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소설 「봄·봄」 이어쓰기 「봄·봄」이어쓰기 1 ｜봄·봄하다 「봄·봄」이어쓰기 2｜봉필영감 제 꾀에 넘어갔네 「봄·봄」이어쓰기 3｜봄밤 「봄·봄」 이어쓰기 4 ｜ 발산 「봄·봄」이어쓰기 5｜하지 지나 백로
일산, 오래된 누옥의 시간과 젊고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정화된 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보이지 않는 초고
첫 번째｜연애소설 두 번째｜토지문화관이 만들어낸 시공간 세 번째｜ 도구에서 연장이 되는 순간 네 번째｜딴짓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1｜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선정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2 ｜이탈리아 작가 에리 데 루카와의 만남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3 ｜선을 그으며 따라간 장면의 파편들
장서표 산책
문학평론가 박철화
오랜만에 박철화를 만났다. 그리고 놀랐다. 근황을 물어보니 10여 년 동안 재직했던 학교의 교수직을 근년에 던졌다는 것이다. 머물러 있음을 거부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힘들어 하는 그의 성정을 알고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사직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 요즘 박철화는 그의 ‘글쓰기의 원천’이었던 문학평론가 고 ‘김현’의 회고록 형식을 빌려 문학의 위기와 전망에 대해 쓰고 있다. 모 문예지에 연재를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박철화는 김현의 마지막 제자였다. 그가 불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대학신입생때 우연히 김현의 저서를 접하고 나서였다. 그는 그 글에서 대학 3학년 때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리포트해서 선생의 눈에 들었다거나, 선생의 연구실에서 독대하며 공부했던 에피소드등을 통해 스승과 자신의 삶과 문학을 잔잔히 이야기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그는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기 전까지 줄곧 그 곳에서 보냈다. 10남매의 장남이었던 그의 부친은 공무원이었다. 박봉으로 그 많은 가족을 건사해야 했으니 늘 어깨가 무거웠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린 그도 힘들었다. 그는 집을 탈출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를 떠나 더 낯선 세상으로 가고 싶었다.
대부분의 문인들이 그렇듯이 그도 청소년기에 세계문학 전집을 통해 문학을 접했다. 특히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책은 계몽사 명작전집에서 만났던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였다. 그는 이 소설을 미친 듯이 좋아했는데 자신의 가출을 구체화할 수 있어서였다. 그가 대학 전공을 불문학으로 정한 것은 앞에서 얘기한 김현 선생 때문이기도 했지만,어릴 적부터 오랜 꿈이었던 ‘이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갈 수 있음’에 근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떠날 수 있었다. 약사였던 여동생의 도움으로 떠난 유학의 길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마치자마자 모국어가 단절된 글쓰기의 어려움을 겪으며 ‘세계인의 삶’과‘글 쓰는 자의 삶’을 고민하다가 귀국을 했다. 그리고는 또 어딘가를 늘 떠날 궁리를 하며 살고 있다. 1989년 《현대문학》에 ‘황지우론’으로 등단한 그는 1992년 평론집 『감각의 실존』을 시작으로 5권의 평론집을 상재했으며 ‘단 프랑크’의 장편소설 『보엠』 등 많은 문학작품과 어린이 책을 번역했다.
박철화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1998년에는 『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아마 그 즈음에 그와 첫 대면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박철화를 문학평론가가 아닌 소설가로 처음 만난 것이었다. 그의 첫인상은 그의 예리한 지성과 어울리지 않게 큰 덩치에 순박한 외모 때문에 좋아보였다.
