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아쉬움이 설렘으로 바 뀌는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단지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세상의 공기까 지 모두 바뀐 듯합니다. 다른 날들과 똑같은 하루가 지나갈 뿐인데 어 쩜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걸까요. 이런 마법 때문인지 겨울에는 과거 를 추억하거나 미래를 상상하는 데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게 됩니다. 과거는 대부분 아름답게 채색되고 미래는 알 수 없어 매혹적이기에 이 러한 생각에 빠지는 것이 꽤나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연초 에 했던 다짐들이 대부분 미완성인 채로 남겨져 있습니다. 아직 할 일 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도 미완성으로 남겨둔다면 새해의 다짐들 역 시 그저 공수표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들뜨는 마음 을 발견할 때마다 혹시 내가 어딘가에 맘을 빼앗겨 멈춰 있는 것은 아 닌지 자꾸만 두 발을 쳐다보게 됩니다.
광화문글판 선정회의
2018년 겨울편 문안 후보 선정을 위해 광 화문글판 자문위원들의 추천과 인터넷 공모를 받아 총 34편의 문안이 접수되었다. 7명의 선정위원(박웅현 TBWA KOREA 대표, 성석제 소설 가, 신준봉 중앙일보 문화부 부장, 진은영 시인, 윤상철 교보생명 고문,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 송국현 교보생명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 이 이를 대상으로 토론과 투표를 거쳐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 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와 황현산 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일부를 최종 문안후보로 선정했다. 이어 교보생명 브랜드통신원의 선호도 조사와 내부 논의를 종합하여 「눈 내 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를 겨울편 문안으로 최종 결정했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여기가 누구의 숲인지 알 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기에 내가 그의 눈 덮인 숲을 보기 위해 여기 멈춰서 있는 것을 그는 못 볼 것이다.
내 작은 말은 이상하다 여길 것이다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에 근처에 농가 하나 없는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 있는 것을
말은 방울을 흔들어 본다 무슨 착오가 있는 것 아니냐 묻는 듯 방울소리 외에는 스쳐가는 바람소리와 솜털 같은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그런데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아직 잠들기 전에 갈 길이 조금 남았다 아직 잠들기 전에 갈 길이 조금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