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가 있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있었다. 랩과 개그와 예능과 게임과 웹툰과 판타지와 패러디와 키치와 복고가 있었다. B급과 비주류를 자처하며 싼티, 촌티, 날티에 열광하는 하위문화, 자본주의 문화, 속물주의 문화, 흥행주의 문화라고도 불렸다. 나쁜 장르를 탐하며 기성의 중심, 권위, 규범과 엄숙주의를 비웃고 고급 혹은 A급과 엘리트주의에 저항했다. 유쾌, 상쾌, 통쾌한 반란이자 향유였다. 99%에 해당하는 우리 사회 속 다양한 계급과 세대의 욕망이 충돌하고 갈등하며 연대한 결과였다.
  B급 예술로 폄하되었던 대중친화적인 장르 예술이 주목을 받은 지 오래다. 전통적인 고급 예술, 엘리트 예술은 격조를 중시하여 소수의 예술 향유층을 중심으로 소통되어 왔으나 현대에 이르러 예술 영역이 대중화되고 상업화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제는 예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경해졌고 우리는 이제 B급 문화라 부르는 게 더 익숙해졌다. 그러고 보면 이제 와서 B급 문화를 논한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므로 개념이나 이론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대세의 문화코드를 생산하는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B급이라 쓰고 누군가는 ‘돌아이’와 ‘독립’이라 읽고, 누군가는 속물과 가짜, 장르 미상의 공포와 잔혹과 미스터리와 블랙코미디의 삶이라 읽기도 한다. 그들에게 비급이란 “일상적인 삶, 관습의 내부에 감춰진 공포, 욕망, 속물성 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고, “최고, 제일인 ‘A’의 하급이 아닌 자기답게 고유하고 섹시한 매력을 열정적으로 멋지게 표현하는 어떤 아름다운 상태의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거짓과 언어를 찾아 묶어내기 위해 헤매는 것 자체가 바로 b”이다.
  ‘삐급’ 혹은 ‘비끕’이라고 발음되는 그 비급이, A급에 저항하는 소문자 b급이고, 싸구려 촌티 가짜스런 비(卑)급이고, 불량스런 비주류의 비(非)급이고, 비의를 숨긴 비(秘)급이고, 비상하는 비(飛)급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