그 무렵 나는 그에게 큰 도움을 받은 일이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정보와 자료를 찾기 어려운 시절이었던 그 때, 장서표에 관련된 프랑스어 원서를 그가 번역을 해주어서 큰 보탬이 되었었다.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大風大雪高唐路 一劍一琴千里人’
10여 년 전에 새긴 그의 장서표에는 조선 중기의 시인 ‘임제’의 호방한 시구가 들어 있다. 그는 자신의 사주에 역마살과 ‘외로울 고’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삶이 그와 같을 성 싶다면서 그 시구를 넣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비재 때문에 그의 장서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국악인의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그의 다음 장서표를 기약한다
고독한 단독자
글과 판화 남궁산 ㅣ 판화가. 1961년생
생명연작 판화와 '장서표'(EX-LIBRIS)제작에 몰두, 저서 『생명, 그 나무에 새긴 노래』『인연을 새기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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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박철화
오랜만에 박철화를 만났다. 그리고 놀랐다. 근황을 물어보니 10여 년 동안 재직했던 학교의 교수직을 근년에 던졌다는 것이다. 머물러 있음을 거부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힘들어 하는 그의 성정을 알고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사직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 요즘 박철화는 그의 ‘글쓰기의 원천’이었던 문학평론가 고 ‘김현’의 회고록 형식을 빌려 문학의 위기와 전망에 대해 쓰고 있다. 모 문예지에 연재를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박철화는 김현의 마지막 제자였다. 그가 불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대학신입생때 우연히 김현의 저서를 접하고 나서였다. 그는 그 글에서 대학 3학년 때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리포트해서 선생의 눈에 들었다거나, 선생의 연구실에서 독대하며 공부했던 에피소드등을 통해 스승과 자신의 삶과 문학을 잔잔히 이야기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그는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기 전까지 줄곧 그 곳에서 보냈다. 10남매의 장남이었던 그의 부친은 공무원이었다. 박봉으로 그 많은 가족을 건사해야 했으니 늘 어깨가 무거웠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린 그도 힘들었다. 그는 집을 탈출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를 떠나 더 낯선 세상으로 가고 싶었다.
대부분의 문인들이 그렇듯이 그도 청소년기에 세계문학 전집을 통해 문학을 접했다. 특히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책은 계몽사 명작전집에서 만났던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였다. 그는 이 소설을 미친 듯이 좋아했는데 자신의 가출을 구체화할 수 있어서였다. 그가 대학 전공을 불문학으로 정한 것은 앞에서 얘기한 김현 선생 때문이기도 했지만,어릴 적부터 오랜 꿈이었던 ‘이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갈 수 있음’에 근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떠날 수 있었다. 약사였던 여동생의 도움으로 떠난 유학의 길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마치자마자 모국어가 단절된 글쓰기의 어려움을 겪으며 ‘세계인의 삶’과‘글 쓰는 자의 삶’을 고민하다가 귀국을 했다. 그리고는 또 어딘가를 늘 떠날 궁리를 하며 살고 있다. 1989년 《현대문학》에 ‘황지우론’으로 등단한 그는 1992년 평론집 『감각의 실존』을 시작으로 5권의 평론집을 상재했으며 ‘단 프랑크’의 장편소설 『보엠』 등 많은 문학작품과 어린이 책을 번역했다.
박철화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1998년에는 『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아마 그 즈음에 그와 첫 대면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박철화를 문학평론가가 아닌 소설가로 처음 만난 것이었다. 그의 첫인상은 그의 예리한 지성과 어울리지 않게 큰 덩치에 순박한 외모 때문에 좋아보였다.
그 무렵 나는 그에게 큰 도움을 받은 일이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정보와 자료를 찾기 어려운 시절이었던 그 때, 장서표에 관련된 프랑스어 원서를 그가 번역을 해주어서 큰 보탬이 되었었다.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大風大雪高唐路 一劍一琴千里人’
10여 년 전에 새긴 그의 장서표에는 조선 중기의 시인 ‘임제’의 호방한 시구가 들어 있다. 그는 자신의 사주에 역마살과 ‘외로울 고’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삶이 그와 같을 성 싶다면서 그 시구를 넣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비재 때문에 그의 장서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국악인의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그의 다음 장서표를 기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