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의 평가기준에 따라 “번역 원고에 따른 번역자의 능력”(60점), “원작의
문학성”(25점), “번역 계획의 완성도”(5점), “출판 가능성”(5점), “신청자의 기존 실적”(5점)을
고려하여 평가를 한 결과, 두 심사위원은 『빛의 제국』『오, 하느님』『바리데기』를 우선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쉽게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세 작품의 경우 모두 번역자의 출중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밖의 다른 여러 측면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바리데기』의 경우 “던져라 던지데기 바려라 바리데기”를 단순히 “Deonjeora deonjeotegi baryora Baridegi”로 바꿔 놓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역자의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울러, 약간의 논의를 거친 끝에 『달궁』을 번역지원 대상으로 하자는 쪽으로 두 심사위원의 의견을 모았다. 저자의 번역 능력 및 여러 면을 고려할 때 지원대상자로서의 자격을 갖춘 번역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돌날」『식물들의 사생활』『그녀의 나무 핑궈리』를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특히 『그녀의 나무 핑궈리』의 경우 대상 작품의 문학성은 높으나 번역에서 자의적이거나 불완전한 부분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식물들의 사생활』의 경우 작품의 문학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번역자의 번역에서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고 또 적절한 어휘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교환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돌날」의 경우 번역자의 능력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번역대상 작품이 희곡이라는 점과 작품의 길이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기에는 짧다는 점에서 여러 논의가 오갔다. 지원하고자 하는 금액에 상응하는 번역 작업인가에 대해서도 역시 논의가 오갔음을 밝히고자 한다. 오랜 동안 논의를 거듭하고 장고에 장고를 거친 끝에, 이 세 작품은 어느 경우에도 흔쾌한 마음으로 지원대상으로 올리기에 아쉬운 점이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하여 안타깝지만 앞서 선정한 네 편 ― 『빛의 제국』『오, 하느님』『바리데기』『달궁』 ― 만을 번역 지원 대상 작품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번 영어권 번역지원 응모자의 수준은 상당한 것으로,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은 작품 가운데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의 경우 정성과 노력이 엿보이나 시의 구문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더러 눈에 띄어 지원대상자로 선정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화사』의 경우, 사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작품에 대한 번역이긴 하나 문학성의 문제를 놓고 볼 때 지원대상으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번역이 단조롭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연어』와 『책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의 경우, 작품의 번역 필요성 또는 작품의 문학적 가치 면에서 다른 경우에 비해 약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번역 역시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어색한 부분도 눈에 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책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는 10대 초반의 어린 학생의 번역이라는 점에서 선정위원들의 각별한 흥미를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이를 감안할 때 번역의 성취도는 상당한 것이긴 하나 여러 면에서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이가 들어 문학이나 삶에 대한 경험이 넓어지면 앞으로 훌륭한 번역 일을 해 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정진을 바란다.
금년에 불어권으로 지원을 신청한 작품은 소설 2권과 시집 4권이었다.
그중 이승우의 단편선 ('욕조가 있는 방' 외)은 작가의 다른 작품이 프랑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원작의 유려한 문장을 살리기 위한 보다 더 세심한 노력이 아쉬웠으나, 역자들이 가진 역량을 신뢰하고 프랑스 출판사 측의 윤독과정에서 더 많은 수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지원대상으로 선정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김훈의 『남한산성』은 원작의 무게에 걸맞은 탁월한 번역을 기대하였으나, 역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 기대를 채워주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빠뜨리거나 건너뜀으로써 원래의 의미가 얼마간 굽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원작 자체를 빈틈없이 읽어내고 그것을 최선의 불어로 옮긴다는 것은 어려운 주문이긴 하지만, 원작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역자에게 그러한 수준의 작업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시의 경우, 손호연의 『찔레꽃』은 원래 일본어로, 그리고 일본 전통시 형식을 취해 쓰인 시들을 한국어로 옮기고 이를 다시 불어로 중역한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가 그 안에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문학의 형식 안에 일본어로 쓰인 작품을 한국문학의 일부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유려한 불역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한국문학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려는 재단의 사업취지에 비춰볼 때 지원대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다수의 판단이었다.
고은의 『속삭임』은 시적 성취가 의심할 바 없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시집이며 그 번역은 적지 않은 수고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역자들의 역량과 정성이 확연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의미를 정확하게 하려는
노력이 시의 시다운 맛을 감소시킨 점이 아쉬웠다. 고은의 또 다른 시집 『순간의 꽃』은 일종의 선시집이라 할만하다.
