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소설 「봄·봄」 이어쓰기 「봄·봄」이어쓰기 1 ｜봄·봄하다 「봄·봄」이어쓰기 2｜봉필영감 제 꾀에 넘어갔네 「봄·봄」이어쓰기 3｜봄밤 「봄·봄」 이어쓰기 4 ｜ 발산 「봄·봄」이어쓰기 5｜하지 지나 백로
일산, 오래된 누옥의 시간과 젊고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정화된 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보이지 않는 초고
첫 번째｜연애소설 두 번째｜토지문화관이 만들어낸 시공간 세 번째｜ 도구에서 연장이 되는 순간 네 번째｜딴짓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1｜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선정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2 ｜이탈리아 작가 에리 데 루카와의 만남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3 ｜선을 그으며 따라간 장면의 파편들
번역서 리뷰
독역 김이설 소설 『환영』
김이설의 소설 『환영』이 2015년 독일 카스(Cass)출판사에서 나왔다. 번역가이자 출판인인 이기향 씨가 독일어로 번역했다. 카스출판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문학 전문 출판사이고 특히 삼사십대 젊은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 『환영』은 흡사 한편의 TV 다큐멘터리처럼 극사실주의적이다. 대사나 장면 묘사는 세밀화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스위스의 대표 일간지 《NZZ》에 실린 한 리뷰는 『환영』을 자연주의 소설로 읽었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이 소설은 흡입력이 강하다. 문장은 미사여구나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이야기는 1인칭 시점에서 담담하게 서술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윤영은 아무런 감정선 없이 중립적이다. 자신의 지독한 삶이 남의 일인 양 그렇게 쿨하게 전달한다.
음식점 종업원인 윤영은 죽도록 일만 한다. 무능한 남편, 투기와 사기를 일삼는 두 동생,그리고 철없는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무모한 환영을 좇다 실패한 인간들이 가족이다. 이들을 구제하고 뒷감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윤영의 몫이다. 환영을 좇는 것은 윤영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더 나아지리라는 헛된 희망으로 버티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왕백숙집 접대부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끔찍한 삶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현실이다. 윤영의 비극은 기본적으로 불공정한 사회적 시스템에서 비롯한다. 소설 『환영』은 노동과 성의 착취가 당연시되고 돈이 사람에 앞서는 우리 사회의 풍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물론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개인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 『환영』은 세계적 보편성을 보인다.
소설 『환영』에서 드러나는 가족집착형 사고는 우리문화의 미덕이자 고질병이다. 윤영을 힘든벼랑으로 내모는 것은 남이 아닌 가족이다. 이런 큰딸 콤플렉스는 유럽인의 시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래서인지 독일어권의 리뷰에서는 소설 후반부 가족에게 너무 빈번한 사고가 겹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이설은 2006년 단편소설 「열세 살」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래 소설 『나쁜 피』(2009)와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2010)에서 독자적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김이설은 필명이다. 다를 ‘이’ 말씀 ‘설’로 조합된 이 필명은 종전의 것과는 다르게 쓰겠다는 작가적 의지를 시사한다. 앞으로도 ‘이설’하는 더 많은 우리 작가들이 번역되어 세계문학 무대에 진출하기 바란다.
※ 독역 『환영』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이기향·카를린 리터 번역으로 2015년 독일의 카스 출판사에서출판되었다.
다른 세계,다른 소설
글 장은수 ㅣ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
역서 『마지막 도박』 『도둑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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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역 김이설 소설 『환영』
김이설의 소설 『환영』이 2015년 독일 카스(Cass)출판사에서 나왔다. 번역가이자 출판인인 이기향 씨가 독일어로 번역했다. 카스출판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문학 전문 출판사이고 특히 삼사십대 젊은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 『환영』은 흡사 한편의 TV 다큐멘터리처럼 극사실주의적이다. 대사나 장면 묘사는 세밀화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스위스의 대표 일간지 《NZZ》에 실린 한 리뷰는 『환영』을 자연주의 소설로 읽었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이 소설은 흡입력이 강하다. 문장은 미사여구나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이야기는 1인칭 시점에서 담담하게 서술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윤영은 아무런 감정선 없이 중립적이다. 자신의 지독한 삶이 남의 일인 양 그렇게 쿨하게 전달한다.
음식점 종업원인 윤영은 죽도록 일만 한다. 무능한 남편, 투기와 사기를 일삼는 두 동생,그리고 철없는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무모한 환영을 좇다 실패한 인간들이 가족이다. 이들을 구제하고 뒷감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윤영의 몫이다. 환영을 좇는 것은 윤영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더 나아지리라는 헛된 희망으로 버티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왕백숙집 접대부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끔찍한 삶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현실이다. 윤영의 비극은 기본적으로 불공정한 사회적 시스템에서 비롯한다. 소설 『환영』은 노동과 성의 착취가 당연시되고 돈이 사람에 앞서는 우리 사회의 풍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물론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개인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 『환영』은 세계적 보편성을 보인다.
한편 반가운 것은 번역자가 원작의 문체를 살리려 애쓴 점이다. 간결한 독역판 텍스트 역시 가독성이 좋은 덕분에 술술 읽힌다. 인물들의 대화는 구어체를 자연스럽게 살렸다. ‘초복’처럼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용어는 부록에서 따로 해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원문을 빠짐없이 성실하게 옮겨놓았다.소설 제목은 역설적 이중성을 지닌다. ‘반갑게 맞는다’는 뜻(歡迎)도 되고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뜻(幻影)도 된다. 소설 표지 그림은 제목의 아이러니를 잘 살렸다. 발레리나처럼 가녀린 팔 다리를 한 여자가 막 샌들을 벗고 있다. 반쯤 열린 미닫이 문 사이로 캄캄한 방이 보인다. 그림은 말한다. 방으로 들어서면 좀 더 나은 세계가 반갑게 맞아줄 거라는 그녀의 기대는 그릇된 환영(幻影)이라고. 이 소설의 독역판도 원작의 표지그림을 그대로 쓰고 있다. 독역판 제목 “Willkommen”에서 원제의 두 번째 뜻은 사라졌다. 번역의 한계다. 한편 반가운 것은 번역자가 원작의 문체를 살리려 애쓴 점이다. 간결한 독역판 텍스트 역시 가독성이 좋은 덕분에 술술 읽힌다. 인물들의 대화는 구어체를 자연스럽게 살렸다. ‘초복’처럼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용어는 부록에서 따로 해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원문을 빠짐없이 성실하게 옮겨놓았다. 독일어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문장도 더러 눈에 띈다. 소설 번역은 문화번역이기에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된다.
소설 『환영』에서 드러나는 가족집착형 사고는 우리문화의 미덕이자 고질병이다. 윤영을 힘든벼랑으로 내모는 것은 남이 아닌 가족이다. 이런 큰딸 콤플렉스는 유럽인의 시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래서인지 독일어권의 리뷰에서는 소설 후반부 가족에게 너무 빈번한 사고가 겹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이설은 2006년 단편소설 「열세 살」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래 소설 『나쁜 피』(2009)와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2010)에서 독자적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김이설은 필명이다. 다를 ‘이’ 말씀 ‘설’로 조합된 이 필명은 종전의 것과는 다르게 쓰겠다는 작가적 의지를 시사한다. 앞으로도 ‘이설’하는 더 많은 우리 작가들이 번역되어 세계문학 무대에 진출하기 바란다.
※ 독역 『환영』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이기향·카를린 리터 번역으로 2015년 독일의 카스 출판사에서출판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