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의 <번역·출판지원> 분야의 지원자들은 대체로 동시대의 문학작품들 가운데 문학성이
높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번역·출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김경욱의 소설 『위험한 독서』와 남진우의 시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는 특히 문학성이 높은 작품들이며, 김태웅의 희곡 『이』는 영화로 상영되어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박민규의 소설은 우리 사회, 정치 상황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들에게 그 매력이 반감될 우려가 없지 않으나원작의 문학성과 흥미성을 높이 샀다. <연구·출판지원> 분야의 <향가 25수의 언어학적 분석과 영역>은 우리의 찬란한 시 유산인 향가의 번역과 연구가 외국인들에게 우리 시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불어권의 <출판지원> 분야에서는 고은의 노년의 원숙한 삶의 경지와 성찰이 담백한 언어로 진술된 시집 『속삭임』이 선정되었다. <연구지원> 분야에서는 <이현화 연극 속에서의 폭력의 문제>가 외국의 매체에 발표되어야 한다는 조건 아래에 선정되었다. 이현화는 동시대의 중요한 희곡작가이며, ‘폭력’은 그의 희곡의 중요한 테마에 해당한다.
단, 연구물을 외국매체에 발표하는 것은 본 재단의 기본지침이다. 독어권에 선정된 김훈의 『현의 노래』,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단연 높은 문학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이 중 구효서의 작품은 일본인들에게 한층 친숙하게 느껴질 작품이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아쉽게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하였다. 번역 작품의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려우나 스페인어로 번역되었을 때 원작의 문학성이 생생히 전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번역자의 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일어권에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가 높은 문학성을 갖춘 작품일 뿐만 아니라, 번역자의 능력도 높이 평가되어 네 분의 적은 지원자 중에서도 두 분이 선정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중국어권에서는 박범신의 『고산자』와 이승우의 『오래된 일기』, 은희경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와 송찬호의 시가 높은 문학성을 지닌 작품들인데, 이 가운데 번역자의 능력을 고려하여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황석영의 『심청 상, 하』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화차이가 이 소설의 매력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 소설의 본질적인 문학성이 우리 문학의 이해를 높일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연구·출판지원> 분야에서는 우리의 명작들을 번역 소개하고자 하는 <한국 근현대문학경전 해독 1, 2>가 선정되었다. 우리 문학을 보는 안목과 번역 및 연구능력이 높이 평가되었다. <중국 명청소설 번역 연구>의 경우 높은 연구의욕에도 불구하고 『전등신화』의 번역이 이미 나와 있다는 점, 『전등신화』가 문학사적 가치에 비해 문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몽골어권, 러시아어권, 불가리아어권, 루마니아어권, 이탈리아어권, 터키어권의 경우에도 선정작의 경우 역시 번역 대상의 문학성이 높고, 번역자의 번역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이 고려되었고, 이 밖에 우리 문학의 소개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들 지역에 우리문학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었다. <연구·출판지원 분야>의 <윤선도 전집>에 대한 연구, <출판지원>의 분야의 『황석영 중단편선』도 같은 이유로 선정되었다. 터키어권에서는 아쉽게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하였다.
문학작품 번역의 지원결정에는 원작의 문학적 가치, 그 작품의 의미와 매력, 목적어 언어권 독자에게 전달가능성 정도, 그리고 출판가능성 여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 대산문화재단의 심사에서는 국문학전공자가 모든 신청 건의 원작의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시했고, 원작 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받은 신청 건에 대해서 한국인 심사자와 원어민 심사자가 공동으로 심사했다. 영어권 번역지원의 두 심사자는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이』『위험한 독서』『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를 선정했다. 『이』는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광대의 대사를 잘 옮겨서 유머가 살아나고 있고, 『위험한 독서』는 원작의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를 퍽 잘 재현한 번역이었으며, 그리고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는 지원번호 12번의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과 동점을 받았는데 두 신청 작이 같은 역자의 번역이어서 둘 중에서 오역이 적고 원작의 분위기가 더 살아있는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매우 번역하기 어려운 은어적이고 야유적인 표현을 잘 살려내었지만 직역으로 어색해진 표현들이 많고, 정부 부서의 공식명칭 등을 역자의 임의로 번역하는 등 수정되어야 할 점이 많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수정 후 재심사하는 것을 전제로 지원작에 선정했다. 한국문학 연구지원 대상으로는 현재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의하는 연구자가 신청한, 향가의 번역과 해설에 대한 종합 연구 프로젝트인 <향가 25수의 언어학적 분석과 영역>을 선정했다. 이 연구를 통해 연구자의 강의 내용이 강화되면 영국대학에서 한국학의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었고, 특히 출판되어 보급된다면 영국과 유럽에서 고대 한국의 문학적 수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선정하였다.