상당수의 시가 서구 독자들에게도 일정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번역의 완성도도 수준급에
든다고 판단되었다. 고은의 두 시집을 놓고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프랑스 독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순간의 꽃』을 선정하기로 하였다.
오세영의 『벼랑의 꿈』에 실린 시들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있었다. 한국시의 새로운 측면을 기다릴 독자에게 자칫 상투형의 반복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와, ‘동양적인 것’을 기다리는 유럽의 독자에게 일정한 호소력을 지닐 수도 있다는 기대가 그것이다. 시세계와 걸맞게 편안하고 유려한 번역을 평가하면서 지원대상작으로 결정하였다.
2008년에 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한국문학 번역지원 사업의 독일어권에 신청된 전체 작품 수는 모두 7편이었다. 장르별로는 소설이 6편이고 시가 1편이었다. 심사위원으로 한국인 독문학 교수 1명과 독일어 원어민 독문학 박사 1명이 심사에 참여하였다.
구체적인 심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심사기준을 확정하였고 그 기준은 결과적으로 2007년의 것과 대동소이하였다. 그것은 작품이 추구하는 주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통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그것을 독일과 유럽에 소개할 수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화’, 제출된 번역본 심사를 통한 번역의 완성도와 번역본의 가독성 및 번역자들의 기량, 주제나 문학적 형상화가 독일 독자들의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끌 수 있는가의 여부, 독일 문학시장에서의 경쟁력 그리고 출판가능성 등이었다. 이외에도 다른 부수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중요한 기준은 열거한 내용들이다.
위의 기준에 따라 신청된 작품들의 원작과 번역본을 개별적으로 또는 대조하면서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심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뛰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며, 천착하는 주제 모두가 그 자체로서는 의미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청된 작품 중에는 이미 국내에서 명망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있었고 독자들의 호평을 받는 작품도 있었으며 또한 신선하면서도 실험적인 정신을 높이 살 수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또한 오래 전에 대산문화재단으로부터 번역지원을 받고 독일어로 출간된 작품이 독일 현지에서 호평을 받을 정도로 그런 우수한 기량을 갖춘 신청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모든 작품을 지원할 수 없었고 위에서 언급한 기준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였다. 특히 이번에는 ‘주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통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형상화하는 기준이 예년보다 좀 강조되었다. 이외에도 번역본의 완성도와 번역자의 경력과 기량,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그 내용을 독일어로 담아낼 수 있는 능력 등이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분과별 1차 심사에서 모두 네 편이 최종적으로 추천되었다. 이후 모든 언어권(영어, 독어, 불어, 스페인어)이 참석한 최종 심사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독일어 작품은 추천된 네 편 모두가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다.
선정되지 못한 작품에는 죄송한 마음과 함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격려를 보낸다. 세 편의 작품이 선정되지 못한 것은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아님을 이해해 주기 바라며 좀 더 완성도가 높은 번역을 위해 노력하자는 격려로 받아주기 바란다. 미선정된 신청자들에게는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다시 한 번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선정된 번역자들에게는 축하를 보내며, 심사위원들의 관점에서 번역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별도로 전달하고자 한다. 번역이라는 창조적인 작업에 개입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완성도가 높은 번역을 위한 심사위원들의 충정으로 받아들여 참고해 주길 바라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당부 드린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께 각별한 격려와 인사를 보낸다.
2008년도 스페인어권 번역지원 신청은 아쉽지만 두 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스페인어 교육은 벌써 50년을 넘었지만 전문 번역인력은 기대하는 만큼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심사대상이
된 두 작품은 각각 소설과 시로 우리나라 문학을 스페인어권에 소개함에 있어 비교적 내용전달이 적절한 작품들이며,
번역이 잘 이루어져 있어 두 작품을 다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성석제의 『도망자 이치도』는 원작에 대한 이해가 충실하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작가의 빠른 서술기법을 스페인어로 비교적 원만하게 옮겼다고 본다. 굳이 한 가지 지적하자면 번역자와 공역자가 번역 윤문을 여러 차례 걸쳐 좀 더 생동감과 생명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회의 소외계층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피카레스크 문학 전통이 있는 스페인어권에서는 독자들의 이해가 빠를 것이며 또한 작품에 대한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
시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내용과 구조를 이해하고 단순히 대상 외국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문의 목소리나 이미지, 음악성, 상징성까지도 제대로 살려야 하는 작업이다.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는 원문에 대한 이해가 원만하고 비교적 충실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두운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그 감정을 잘 그려낸 이 작품이, 우리와 비슷한 시대적 경험을 한 스페인과 중남미 독자들에게 우리 문학을 소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