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ㅣ유성호_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계간《대산문화》편집자문위원. 1964년생
저서『상징의 숲을 가로질러』『침묵의 파문』『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등
최근 우리 사회에 청소년 관련 담론이 눈에 띄게 점증하고 있다. 문학에 한정해서 보아도 청소년문학에 대한 해명과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대산문화재단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창작 주체가 되는 청소년 관련 문학상을 제정 시행하고 있는 것을 필두로 하여, 각 출판사들이 청소년문학 관련 도서를 열정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것에서도 두루 입증된다. 청소년기를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과 대학 초년 시절 정도로 규정했을 때 그동안 이들에게 제공된 문학 경험이란, 별도로 논의된 텍스트나 방법을 통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정전으로 위상을 굳힌 명작이나 대학에 막 들어와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부여하는 일종의 대항정전을 읽히는 정도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그 점에서 최근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 관련 문학 담론의 활황은, 안전하게 재생산되어오던 정전 위주의 텍스트와 방법론에 창조적 균열을 내면서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우리 청소년문학의 존재 방식에 대해 여러 시사점을 주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잘 알듯이, 청소년문학은 경계에 서 있는 문학이다. 그 안에는 아직 사회적 구성원으로 편입되기 이전인 청소년의 시선과 언어로 발견된 새로운 정체성이 담겨 있다. 이러한 자아정체성 형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소년들은 일종의 역할 혼란을 경험하면서 한편으로는 영웅에 대해 맹목적 추종을 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합리적 집단행동에 경사될 위험성을 안게 된다. 이러한 청소년의 자아정체성을 주제나 배경으로 삼는 청소년문학은, 한편으로는 기존 문학으로부터 물려받은 텍스트 관습의 존속을 목표로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새로운 관습을 창출하려는 욕망을 가지기도 한다. 우리가 청소년문학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야 하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경계의 속성에 말미암는 바 크다.
이번 《대산문화》 겨울호에서는 청소년문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평가 혹은 작가인 박상률, 김이구, 김경연, 이옥수 선생이 우리 청소년문학에 대한 경험적 성찰의 기회를 가졌다. 청소년문학의 역사와 현황, 청소년문학이 유통되는 시장의 빛과 그늘, 외국 청소년문학의 사례, 경험적 청소년문학 이야기 등을 구체성 있게 들려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청소년문학이 생성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겪어온 여러 긍정적, 부정적 과정에 대한 반성과 갱신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특집이 우리 청소년문학에 대한 소중한 성찰의 자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