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문장들을 쓰는 동안 방 안에 빛과 색들이 우거졌다. 시가 그저 헛것들을 아름답게 이름 지어 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아득하다. 빛 속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빛을 마주보는 일, 매번 다른 포장지를 벗겨가며 시간이 선물한 색색의 알사탕들을 맛보는 일에 열중하는 요즘이다. 놀람과 경이의 연속인 최근의 파도들 위로 이달콤과 반짝을 부표처럼 띄워둔다.
당분간 달콤
바닥에 고인 시간들을 떠올리면 입 안에서 색색의 동그라미들이 굴러나왔지. 혀끝의 평행우주들. 헤어졌다가 다시 휘감기는 중력들. 다정 속에 묻어둔 모서리처럼 조금만 스쳐도 혀가 베이는 달콤.
마음이 과해지는 날에는 달의 문을 열고 들어가 차오르는 수심을 바라봤지. 오래 머금은 고백들이 볼 안쪽에서 주름질 때, 달고 짠 바람이 분다고 너는 두 볼을 부풀리며 웃었다.
이제 막 도착한 행성들을 조금씩 녹여 먹으며. 얼마간 최소한의 깊이로만 스며들기로 했지. 상처 난 뿔을 감춘 채 무리 속으로 숨어드는 어린 사슴처럼.
더 이상 무지개의 양 끝이나 물의 뿌리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 낯설어진 이름을 가볍게 입술 위로 올리며 이대로 잠시만 머무르기로. 서투른 허밍으로 시간을 나누어 조금씩 호흡했지. 우리의 가장 사소한 표정들을 불러내기 위해서.
홀로그래피
겨울이 복용한 가루약들이 서서히 헐거워지는 새벽입니다. 크게 앓고 일어나 창의 뒷면을 바라보면 빛으로 다 스며들지 못했던 무늬들이 떠오르는 군요. 실수로 삼켜 버렸던 눈보라를 생각합니다. 스스로 가지를 꺾는 번개들. 자신 안의 망령을 찾아 떠나는 여행 속의 여행. 흐르는 것이 흐르는 것 을 더럽힐 수 있을까요. 우리는 금 간 접시 위로 돋아나던 작은 손가락들을 보았지요. 구름 속을 떠다니던 태아의 형상, 뒤늦은 감정처럼 흘러내리던 물방울과, 비둘기 날개의 다채로움도요. 하늘에 새겨졌던 폭풍의 무늬가 살 속으로 드리울 때, 오래 버려둔 어깨 위로 차가운 광선들이 쏟아집니 다. 가루약이 몸속에서 휘몰아치며 무수해지듯 우리는 깨져버린 것들이 더 영롱하다는 것을 알지요. 창문 위에 적어두었던 소식들이 서서히 휘발하고 세계의 한 귀퉁이가 접혀듭니다. 사랑하는 헛것들. 빛의 자격을 얻어 잠시의 굴절을 겪을 때, 반짝임은 그저 각도와 연관된 믿음에 불과해집니다. 우리는 같은 비밀을 향해 취한 눈을 비비며 나아갈 수 있을 테지요. 두 눈이 마주칠 때 생겨나는 무한의 통로 속으로. 빠져든다는 말 속에 이미 깊숙해져 있는 생각의 소용돌이를 찾아. 떠올린다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일렁임을 다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