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번역ㆍ연구ㆍ출판지원

사업결과

2006년
지원대상작
지원대상작
어권 지원대상자 번역작품 번역출판현황
영어(4건) 유영난 (번역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作)
스티븐 엡스타인
(뉴질랜드 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 아시아연구소 소장)
김선 (콜럼비아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대학원) 지구영웅전설 (박민규 作)
조연희 (뉴욕대 영문학과 대학원)
루이스 최 (번역가) 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作)
허대통 (번역가) 파문 (김명인 作)
브루스 마이어 (캐나다 Laurentian University 영문학 교수)
불어(3건) 한유미 (파리7대학 한국학 박사과정) 강산무진 (김훈 作)
에르베 페조디에 (프랑스 국립 사회과학대학원 박사과정)
강옥경 (파리7대학 한국학과 교수)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作)
타비타 카미노 (파리7대학 한국학과 대학원)
이나래 (파리7대학 한국학과 대학원)
김영숙 (번역가) 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作)
아르노 르 브뤼스크 (번역가, 미술사가)
독어(4건) 장혜원 (번역가) 배경과 윤곽 (최수철 作)
최성철 (번역가)
프리트헬름 베르툴리스 (대구대 교수) 시인 (이문열 作)
김선영 (번역가)
이 하이케 (번역가)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作)
이태훈 (전남대 강사)
조경혜 (독일 프리드리히 쉴러대 독문학 박사과정) 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作)
앙겔리카 플뤼겔 (독일어 교사)
스페인어(1건) 윤선미 (단국대 강사) 소라단 가는 길 (윤흥길 作)
이강국 (한국외대 교수)
심사위원
- 영어 : 안선재(서강대 교수), 장영희(서강대 교수)
- 불어 : 이동렬(서울대 교수), 김시몽(하비에르 국제학교 교장)
- 독어 : 안삼환(서울대 교수), 하이디강(前 이화여대 교수)
- 스페인어 : 고혜선(단국대 교수)
심사평

2006년도 대산문화재단 영어권 번역지원심사에는 시 4편, 소설 10편, 희곡 2편, 기타 2편으로 도합 18편이 응모되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심사는 2명의 심사위원(내국인 1인 외국인 1인)에 의해 철저하고 엄중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1차 심사는 제출된 샘플 번역원고를 평가하여 지원자의 번역 능력(여기서 ‘번역 능력이라 함은 번역문이 target language인 영어로 얼마나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읽히는가, 얼마나 원본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번역하였는가, 주제와 인물을 원작에 가깝도록 해석하였는가, 원작의 목소리나 문체를 제대로 옮겼는가, 영어의 문법 구조 등, 영어 자체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원작의 문학성, 영어권 국가의 수용가능성, 출판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좀더 공평한 심사를 위하여 1차 심사는 번역자의 이름이나 경력, 기존 실적에 관한 정보 없이 번역원고를 기준으로 진행되었다.

영어권의 경우 응모 번역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경우였다. 번역본의 영문이 소위 Translationese(번역체 문체)로 지나치게 어색하거나 번역체로 읽히는 경우가 꽤 있었으며 무분별한 축약이나 원문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오역, 또는 어색한 직역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고 보겠다. 예컨대 이윤기의 『두물머리』나 권정생의 『몽실언니』의 경우 성실한 번역이지만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읽을 때 ‘번역'처럼 느껴지거나 의미의 혼동이 오는 부분이 꽤 있었다.

번역지원자들은 번역대상 작품을 선정하는데 있어 좀더 신중을 기할 것을 제안한다. 최재석의 『고대한일관계와 일본서기』는 장르로 따져볼 때 순수문학작품을 지향하는 대산문화재단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작품으로 간주되었다. 번역작품을 통해 영어권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을 감안하여 원작의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영어권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영어권 문화와 정서에 알맞은 현대소설을 선택하는 것이 좀더 지원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사료된다.

