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목넘이마을의 개

헤테로토피아를 창조하는 여정

평론가 염무웅 선생과의 만남

춘원 이광수와의 대화

김유정 소설 「봄·봄」 이어쓰기 「봄·봄」이어쓰기 1 ｜봄·봄하다 「봄·봄」이어쓰기 2｜봉필영감 제 꾀에 넘어갔네 「봄·봄」이어쓰기 3｜봄밤 「봄·봄」 이어쓰기 4 ｜ 발산 「봄·봄」이어쓰기 5｜하지 지나 백로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것이 모두 시(詩)”

식민지 조선의 애수, 목포극장과 동춘서커스

일산, 오래된 누옥의 시간과 젊고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밀어(密語) 등 도마 위의 잠 등

정화된 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보이지 않는 초고

내 마음이 보여

첫 번째｜연애소설 두 번째｜토지문화관이 만들어낸 시공간 세 번째｜ 도구에서 연장이 되는 순간 네 번째｜딴짓

그건 대체 누가 썼던 걸까

그 후로 바보 한스는 공주님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잠복근무 중인 아버지

이태준과 파블로 네루다, 두 거장의 조우

소설 암호로 역사 해독하기

, 처절함

쟤네 또 싸운다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1｜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선정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2 ｜이탈리아 작가 에리 데 루카와의 만남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3 ｜선을 그으며 따라간 장면의 파편들

2016 대산창작기금 및 한국문학 번역 ·연구·출판지원 공모 등

시

밀어(密語) 등

김윤배 ㅣ 시인. 1944년생
시집 『떠돌이의노래』『강 깊은 당신 편지』『굴욕은 아름답다』『따듯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바람의 등을 보았다』, 장시집 『사당 바우덕이』『시베리
아의 침묵』, 평론집 『김수영 시학』,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울가는 바보
가 아니다』 등

동암을 나서면 바로 강진 앞 바다가 보인다.늦가을은 유난히 붉은 해가 수평선에 걸린다. 다산은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해를 보는 것으로또 하루를 살았다고 적었을 것이다. 그에게 하루는언제나 참담했을 것이다.이 분단이 언제까지일지를 생각한다. 저기에두만강이 흐르고 백두고원의 울창한 침엽수림이끝나면 두메양귀비꽃이 눈부시고 바람꽃이 함초롬히흔들리는데 언제까지 분단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가슴 미어진다.

밀어(密語)

나를 떨게 한 것은 두만강이었다 미명에 숲을 걸어나온 달빛으로
깨어나는 강물소리 들었다 강 유역은 불온한 숲이었고 범람하는 미
혹이었다 달빛은 깊고 서늘했다 강물 뒤집히며 거친 숨소리 하구로
달려나가는 밤, 달빛은 강물에 오래 머물고 싶어 물결마다 감옥을 짓
는다

이 밤, 내 가슴은 구비쳐 흐르는 천 길 낭떠러지다

침엽수림이 끝나고 관목들 자취를 감춘다 백두고원, 야생화들 천
만 송이의 숨결로 경계를 부른다 천지의 물빛은 가슴으로 아득한 북
녁이다 구름 그림자 야생화 군락지를 흐느끼듯 지나간다

두메양귀비꽃은 바람을 등지고 흰 빛을 모은다 흰 빛은 뿌리다 바
람꽃은 바람에 몸을 기댄다 바람은 이념을 넘어서 불어온다 구름국
화는 자갈밭을 기웃거린다 피멍 든 말들이 돌 틈에 박혀 있다 구름
패랭이꽃은 실타래 같은 마음이다 건너가는 일이 난감하다 바위구절
초는 비바람 견딘 여유다 모질다면 모질다

백두고원은 드넓은 웃음이고 드높은 통곡이다

새떼는 강진 먼 바다로 진다

동백숲 그늘을 찢고 날아오르는 새떼들
그늘에 피가 밴다
찢기우는 것이 생멸인 것을 알아 강진 먼 바다는
많은 시편의 그늘을 찢었다
그의 그늘이 붉은 이유다
붉은 해가 바람에 얹힌 바다를 불지른다
하늘에 점점이 박힌 새떼는 노란 무지개를 심고 있다

침묵의 필사가 강진을 무겁게 밀고 간다

그의 품에서 떨며
칠흑의 밤 허물어 진분홍 핏물로 아침이던
수줍은 날개 있었다

새떼들이 강진 먼 바다로 급격하게 진다

영혼들의 그늘을 찢어 불후를 남긴
그를, 강진 먼 바다가 품는다

참담한 그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