나머지 신청작들도 부분적인 장점이 있었지만 원작의 문학성 전달, 번역 텍스트로서의 가독성, 우리나라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촉진 유발가능성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되어 선정하지 못했다.
2010년도 대산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지원은 한국문학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기존의 번역지원과 연구, 출판사업을 통합하여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점이 차별화 되었다. 특히 우리 문학가운데서도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취지하에 한국문학 전공자가 심사위원에 합류하였다는 것이 예년과는 다른 특징으로 제시된 가운데 심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어권에서는 이미 선정된 번역지원 작품 수가 많아 현재 번역이 수행되는 과정중이어서 그런지, 금년도에는 응모작이 현저히 줄어 심사위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심사에 응하였다. 내년에는 불어권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자아낼 수 있는 좋은 작품들로 많은 신청자들이 지원하기를 기대해본다. 총 세 편의 응모작 가운데 <출판지원>에서 고은의 『속삭임』, <연구지원>에서 <이현화의 연극 속에서의 폭력의 문제>가 선정되었으며, <번역지원>을 신청한 이은의 『미술관의 쥐』는 탈락되었다. 각각의 작품에 대한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1.번역지원 : 이은 作 『미술관의 쥐』
이 텍스트는 프랑스 독자에게 익숙한 기존의 한국 문학의 정형화된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추리소설을 번역대상으로 택하여 한국 문학의 다양성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으나, 이은의 추리소설이 과연 한국문학을 대표할만한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추리소설의 문학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은의 추리소설이 한국추리소설의 ‘정전’인가 하는 문제와, 미술관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이유만으로 프랑스인에게 어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자칫하면, 서양미술사의 수용이 짧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번역의 수준은 뛰어난 것으로,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어휘구사나, 말줄임표의 사용, 프랑스어의 부정을 의미하는 ‘ne’의 생략, 완결되지 않은 문장의 도입, 감탄사의 사용 등은 추리소설이라는 특수한 장르에 적합한 문체를 주조하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추리소설에 필수적인 빠른 리듬과 박진감을 살리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번역자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한국문학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려는 재단의 사업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심사위원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2. 출판지원 : 고은 作 『속삭임』
이 작품은 번역의 완성도가 뛰어났으며, 작품의 문학성 또한 한국문학을 대표할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지원 대상으로 추천되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고은의 명성도가 워낙 높고, 또 이 책을 출판할 블랭 출판사 역시 지명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이 책의 판촉을 위해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프랑스에서 봄에 열리는 시인의 날과, 파리 책 시장에서의 판촉 행사, 프랑스 문화방송에서의 시낭송과 좌담회 방영 예정 등), 2008년 같은 총서에 발간된 『만인보』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 시인인 고은을 프랑스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철자 상의 오타나 문법상의 오류가 가끔 눈에 띄며, 문장의 무거움도 느껴지므로, 출판 전 윤문과정에서 원고를 다듬는데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3. 연구지원 : <이현화의 연극 속에서의 폭력의 문제>
금년도 연구지원은 한국연극사에서 실험적인 연극을 선보인 <이현화 연극 속에서의 폭력의 문제>가 선정되었다. 연구자는 이현화 연극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자여서 누구보다도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으며, 이현화 연극에서 폭력의 문제는 핵심적인 주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다. 한국문학을 외국에 알리기 위해서는 비평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이 방면에서 국내의 대학이나 프랑스어권 대학에서의 침묵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이 최근에 한국문학에 대해 보여주는 관심과 열정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지원자의 연구계획은 시의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어로 번역된 작품에 대한 연구를 통해, 원전에 대한 가독성을 높이고, 특히 연극이란 장르인 경우, 그것이 프랑스 무대에서의 연출가능성이라는 지평으로까지 이어져, 한국적인 정서와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비평의 몫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권 유수의 잡지에 실려 한국연극에 대한 파급효과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선정된 작품이나 선정되지 못한 작품들 모두가 뛰어난 번역역량을 보여주고 있어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깊은 격려를 보낸다.
