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소설 「봄·봄」 이어쓰기 「봄·봄」이어쓰기 1 ｜봄·봄하다 「봄·봄」이어쓰기 2｜봉필영감 제 꾀에 넘어갔네 「봄·봄」이어쓰기 3｜봄밤 「봄·봄」 이어쓰기 4 ｜ 발산 「봄·봄」이어쓰기 5｜하지 지나 백로
일산, 오래된 누옥의 시간과 젊고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정화된 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보이지 않는 초고
첫 번째｜연애소설 두 번째｜토지문화관이 만들어낸 시공간 세 번째｜ 도구에서 연장이 되는 순간 네 번째｜딴짓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1｜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선정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2 ｜이탈리아 작가 에리 데 루카와의 만남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3 ｜선을 그으며 따라간 장면의 파편들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2 ｜이탈리아 작가 에리 데 루카와의 만남
정리 ㅣ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에리 데 루카(Erri de luca) ㅣ 이탈리아 작가, 성서번역가, 등반가. 1950년생
소설 『나비의 무게』 『라파니엘로의 날개』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 등
|
“내일 쓰게 될 글이 가장 아름다운 글이 될 것”
- 이탈리아 작가 에리 데 루카와의 만남
에리 데 루카는 등반가답게 굵은 손마디를 가진 작가였다. 또한 큰 키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작가였다. 그의 첫인상 때문에 우리 수상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터뷰의 시작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무거운 공기가 질문과 답변 사이의 간극을 채웠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이 노작가는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멀리서 온 한국의 손님들을 위해 이탈리아 카니발 과자인 프라페 꾸러미를 풀어 하나씩 손수 건네주었다. 할아버지가 손주들을 챙기는 것과 다를 것 없었던 그 환대에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고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생인 에리 데 루카는 기계공, 트럭운전사, 미장이 등 여러 일을 하다가 스무 살 때 쓴 소설 『지금, 이곳은 아닌』을 마흔 살에 발간하며 데뷔했다. 사실 에리 데 루카를 작가로만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등반가, 성서번역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 등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해왔으며 2011년에는 에리 데 루카 재단을 설립하고 환경 문제와 정치에 대한 발언도 줄곧 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의 중심은 역시 ‘글쓰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들은 지난 20년간 이탈리아어를 가장 잘 다루는 작가로 꼽혀온 에리데 루카를 주한이탈리아문화원, 번역가 베네데타 메를리니의 도움으로 2월 8일 이탈리아 로마에 소재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수 상 자 작년 가을 한국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독자들이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혹시 한국 문학이나 문화를 접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에리 데 루카 아쉽게도 아직까지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네요. 다만 취미로 암벽을 타곤 하는데, 예전에 한국인 등반가와 잠시 동행한 적이 있었어요. 아직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해보진 못했지만, 한국은 지형적인 면에서 이탈리아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반도인데다 산과 바다가 많지요.
수 상 자 선생께서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출발 지점에서 ‘어떤 작가’가 되기를 꿈꾸셨는지, 현재는 ‘어떤 작가’인지,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에리 데 루카 글쓰기는 ‘계속 공부하는 것’입니다. 역사와 이야기는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글쓰기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좋은 취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저는 항상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씁니다. 제가 생각하고, 보고, 느끼는 것에서 소재를 찾아요. 제게 있어 글쓰기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해보는 작업입니다. 때문에 편하고 재미있게 소설을 쓸 수 있어요. 모두 나의 이야기이지만 늘 내용이나 제목이 달라집니다. 모든 이야기는 계속해서 새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아름다움 또한 늘 갱신되지요. 저는 여태까지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직 쓰지 않았습니다. 내일 쓰게 될 글이 항상 가장 아름다운 글이 될 겁니다 (웃음).
수 상 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 성서 번역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고문, 등반가 등 선생께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 가운데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작품을 창작하시는 비결이 있는지요. 그리고 그 중에서 선생의 문학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활동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에리 데 루카 제게 있어 글쓰기와 외부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이전부터 저는 다양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반대로, 다양한 일들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글을 써왔고요.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다, 내게는 글쓰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매일매일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지요. 하지만 오히려 산을 올라갈 때는 겁이 나곤 합니다. 내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지금 있어야할 곳에 있는 게 맞는지 자꾸만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죠.
