내 학문 풍토에서는 피케티의 주장을 즉자적으로 비판하는 학자는 수 없이 배출할 수 있을지라도 피케티와 같이 방대한 장기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가장 기본적인 경제이론의 수식에다 인문학적 통찰을 연결하여 우리 시대의 삶과 불평등의 의미를 제시하는 연구를 하는 학자를 배출하기엔 난망하기 때문이다. 논문의 질 보단 양, 단기 성과주의, 수식으로만 표현되는 그리스 문자 경제학 등으로 설명되는 한국적 경제학 풍토에서 제인 오스틴과 발자크의 시대상을 경제적 함의로 풀어내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인정받기는커녕 밥그릇을 유지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연말정산과 피케티가 다루는 문제는 결국 소득불평등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이 문제는 경제학만의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실업, 가난의대물림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여건에 대한 누적된 불만, 불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 심리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투입과 산출이 같으니 동일하다는 식의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하거나 정책을 수립할 경우 또 다시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누적된 불만과 불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는 시간에 걸쳐 누적되어 증가해 나가며, 다시 감소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점을 정책 입안자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피케티가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당대의 사회 과학적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경제학과 물리학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복잡계과학(Complexity science)의 대가중 한 사람인 마크 뷰캐넌은 “버블과 붕괴와 같은 금융 위기는 자연과학적 접근법으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왜 그러한 위기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재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방만한 마음 또는 느슨해짐(loosening)과 같은 인류의 본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우리가 아직 잘 풀지 못 하는 많은 문제들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넘어서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연말정산과 피케티
이승국 ㅣ B&MC컨설팅 파트너. 1970년생
저서 『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신용리스크 측정과 관리』 『금융리스크 측정과 관리』 등
탈경계 시대, 우리 안의 경계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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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주류 경제학 이론은 기본적으로 대표적 경제주체(representative agent)를 가정하는데, 이 주체는 항상 합리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합리성 가정은 대개 장기간에 걸쳐,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의미이므로 이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는할 수 없다. 시카고학파의 대표 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표현대로, 사람들이 당구를 치면서 사인, 코사인 함수와 마찰력 등을 다 감안하고 칠 순 없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그러한 원리를 습득하게 되고 따라서당구 고수처럼 합리적(?)으로 공을 치게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면 경제주체의 합리성 가정 자체를 너무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자들이 혹은 경제관료들이 일반 직장인들을 조삼모사의 원숭이행태를 보인다고 무시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마음이 많이 상했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걷고 조금만 돌려주는 것과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기에 이자율 개념까지 도입하여 무지한 중생들을 계몽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완벽하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는 아직 주류 경제학에 입성은 못하였지만 다수의 노벨경제학상수상자를 배출한 이론인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경제학과 심리학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아주 단순화해서 보면 경제학이론으로 설명이 잘 안 되는 문제에 대해서 심리학이론에 기반하여 설명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연말정산 문제에서 행동경제학 접근법을 차용하여 설명하면 애초에 아직 당구의 고수가 아닌평범한 사람들의 경우에 조삼모사가 심리적 안정감, 위험회피성향의 차이 등의 이유로 얼마든지나타날 수 있으며, 그들 입장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달에 몇만원씩 적게 내다가 2월에 수십 만 원을 더 내는건 경제이론에서는 수익과 비용이 동일한 조건일지 몰라도 계속 증가하는 생활비 대비 수 년 째오르지 않는 월급으로 생활해야 하는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저항감이 들며, 이는 한 번에 많은 손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위험회피도가 주류 경제이론에서 가정하는 것 보단 훨씬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의 ‘손실회피(loss aversion)’성향이라고 부른다. 왜 사람들마다 위험회피도가 이질적인가에 대한 일반적인 정답은 가능하지않지만, 필자가 보기엔 대다수 국민들의월 가처분소득이 생활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에 발생하는 큰 손실(loss)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이전에 쥐꼬리만큼 적게 공제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효용(benefit)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주위에 정말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연말정산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걸 보면 이들이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과 같이 장기의 시계(time horizon)를 가진 합리적 주체일 것 같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필자는 엘리트 경제관료들에 대해 가졌던 의구심에 대해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일반 직장인은 합리적인 경제주체이지, 다양한 삶의 조건 하에서이질적인 위험선호도를 가진 생활인으로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닐까. 언제 해고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직장에서 불충분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직장인에게 장기의 시계를 가진 합리적 존재는 애초부터 딴 나라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금을 계산하는 통계모형도 지나치게 합리적이어서 현실의 우리와는 다른 비현실적인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을지 모른다. 가처분소득 차이, 변동 등 다양한 조건을 가진 이질적인 경제주체들을 모형에 투입해서 결과를 도출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세금 부과의 결과를 평가해 보았다면 세금을 다시 정산해야 하는 사단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 부작용이 덜했을 것 같다. 옛날처럼 컴퓨터 성능도 낮고, 데이터 수집도 여의치 않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하던 너무 단순한 경제/통계 모형에 우리의 정책담당자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아쉬움이 든다.