2010년 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사업’의 독일어권 부분에 신청된 전체 작품 수는 모두
8편이었다. 장르별로는 소설이 6편이고 시가 2편이었다. 이 중에 1편은 심사과정 중에 신청을 취소하였다. 심사위원으로 한국인 독문학 교수 1명과 독일어 원어민 독문학 명예교수 1명이 심사에 참여하였다.
구체적인 심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심사기준을 확정하였다. 그것은 작품이 추구하는 주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통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그것을 독일과 유럽에 소개할 수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제출된 번역본 심사를 통한 번역의 완성도와 번역본의 가독성 및 번역자들의 기량, 주제나 문학적 형상화가 독일 독자들의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끌 수 있는가의 여부, 독일 문학시장에서의 경쟁력 등이었다. 이외에도 다른 부수적인 요소가 있었지만중요한 기준은 열거한 내용들이다.
위의 기준에 따라 신청된 개별 작품들을 원작과 번역본을 개별적으로 또는 대조하면서 꼼꼼히 살펴보았다. 특히 이번에는번역본의 완성도와 번역자의 경력과 기량,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그 내용을 독일어로 담아낼 수 있는 능력 등이 매우 중요한기준으로 작용하였다.
모든 언어권이 참석한 최종 심사에서 독일어 작품은 추천된 세 편 모두가 최종적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선정되지 못한 작품에는 죄송한 마음과 함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격려를 보낸다. 작품이 선정되지 못한 것은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아님을 이해해 주기 바라며 좀 더 완성도가 높은 번역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로 받아주기 바란다.
선정된 작품에는 축하를 보내며, 선정된 번역자들에게는 심사위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내용을 별도로 전달하고자 한다. 개별 번역자들에게 전달하는 별지의 보완요청은 최종심사에서 그의 이행여부가 중요한 심사기준 중의 하나가 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린다.
번역이라는 창조적인 작업에 개입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완성도가 높은 번역을 위한 심사위원들의 충정으로 받아들여 반드시 참고해 주길 바라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당부드린다. 마지막으로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이를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께 각별한 격려와 함께 인사를 보낸다.
스페인어권에는 이성부 作 『이성부 시선집』, 이만희 作 『이만희 희곡집』, 김혜순 作 『당신의 첫』 등 모두 3건을
신청하였다. 제출된 번역원고를 심사한 결과, 세 번역원고 모두 문학 작품에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지 못한 채 기본적인 의미
전달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작품성을 구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부 시선집』의 번역원고의 경우,
원문의 시적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며, 시에서 매우 중요한 운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따라서 번역문은 시라기
보다는 산문으로 읽힌다. 한편 김혜순의 『당신의 첫』 번역원고의 경우, 원문에는 충실하려고 노력했으나 역시 운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또한 번역문장이 열거식으로 되어 있어, 원문의 시적 축약성이 훼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만희 희곡집』의
경우에도 원문의 중요한 단어나 구절이 생략된 경우가 종종 눈에 띄며, 구어체도 그다지 효과적으로 번역되어 있지 못하다.