수 상 자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 서문에서 “소년과 소녀에게 정의란, 법에 의한 구현이 아니라 선과 악을 몸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는 글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어로 ‘정의’는 동음이의어로서 justice와 definition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선생의 소설 속에서의 ‘정의’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혁명가가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정의’를 구축하려는 사람이라면, 작가는 ‘정의’의 다양성을 펼쳐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소설 속 소년과 같이, 혁명가와 작가의 삶을 모두 경험하신 선생께서 생각하시는 ‘정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 ‘정의’에 접근하는 이상적인 태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에리 데 루카 우선, 저는 justice로서의 ‘정의’를 내 몸 안의 ‘상처’와 같은 것이라 봅니다. 이 상처에는 오로지 시간만이 약이죠. 정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질이나 실체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의의 담론화를 무의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의를 설정하려는 노력보다는 불의를 의식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검열해나갈 때, 정의는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다음으로 definition으로서의 ‘정의’는 ‘느낌’이 아닐까요? 정의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익혀나가는 것입니다. 불변하는 공식 같은 게 아니란말이죠. 정의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정의는 변화할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하죠. 만약 단 하나의 정의만이 확립되어야 하고 누군가 저를 단 하나의 정의만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저는 정의되기를 거부할 겁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다양한 정의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
제게 있어 글쓰기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해보는 작업입니다. 때문에 편하고 재미있게 소설을 쓸 수 있어요. 모두 나의 이야기이지만 늘 내용이나 제목이 달라집니다. 모든 이야기는 계속해서 새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아름다움 또한 늘 갱신되지요. 저는 여태까지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직 쓰지 않았습니다. 내일 쓰게 될 글이 항상 가장 아름다운 글이 될 겁니다
수 상 자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에서 “난 글로 쓰인 걸 믿어. 말로는 엄청난 거짓말을 하거든. 하지만 누군가 그 말을 글로 쓰면 그건 진짜야”라는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창작에 대한 태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 문장에 대해서, 저 문장을 쓰셨을 때 가지셨던 생각에 대해서 더 여쭙고 싶습니다.
에리 데 루카 그 문장은 주인공을 위해 만든 문장입니다. 제 생각에는 쓰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발화된 말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른 말을 덧붙여 수정할 수도 있고, 아예 부정해버리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하지만 쓰여진 말의 의미는 하나로 고정됩니다. 쓰여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죠.
수 상 자 쓰여진 말이라 해도, 읽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에리 데 루카 글 속에서는 문맥이 말을 고정시킵니다. 발화 속에서는 상황이 말을 변화시키죠.
수 상 자 『나비의 무게』에서 사냥꾼과 산양 왕은 다른 이에게는 비어 있는 공간을 오히려 익숙한 공간으로 점유하는데 이는 그들의 특별한 속성이자 고독을 나타냅니다. 소설 속에서 “어느 집단에서든지 뭔가 새로운 경험을 꾀하는 자는 외톨이들이다. 집단의 실험용 개체인 그들은 부표처럼 떠돌아다닌다. 그들은 길을 열지만, 그들이 남긴 발자국은 그들과 함께 곧 사라지고 만다”라는 문장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선생께서는 소설을 통해 집단 속 외톨이, 즉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을 다루고자 하실 때 ‘사라진 발자국’을 어떻게 발견하시는지, 다시 말해, 어떤 식으로 그들에게 접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에리 데 루카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사라진 발자국’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것들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집단에든지 사라진 발자국은 있고, 견고한벽은 있습니다. 벽 안을 ‘안’이라 한다면 벽 너머는 ‘밖’이라 할 수 있겠죠. 사실, 처음 ‘밖으로 나간 사람’은 곧, ‘죽은 사람’ 혹은 ‘죽어야 할 사람’입니다. 그는 ‘안’에서 살아가기를 포기한 사람임과 동시에,스스로 실험용 쥐가 되어 ‘밖’에서의 삶을 시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의 희생과 시행착오 끝에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탄생합니다. 그는 ‘밖’을 ‘밖’이라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자, 마침내 자유를 쟁취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죠. ‘밖’은 이제 새로운 ‘안’이 될 것이며 자유는 곧 익숙함으로 대체될 테니까요.