또한 우리말의 특성상 영역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반복이나 비논리성을 정리해서 번역할 필요가 있으나, 의미는 물론, 원문의 상징성이나 목소리를 해치치 않는 범주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번 지원작 중의 하나인 안정효의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가 그 좋은 예이다. 번역가의 자질이 꽤 수준급이고 번역 결과물이 자연스럽고 유려함에도 불구, 지나친 축약이 문제가 되었다. 축약이 자연스럽게 읽힌다는 것은 번역의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우리말을 영어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축약과 생략이 필요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으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예처럼 지나치게 축약하여 거의 요약문에 가까운 예는 원작의 문체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함은 물론, 원작의 상징성이나 의미도 왜곡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번역가의 창의적인 해석과 결정이 중요하지만, 원작의 기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번역의 기본이다. 번역가의 편리에 의한 첨삭을 피하고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번역하기보다는 원작에 좀더 충실한 번역으로 다시 시도해 볼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원작의 실험성이나 난해성 때문에 고도의 번역적 기술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경향의 작품은 제대로 의미와 문체를 옮겼을 때 영어권에서 신선하고 독특한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해불가하고 극단적으로는 코믹한 작품으로까지 오인될 수 있다. 대화문을 인용부호를 사용하여 재구성한 시도 자체는 높이 살 만하나 오히려 문체의 흐름과 분위기 조성에 걸림돌이 되었고 지나친 직역과 간혹 눈에 띄는 오역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번역이 되었다.

시의 경우 원문의 목소리나 이미지, 음악성, 상징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거나 너무 산문화하여 번역해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읽히는 번역이 대부분이었다.

장시간에 걸친 심사위원들의 토론으로 2차 심사가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영어권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설 3편, 시 1편으로 도합 4편이 선정되었다.

소설 부문에서는 원작의 문학성이 인정되고 어느 정도 영어권 독자들의 정서에도 맞는다고 사료되는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원작에 충실할 뿐 아니라 흐름이 좋고 자연스럽게 읽혀서 우선 선정되었고,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은 대체로 잘 읽히고 번역가의 성의와 잠재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선정되었지만, 번역가가 원문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번역한 듯한 느낌을 주는 어색한 문장이 간혹 눈에 띄어 좀더 세밀한 교정을 요한다.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은 원작이 아직은 작품성이 완전히 검증받지 못한 신예 작가의 작품이고 내용이 일종의 판타지여서 영어권에서 자칫 너무 황당하거나 아동문학의 범주에 드는 작품으로 오인될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영어권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선정하였다. 전체적으로 원어민의 영어로 자연스럽게 읽히기는 하지만 지나친 직역으로 매끄럽지 못한 부분과 원작의 풍자나 아이러니칼한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있고 문법적 오류가 가끔 눈에 띄어서, 좀더 정교한 번역을 요한다.

김명인의 『파문』은 전년도 대산문학상 수상작품으로서 대산 측에서 번역대상 작품으로 이미 공고한 바 있다. 간혹 지나치게 산문적이고 원작의 목소리 전달이 다소 부정확한 점이 있으나 시 부문 지원작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번역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지나친 직역이거나 전혀 운율을 감안하지 않은 점, 간혹 조야한 문장과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 등 때문에 앞으로 원어민 공역자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로 번역의 완성도를 높일 가능성을 감안하여 조건부로 추천하기로 하였다. 또한 좀더 정독하여 정확하게 번역해야 할 부분이 있다(일례로 「맨홀」이라는 시에서 ‘굽어보다'를 ‘hunchbacked'로 번역한 것은 오독의 예이다). 지원자가 출판사를 ‘Korean-Canadian Literary Forum 21 Press'로 지정하고 있으나 좀더 규모가 크고 분배력/홍보력이 입증된 정식 출판사에서의 출판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번역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원작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하며 영어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번역자는 영어 능력 뿐만 아니라 문학적 해석력도 필수적으로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주 번역자가 원어민이 아니고 공동번역가로서 원어민을 지정할 경우 단지 ‘교정' 차원이 아니라 긴밀한 상호 협력 작업과 토론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공동번역'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우리말을 영역하는 작업에 있어 문장 하나하나를 서로 일치시켜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한 예가 많음을 감안하더라도, 번역가가 편의적으로 원문을 지나치게 축약하거나 임의로 첨삭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지키는 번역가가 문학성 있고 해당 언어권의 문화적, 정서적 수용도가 높은 작품으로 지원신청을 할 때 분명 기회가 주어질 것이며,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사업의 의의도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