1. 구효서 作 『나가사키 파파』는 대산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문학의 현주소를 가늠케 하는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하겠다.
이 작품의 무대는 일본의 나가사키(長崎)이다. 등장인물 또한 태반이 일본인이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조리사로 일하는 20대의 나(한유나)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시각은 요즘의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이 지니는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밝고 긍정적인 감성을 드러낸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출판되면 상대국에 대한 새로운 감각의 긍정적 인식과 더불어 밀항한 한국인, 재일교포, 6.25가 남긴 상처, 다양한 형태의 사랑, 오타쿠, 한류/ 일류가 겹치면서 한일 양국의 현재를 반영한 현실성 등, 일본인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이 많은 일본인 독자를 확보할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한국 문학을 번역, 소개할 때 해당 언어권 독자의 저변확대가 목적 중 하나라면, 이 작품은 번역지원 대상으로 강력히 추천할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번역이 우수한 것도 강점이다.
번역자가 제출한 <번역에 참고한 자료집>을 보면 역자가 원작을 번역어로 옮기면서 기울인 노력과 성실함을 알 수 있다. 목적어의 context 안에 놓아도 충분히 문학적 향기를 유지한 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번역되어 있어 원작에 대한 번역자의 애정을 느끼게 한다. 원작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 그리고 탁월한 어휘구사 능력은 번역에 필요한 요소들이며 이 번역자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출판예정 회사인 作品社는 인문사회과학계열 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로 「일본의 명 수필」 시리즈 등을 간행한 대형 출판사이다.(Wiklipedia
참고) 나름의 판매망을 지니는 출판사이므로 보급 및 판촉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위의 책을 번역지원 대상작품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2. 신경숙 作 『엄마를 부탁해』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전 세계인이 갖고 있는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공통분모로 그려냄으로써 호소력을 획득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주인공이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상 앞에 서서 갖는 감회는 ‘옛날 옛적의 어머니상’이라는 낡음을 무력화시킨다. 다시 말해 옛일이면서 동시에 현대인을 그려낸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독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번역도 우수하다. 특히 어머니의 대화를 구수한 사투리로 번역하여 어머니의 순박함, 소박함을 두드러지게 한 것은 번역자의 역량을 충분히 나타내주고 있다. 일본에서도 “옛날, 좋았던 메이지(1868-1911)”에는 그런 어머니가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좋았던 옛날”을 기억하는 중, 장년층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 예정사(集英社)는 일본에서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형 출판사로 이 책의 보급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번역이 극히 우수하며 목적어의 국민들에게 어필할 요소를 갖춘 이 작품에 번역지원이 주어지기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이번에는 번역지원 9편과 출판지원 1편, 연구지원 1편, 연구·출판지원 1편 등 총 12편이 심사 대상이었다.
<번역지원> 9편 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7번, 『고산자』 4번, 『오래된 일기』를 선정하였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7번은 번역의 정확도 및 가독성이 가장 높은 작품이다. 같은 제목의 6번은 번역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는 점에서 선정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고산자』 4번은 가독성은 훌륭하나 문화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아쉬움이 있다. 이로 인한 오역(‘봇짐’을 붓을 넣는 짐으로 오역) 등이 눈에 띄므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감수를 요한다. 같은 작품인 3번은 상대적으로 이 작품보다 번역수준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오래된 일기』는 용어와 표현에서 한국식 표현이 있고, 오역도 부분적으로 발견된다. 이에 주의하여 문체를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들 작품 외에 시와 동화작품은 번역의 의미는 있으나 소설작품의 번역이 재단의 지원취지에 보다 부합된다는 점에서 선정되지 않았다. 특히 동화인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는 번역이 상당한 수준임을 확인하였지만, 기본취지상 다음의 지원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었다. 평론집의 경우에도 의미는 있으나 시간적으로 최근 작품이 아니라는 점과 번역지원의 경우 아직은 창작 작품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여타 작품들은 번역수준의 문제로 지원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었다.