수 상 자 소수의 사람들만이 밖으로 나간다면, ‘안’과 ‘밖’ 모두에게 있어 자유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에리 데 루카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입니다. 나가고 싶다면 나가야 합니다. 나가고 싶지 않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익숙한 공간에 머물러 있으면 됩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혼자라서 나가기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안’에만 머문다면 그 자신은 물론이고, 그가 속해있는 집단 모두에게 발전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같은 생각만을 반복할 것이고 같은 아이디어만을 재생산하겠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려보세요. 처음 밖으로 나간 사람에게 닥치는 비극은 피할 수 없는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만인의 구원자로 칭송받고 있죠.
수 상 자 선생께서 최근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을 몇 편 읽었는데, 일상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사회적인 발언을 하신 글들도 보았습니다. 사회적 혹은 정치적인 면에서 문학의 역할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에리 데 루카 저는 작품에서 사회, 정치,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 세 가지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작품을 쓸 때 또한, 이 세 가지를 모두 포함시켜야만 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죠. 문학작품을 통해서든, 다른 경로를 통해서든 어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의미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제기된 시점에서 이미, 반은 해결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입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현실이 중요하고, 따라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위와 같은 요소들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죠.
|
수 상 자 독자가 문제를 문제로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는 선생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최근, 문학이 외면 받는 풍토 속에서 문학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에리 데 루카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문학은 문제제기의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제기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문제와 동시에 오거나, 문제보다 늦게 오곤 하죠.
수 상 자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문학이 담론 형성의 기능을 해왔고, 문학이 문제보다 앞서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에리 데 루카 그것 참 바람직하군요.
수 상 자 선생의 작품세계에 성서 또는 기독교적 가치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성서를 활용하여 소설을 쓰시는 이유와 성서가 선생의 문학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더불어, 성서 번역을 위해 작품을 원서로 읽을 때와 번역본으로 읽을 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는지, 또 번역 작업에서 특별히 유의하고 계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에리 데 루카 저는 하나님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성서 속에 나타난 기독교적 가치관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신자가 아닌 독자로서 성서를 읽습니다. 공부하고, 감상하죠. 성서를 번역하는 작업은 이에 대한 연장으로, 독자로서의 일에 해당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읽기와 쓰기를 따로 다룹니다. 저는 독자로서 읽고, 작가로서는 읽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읽을 때는 독자로서 읽고, 쓸 때는 작가로서 쓰세요. 이것이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수 상 자 독자와 작가를 구분 짓는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에리 데 루카 언제나 읽기가 쓰기에 선행합니다. 읽기가 ‘받는 것’이라면, 쓰기는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우리는 빚을 지며 살아갑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게 우리가 준 것보다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작가보다는 독자로서 시간을 훨씬 더 많이 보냅니다. 글을 쓸 때조차도 우리는 우리가 받은 것에 대하여 쓰게 되죠.
수 상 자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에서 소년이 ‘지속하다(mantenere)’라는 단어를 그 당시 가장 좋아했고 그 단어가 자신에게 필요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사랑하다 (amare)'의 절정에서 어른들은 결혼을 하거나 서로를 죽였다”는 표현에서 인생을 압축해서 드러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선생에게 개인적으로 ‘우리의 삶을 압축해서 드러내거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하는 동사’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에리 데 루카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 단어를 실제 삶 속에 적용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고, 그 단어를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의미는 생명을 얻게 되죠. 소설 속 소년 또한 처음에는 ‘사랑하다’는 동사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하다’라는 게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되죠. 제가 생각하는 가장중요한 동사는 ‘믿다’입니다. 믿는 것은 소통을 시작하게 합니다. 생각은 우리를 판단하게 하고, 믿음은 우리를 확신하게 하죠. 우리는 우리가 주위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믿어야 합니다. 그들이 내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이며, 그들과의 만남이 내 삶에 있어 중요한 사건이 되리라는 것을요.
수 상 자 문학 작품을 쓸 때에 평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지점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써오신 대선배님으로서, 작가를 꿈꾸는 이십대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당부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에리 데 루카 당연하겠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독서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창밖을 자주 내다보세요. 내가 머물러 있는 곳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주의깊게 살피세요. 나 아닌 다른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이들의 말, 특히 먼저 삶을 경험한 이들의 지혜를 충분히 들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