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소설 「봄·봄」 이어쓰기 「봄·봄」이어쓰기 1 ｜봄·봄하다 「봄·봄」이어쓰기 2｜봉필영감 제 꾀에 넘어갔네 「봄·봄」이어쓰기 3｜봄밤 「봄·봄」 이어쓰기 4 ｜ 발산 「봄·봄」이어쓰기 5｜하지 지나 백로
일산, 오래된 누옥의 시간과 젊고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정화된 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보이지 않는 초고
첫 번째｜연애소설 두 번째｜토지문화관이 만들어낸 시공간 세 번째｜ 도구에서 연장이 되는 순간 네 번째｜딴짓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1｜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선정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2 ｜이탈리아 작가 에리 데 루카와의 만남 제14회 대산대학문학상 3 ｜선을 그으며 따라간 장면의 파편들
멈추거나 흐르는 에도시대의 시간들
- 나가이 가후 소설 『묵동기담, 스미다 강』
글 강윤화 ㅣ 소설가, 번역가. 1986년생
저서 『어쨌든 밸런타인』 『목숨전문점』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역서 『사람과 지역의 학교급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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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이 가후 소설 『묵동기담, 스미다 강』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나가이 가후(1879~1959년)의 『묵동기담』과 『스미다 강』은 멈춰선 시간과 흐르는 시간을 대변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1937년 발표된 『묵동기담』은 중년의 소설가 오에 다다스가 새로운 작품 『실종』을 구상하기 위해 스미다 강 근처를 배회하다가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계기가 돼 창부 오유키와 인연을 맺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다스는 실제 화류계 여성들과의 염문으로 일본 문단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던 나가이가후의 자전적 인물로 화려한 긴자 거리를 피해 빈민촌을 즐겨 찾는다. 다다스, 즉 가후는 묵동(濹東)으로 표현한 스미다 강 주변이야말로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진정한 ‘일본적’인 장소라며 18세기 에도(江戸)시대1) 문화에 대한 애착을 표한다.
에도시대 일본인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쾌락을 중시했으며 집을 마련하고 저축하는 대신 유곽을 찾고 예술을 즐기는 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가부키(歌舞伎)2), 우키요에(浮世絵)3), 스모(相撲) 등 현재까지도 ‘일본의 전통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많은 문화들이 번성했다.
가후는 1903년 미국으로 건너가 일본 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1907년에는 프랑스에 10개월간 머무르며 은행 일을 하는 등 이른 시기부터 해외 생활을 경험했다. 게다가 한시 작가인 부친 규이치로 역시 프린스턴 대학과 보스턴 대학에서 유학을 한 엘리트였기에 시대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또 가까이에서 느낄 만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가후는 해외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귀국 후 날로 서구화되는 일본 사회에 강한 혐오감을 피력하면서 비판적인 작품을 전개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멈춰서기를,혹은 되돌아가기를 선택한 다다스의 태도는 미래보다 순간을추구하던 에도시대의 모습 그 자체이다. 이렇듯 『묵동기담』은 철저하게 나가이 가후의 생각과 삶을 담으며 그야말로 ‘아름답게 멈춰선’ 시간의 정취를 기리는 수려한 작품이다.반면, 1909년 발표된 『스미다 강』은『묵동기담』과 마찬가지로 스미다 강주변 지역을 무대로 샤미센(三味線),게이샤(藝者) 등 예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대를 향한 강한 혐오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대표작 『묵동기담』은 다다스와 오유키의 만남 이외에도 옛 지인 고지로 소요 옹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맥과 유명세에만 집착하는 문단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화려한 긴자 거리와 소박한 유곽촌, 야심이 가득하고 전투적인 문단 사람들과 홀로 묵묵히 예술을 즐기는 다다스……. 가후는 변화해가는 도쿄의 양면을 철저하게 대조시키며 옛것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다다스는 오유키가 말년을 함께 보내자는 이야기가 흘리자 “오유키는 지쳐버린 내 마음에 우연히 들어와 그리운 과거에 대한 환상을 떠올리게 하는 뮤즈”였고 그저 “세상에서 버림받은 한 늙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시킨 신비로운 구원자”였을 뿐이라며 발길을 끊고 만다.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멈춰서기를, 혹은 되돌아가기를 선택한 다다스의 태도는 미래보다 순간을 추구하던 에도시대의 모습 그 자체이다. 이렇듯 『묵동기담』은 철저하게 나가이 가후의 생각과 삶을 담으며 그야말로 ‘아름답게 멈춰선’ 시간의 정취를 기리는 수려한 작품이다.
반면, 1909년 발표된 『스미다 강』은 『묵동기담』과 마찬가지로 스미다 강 주변 지역을 무대로 샤미센(三味線)4), 게이샤(藝者)5) 등 예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대를 향한 강한 혐오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도키와즈(常磐津)6)를 가르치는 오토요는 아들 조키치를 고등학교까지 보내고 버젓한 회사원으로 길러내기 위해 홀로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조키치는 하이카이 작가인 외삼촌 쇼후안 라게쓰와 유녀 출신인 외숙모를 동경하고 있으며 소꿉친구이자 짝사랑하던 이웃집 오이토까지 게이샤가 되겠다고 나서자 공부에 흥미를 잃고 만다.
어느 날, 조키치는 우연히 들른 극장에서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영원한 사랑을 위해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는 내용의 연극을 본다. 조키치는 극중 인물들에 대해 “원망스러울 정도로 부러웠다. 아무리 부러워한다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내 처지가 슬펐다. 죽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었지만 같이 죽어줄 사람도 없는 내 신세가 더 처량하게 느껴졌다”면서 신분이 달라진 오이토를 원망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에 이른다.
그러는 사이, 오토요는 조키치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오빠 라게쓰의 도움을 구한다. 라게쓰는 젊을 때 방황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오토요가 극구 반대하자 조키치에게 어머니를 위해 졸업할 때까지만 참으라고 타이른다. 조키치는 젊은 시절 방탕하게 놀던 삼촌까지도 어머니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그런 어른이 되기는 싫다며 도리어 더 좌절하고 만다.
꿈도 사랑도 모두 좌절된 조키치는 결국 장마로 불어난 물속으로 뛰어들고 만다. 라게쓰는 나중에야 조키치의 진심을 알게 되고 조키치가 무사히 돌아오면 배우로 만든 다음에 오이토와 맺어주겠다고 다짐한다.
이렇듯 『스미다 강』은 꼭 그 시대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닌 과거, 현재, 미래 언제라도 존재했을 법한 가정 내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수없이 이어진 다리들을 지나치는 강물처럼, 조카를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라게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흐르는 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 『묵동기담, 스미다 강』은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필자의 번역으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1) 1603년부터 1867년까지 무사계급의 최고지위에 있는 쇼군이 권력을 장악하고 전국을 통일지배한 봉건시대
2) 음악, 무용, 기예 등이 어우러진 일본의 전통연극
3) 14~19세기 유행했던, 주로 화류계 여성이나 연극배우 등을 소재로 한 풍속화
4) 세 개의 현으로 된 일본 고유의 현악기
5) 요정이나 연회석에서 술을 따르며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예기
6) 샤미센 반주에 맞춰 이야기를 낭송하는 시 문학의 일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