<출판지원> 작품은 1편만이 지원하였고 현지에서 원작에 대한 평가문제가 있으나 번역의 가독성 및 정확도에 문제가 없으며 이미 재단의 번역지원을 받은 바 있으므로 지속적 지원의 차원에서 선정하였다.
<연구지원>은 번역물은 없고 연구계획서만 있으며, 국내에 이미 많은 전문연구성과들이 있다는 점에서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연구·출판지원>은 1편이고, 부분적으로 오타나 오역 등이 있으나 이미 상당부분 번역이 되었으며, 전체적으로 지원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선정되었다. 그러나 지적한 바와 같이 아주 세심하고 정교한 번역작업이 요구되는 바이다.
몽골어권에는 2편의 소설과 1편의 시 번역·출판 및 출판 지원사업이 신청되었다.
이 가운데 황석영의 『중단편선』은 2008년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서업의 ‘번역부문’ 지원을 받았던 사업으로 역자의 한국사회의 변화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원문내용에 대한 충실한 번역으로 가독성이 뛰어나고 의미전달의 정합성이 높아 일정한 수준을 갖춘 출판물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올해는 한국과 몽골이 수교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서 황석영의 『중단편선』 출판사업은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가 낮은 몽골에 한국문학의 모습과 작품수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박범신의 『고산자』는 역사소설이 갖는 난해한 원문의 내용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을 통하여 상당히 완성도 높은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준 높은 번역 완성도의 획득에는 내외국인으로 이루어진 공동번역진의 긴밀한 협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판이하게 다른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관용적인 표현방식의 처리문제, 몽골사회에는 없었던 관직이나 기관의 명칭을 비롯하여 역사적인 전문술어에 대한 번역, 인명이나 지명과 같은 고유명사의 표기에 있어서의 일관성 등에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한자로 표현된 원문의 번역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불가피하게 자의적인 의역이나 부자연스러운 직역 및 일부분의 누락 등의 문제에도 좀 더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고은의 『고은 시선집』은 대체로 일정한 수준의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의 경우 원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의 부족이나 특정 시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파악의 실패로부터 다수의 오역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몽골운문의 특징에 맞추기 위한 운율조정과정에 일부 군더더기나 자의적인 누락도 눈에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적인 결함만 보완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시 번역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1. 송찬호 作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일견 단순해 보이는 시어와 시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조차 이해가 쉽지 않은, 그리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원작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번역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 특히 한국어 구어체와 시어의 문법을 정확히 옮겨내기란 힘들다는 것도 예측 할만하다. 그와 같은 원작의 번역을 시도한 노력 자체를 우선 높이 평가하고 싶다. 많은 부분 원문을 정확히 번역하고자 했으며, 문체와 분위기의 맛도 유사하게 이끌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번역의 문제점은 바로 그 언어적 '정확성'의 추구에 있는 듯하다. 번역자는 직역의 원칙을 따르고 있는데, 송찬호 시인의 시가 러시아어로 직역될 경우 지나치게 산문적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겠다. 가령, 「옛날 옛적 우리 고향 마을에 ...」의 네 번째 문장 "그리고 가난한