과거의 경제학이 여러 제약으로 지극히 단순화된 모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제 변화한 ICT 인프라 환경 하에서 분석방법은 ‘깊고 넓은 데이터(deep & big data)’ 기반 방식으로 달라져야 하며, 수집 대상 데이터는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기반과 조건을 고려해서 선정되어야 한다. 신용등급처럼 단순한 숫자로 소득에 따라 사람들을 그룹화 하는 대신 다양한 유형,근무경력, 가처분소득의 수준/안정성, 평균 생활비,월급 대비 환급액 수준 등을 기준으로 다양한 표본을 만들어서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반응을 확인해보는 실험적 시뮬레이션 방식이 현재의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방식은 아닐 것이다. 원래 오래 고착화된 생각은 바뀌기 어려운 것일테지만 국민들에게만 창조적으로 되라고 강요하기전에 관료들부터 창조성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는 너무 지나친 것일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새로운 것의 창조는 대부분 사고의 경계나 기존 사고의 파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높으신 분들에게 깜찍한 충언을 하나 하자면, 기재부 세제실에도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 전공한 사람들 말고 심리학, 인구학, 사회학 전공한 사람들이 한 두 명이라도 있었으면 조삼모사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단지 무식해서 그런 게 아니고제한된 월 소득으로 인한위험회피도의 차이로 좀 더 친절하게 헤아려 줄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경험에서도 나타나듯이,세금이 꼭 경제적인 문제라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공평, 공정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걷는 방법에 대해서라도 조언이가능할 것 같다. 더 이상 거위 털 뽑는다거나 조삼모사의 원숭이 같다라는 식의 인간 비하 발언은 좀 자제해주시고…….
한 가지 덧붙여, 작년 피케티 열풍이 불어 닥쳤을 시기에 우리가 놓친 게 하나 있다면 우리나라의 근시안적 학문적 풍토에 대한 자성일 것이다. 국내 학문 풍토에서는 피케티의 주장을 즉자적으로 비판하는 학자는 수 없이 배출할 수 있을지라도 피케티와 같이 방대한 장기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가장 기본적인 경제이론의 수식에다 인문학적 통찰을 연결하여 우리 시대의 삶과 불평등의 의미를 제시하는 연구를 하는 학자를 배출하기엔 난망하기 때문이다. 논문의 질 보단 양, 단기 성과주의, 수식으로만 표현되는 그리스 문자 경제학 등으로 설명되는 한국적 경제학 풍토에서 제인 오스틴과 발자크의 시대상을 경제적 함의로 풀어내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인정받기는커녕 밥그릇을 유지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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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경제학과 물리학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복잡계과학(Complexity science)의 대가중 한 사람인 마크 뷰캐넌은 “버블과 붕괴와 같은 금융 위기는 자연과학적 접근법으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왜 그러한 위기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재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방만한 마음 또는 느슨해짐(loosening)과 같은 인류의 본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우리가 아직 잘 풀지 못 하는 많은 문제들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넘어서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