우리 식구들, ..."이 지나치게 산문적이며(4행짜리 원문이 6행으로 옮겨진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염소」의 2연 4행 "짐승을 쫓아내기 위해"도 해당 행만의 직역으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원시에 따르면 염소의 짐승성을 없애기 위해 채찍질 하는 것인데, 번역문은 다른 짐승들을 염소 주위에서 쫓아내기 위해 채찍을 휘두르는 것으로 읽힌다. 「겨울」 시에서 "우리 집 풍자는 왜 키가 크지 않은 거죠?"도 직역되었을 때 러시아인 독자는 이해가 힘들 것이다. 「채송화」에서 고양이가 "주석을 달고" 역시 번역자는 직역을 한 까닭에('주석을 매단다'는 의미로), 비문법적인 러시아어가 되어버렸다. 「유채꽃」의 마지막 연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번역자의 직역은 간혹 원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오역과도 연관이 있다. 단적인 예로, "예식은 읍내 식장까지 갈 필요가 없다"(「황사」)에서 번역자는 '예식'을 주어로 옮겨 놓았다. 즉, 예식이 읍내에 가지 않는다는 말인데, 물론 이는 오역이다. 「오월」에서 "실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은 바로 "맹인 악사"이다. 번역자는, 마치 주체가 독자인 '너'라도 되는 양, "실연에도 아랑곳하지 말며" 그 "맹인 악사"를 "보아라"라고 옮겨 놓았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전반부, 「채송화」 후반부도 원시를 정확히 이해했더라면 달리 번역했을 법하다.「촛불」의 "그리 되게 하사," "희미한 빛의 시종이 되게 하사" 같은 문구 번역도 문제가 있는데, 이는 아마도 번역자가 한국어 문법의 다양한 용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구"(「봄」)를 '동쪽 언덕'으로 옮긴 것과 같은 단어 오역을 위시해, 문법적인 오류(주어의 혼동, 시제나 가정법의 혼동, 부정확한 내용 전달 등)도 발견된다. "곡우"나 "평"과 같은 단어는 음역하여 주석을 다는 것보다, 그에 상응하는 단어로 풀어 옮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원시의 어려움을 백분 인정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원시에 대한 시적, 언어적 이해가 좀 더 요구되는 번역이다. 다른 번역도 마찬가지이겠으나, 특히 시의 경우에는 평이하지 않은 시어와 그 시의 세계를 잘 이해하는 원어민이 일단 초벌 번역을
제공하고, 타겟 언어의 시인이 초벌 번역자와 함께 번역을 완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된다. 원작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원어(한국어) 능력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그 도움의 효력이 크다고 할 수 없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는 번역 신청자의 기존 번역물에도 일부 해당되는 것임을 덧붙인다.
2. 한수련 作 『미인도』
러시아어로는 무난하게 읽히는 번역이다. 그러나 원작과 비교해볼 때, 앞부분부터 오역이 발견되며, 그 경우가 번역 전체를 걸쳐 빈번하다. 원작 둘째 줄(법도가 그러하여...), 7째 줄(흰 눈 사이로 달빛이 떨어져...), 11쪽, 12쪽, 13쪽 등,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오역이 있고, 때로는 원작에 없는 문장이나 문구가 삽입되어 있기도 하다.
러시아어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의역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의역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일례로
동풍(겨울바람)을 "동쪽 바람"으로 옮긴 경우는 아주 단순한 오역의 경우가 되겠고, 그 외의 오역은 필경 번역자가 원작을 정확히 읽고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다. 번역자의 언어적 정확성과 치밀함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일차적인 정확성 외에도, 러시아어로 옮기는데 있어서의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가령, 주인공 윤정이 오빠 윤복에게 말하는 대사에서, 비록 한국말이 존칭을 사용하고는 있으나 러시아어로 존칭(vy-form)을 쓰는 것은 이상하게 읽힌다. '얼음과자'를 말 그대로 'pechen'e izo l'da'(baked thing from ice)로 옮기는 것, 어머니가 아들의 자살 때문에 화병으로 죽었다는 대목을 'psikhicheskoe rasstroistvo'(psychic
disturbance)로 옮기는 것 등도 문제가 있다.
한국의 문학어는 물론이고, 문화적, 시대적 문맥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요구된다. 한국의 예술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고 싶다는 번역자 의도, 또한 그러한 작품이 러시아 독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 원어민과의 공역을 제안하고 싶다.
2010년도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사업 중 불가리아어권에는 총 2건의 지원서가 접수되었다.
<연구·출판지원>의 경우에는 가 접수되었는데,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포함한 주요 작품, 생애 등을 복합적으로 연구하여 저작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고전문학을 연구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서 향후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거대 담론의 기초 작업이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사업 제안자의 연구 역량은 뛰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본 제안자는 동양문학과 문화를 박사과정에서 전공한 학자로서 Korean and Altaic Mythology(1999), Traditional Korean Culture(1999), The Smile of Buddha, Buddhist Features in the Classical Korean Poetry(2001), History of Classical Korean Literature(2006) 등 다수의 본 연구관련 주요저작을 갖고 있다. 본 연구서의 발간을 통하여 한국 고전문학의 불가리아 일반 독자층(common reader)에게로의 소개, 소피아대학교 한국학과에서의 후속 연구 계획 등을 담고 있어서 출판 후 한국문학의 소개와 학문적 연구의 연속성도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번역·출판지원>의 경우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그녀의 세 번째 남자」「타인에게 말걸기」「열쇠」 등의 작품 번역을 제안하고 있다. 여성의 내면적 심리와 상황 변화를 아주 섬세한 필체로 다루고 있는 은희경의 작품은 현대 한국 여성문학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번역의 기초자료 선정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번역자들(2인 공역)의 번역 경력과 출판 이력도 매우 출중하다. 지원신청자의 경우, 『이문열 단편집』(2003), 『홍어』(2006), 『봉순이언니』(2006), 『한국고전문학사』(2009), 『한국속담집』(2009)을 불가리아어로 번역·출판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접수된 번역 작품의 초반부 번역본을 읽어보면, 지원신청자가 누락된 부분 없이 충실하게 한국어 텍스트를 불가리아어로 번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은희경 작품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느낌을 불가리아어로 얼마나 살려낼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울러 본 번역문은 한국의 전통적 문화 기제가 좀 더 치밀하게 설명되고 기술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가령 예를 들면 작품 내의 배냇저고리가 불가리아 번역본에는 저고리로만 번역되어 있고, 각주에도 한국의 전통의상이라고만 쓰여 있다. 배냇저고리라는 작품 속의 기제는 이 작품 전체에서 흐르는 불임과 소외라는 개념의 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번역의 불충분성은 작가가 의도한 텍스트의 올바른 의미 전달을 충분히 소화할 수 없게 만든다. 아울러 한국의 지명 표기에서도 “강남”을 간남으로 하고 있어 교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본 번역본은 상당한 수준의
번역 완성도를 담보하고 있으며, 한국소설문학의 세계화에 일조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서유럽의 국가들과는 달리 동유럽 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것은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 동유럽으로 빠르게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영향 때문이며 이로 인해 한국은 발전된 나라라고 하는 인상이 동유럽 사람들에게 심어져있다. 동유럽국가들 중 큰 나라에 속하는 루마니아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좋으며 관심 또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 간의 경제적인 교류에 비추어서 문화적, 학문적인 교류는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다. 루마니아의 유명대학에는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활발하지 못하며 문화적 예술적인 소개도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 시절 북한의 이념 서적들이 소개된 것 외에는 한국의 올바른 문학 소개는 전무했던 상황에서 루마니아에서의 한국문학 소개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학생들이 루마니아에서 유학하고 외대에 루마니아어과가 개설되면서 한국문학의 번역 능력이 생기고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몇몇 주요 한국의 문학 작품들이 번역 소개되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루마니아어 번역 심사에도 지원이 적극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된다. 한국문학번역은 외국어를 아는 한국 사람과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져야하는데 이번 경우 지원 신청자들이 그동안 한국문학 작품들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한 실력 있는 경험자들이며, 그동안의 번역 또한 문제없이 잘 수행되어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번역되리라 판단된다.
또한 첨부된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부분 초고도 루마니아어로 잘 번역되어 있다고 확신된다. 루마니아에서의 출판가능성도 그동안 한국 작품을 출판했던 출판사이기 때문에 출판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된다.
신청자는 일반 번역 외에도, 특히 고은의 문학 번역과 연구에 관한 실적이 많다. 작가의 생애와 참고자료를 상세하게 정리하여 번역서의 서문으로 삼으려는 계획이 돋보이며, 번역과 출판 계획도 잘 세워져 있다. 그러나 출판의 가능성만 밝혔지, 출판사의 연락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관계자와 고은 시인이 이탈리아에서 만나 출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정황으로 미루어 출판의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신청자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이탈리아어의 문학적 구사도 뛰어나다. 다만 고은의 시가 압축적 함의가 대단히 고도의 수준임을 생각할 때 번역어에도 그만한 강도의 함의가 내재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어의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고 번역어의 정확한 반영 및 구사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항은 오직 번역어를 통해서만 측정된다. 따라서 번역어를 기준으로 위의 두 사항들을 판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출된 번역 샘플원고를 분석한 결과 잘 된 부분들도 있으나, 개선할 부분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그것이 한국어와 특히 고은 시의 함축적 의미만을 적절히 이해하지 못 한 탓인지, 이탈리아어의 적절한 구사가 부족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힘드나, 아마 전자의 경우에 기인한 탓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번역 텍스트로 선택한 고도 시가 禪詩라는 점에서 번역의 어려움은 가중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탈리아어(번역어)를 풀어쓰는 형태가 아니라 함축적인 방식으로 구사하면서 역주를 다는 것도 한 해결방법이 될 것이다.
지원을 하고 결과에 대해서 다시 심사를 하면 좋을 것이다. 혹은 공역이나 감수를 권장해도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1. 신청자의 번역 계획서에는 “(...)터키어로 옮기로 했습니다, (...)나온 번역물을 자기 힘으로 검토(...), 작품의 내용을 보시면 짧은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차지하고(...), 번역완료는 2010년 8 월말까지는 제대로 될 겁니다, (...)본 출판사 사장님에 보내주었고(...)”등과 같이 한국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심사용 번역원고의 완성도를 고려했을 때 228쪽의 원작을 사업기간(5개월)내에 완벽하게 마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번역이 끝났다 해도 번역원고의 질은 출판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2. 물론 목표어인 한국어의 구사 능력이 떨어진다 해도 신청자의 모국어인 터키어로의 번역은 가능하지만, 심사용 번역원고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다.
1) 적절한 어휘 선택과 각주의 문제 : ‘동반석, 고시원, 하숙집..’등과 같이 한국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어휘들의 대응어는 번역자의 각주를 달아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신청자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DNA나 존 레논 같은 말에 각주를 달았고 ‘고시원’의 대응어로 ‘학원’, ‘하숙집’의 대응어로는 ‘기숙사’를 선택하였으며
‘사과’는 동음이의어임에도 다의어라고 잘못된 각주를 달았다. 한편, 신청자는 “(..)흥미를 잃었다는 듯 시종 담담했다.”에서
‘시종’을 ‘하인’으로 이해하여 번역하였다.
2) 신청자의 모국어 글쓰기 문제 : 원작과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해도 번역된 터키어 텍스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는데, 번역원고에는 모국어 글쓰기 훈련조차 제대로 교육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시종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마치 위의 ‘시종’을 ‘하인’으로 번역했듯이 신청자가 기계번역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이다. 이를테면, “이유진 씨가 만나러 온 사람이 바로 제 형이에요.”라는 텍스트는 화자와 청자 사이의 대화체이므로 ‘이유진 씨’는 호격으로 처리하고 이인칭 대명사를 문장의 주어로 삼아야 하는데, 신청자는 ‘이유진 씨’를 문장의 주어로 처리하여 마치 제 삼자가 대화에 참여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원작의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말 따위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를 신청자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말 이외에 다른 것을 하지 않았다.”라고 정반대로 번역하였다. 게다가 원작의 “S는 늘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른다며 답답해하곤 했는데,(...)”를 신청자는 “S는 매일 자신이 세상을 몰라서 답답하다고 말하곤 했다.”라고 옮기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면의 제약으로 한 두 개의 예만 제시했지만 위와 같은 오류들이 번역원고 일부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번역원고 도처에서 너무 빈번하게 발견되므로 본 심사자는 신청자가 이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