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북리스트》 비평가이자 청소년문학의 전문가인 마이클 카트는 “우리는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황금시대 바로 한복판에 있다”고 선언한다. 그가 이런 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우선 청소년문학의 급격한 판매량 증가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십대가 직접 책을 사고 있다는 것.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Y세대 또는 밀레니엄세대로 불리는데, 『해리 포터』(1997-2007)와 함께 성장한다. 그들은 새로 출간된 『해리 포터』를 사려고 줄을 섰던 기억이 있다. ‘해리 포터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건 그렇지 않건,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에 손을 뻗치게 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해리 포터 현상은 영미권만의 일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해리 포터』는 독자들이 새로운 권을 기다리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다.
청소년문학이 외적으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질에 있어서도 급격한 상승을 보인다. 일례로 영국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 3부작(1995-2000)은 특히 2001년과 2002년 영국의 유수한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휘트브레드 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할 뿐만 아니라 2002년에는 휘트브레드 올해의 상도 거머쥔다. 휘트브레드 상은 일반문학 부문과 아동청소년문학 부문으로 나뉘는데, 아동청소년문학 부문 수상작이 휘트브레드 올해의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내셔널북어워드에 1996년부터 청소년문학 부문이 신설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1998년 수상작), 낸시 파머의 『전갈의 아이』(2002년 수상작), 셔먼 알렉시의 『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2007년 수상작)가 내셔널북어워드 청소년문학부문 수상작들이다.
어른도 읽는다 2010년 3월 8일 <LA Times> 인터넷 판에 「청소년문학, 성년에 이르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뜬다. 교사라든가, 학부모 같은 관련자들을 넘어 일반 어른들까지도 왜 청소년문학을 읽게 되었는지를 다룬 기사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대비 2009년 상반기 하드커버 판매량이 일반도서는 17.8% 감소한 반면, 아동/청소년 도서 하드커버는 30.7% 증가한다. 그 요인으로는 ‘잘 쓴 글, 속도감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 베스트셀러에 대한 ‘입소문’, 문학상 수상, 영화화 등이 꼽힌다. 어른이 지하철에서 청소년소설을 읽거나, 어른들이 자신이 읽을거리를 찾기 위해 서점의 청소년소설 서가를 서성이는 모습은 이제 보기 드문 일이 아니게 된다. 심지어 읽을거리를 찾는 어른에게 청소년소설을 추천하기도 한다.
미국의 한 독서 상담가는 역사소설을 무척 좋아하고 즐겨 읽지만 최근에는 마땅한 책을 찾지 못하는 팔순의 시어머니에게 어떤 책을 추천했으면 좋으냐는 질문에 청소년소설을 권한다. “만약 청소년 책들이 문학적으로 마이너리그에 속한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면, M.T. 앤더슨의 『옥타비안 낫싱』이나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 또는 카렌 쿠시맨의 『너는 쓸모가 없어』 또는 제니퍼 도넬리의 『노던 라이트』를 읽어보길 바란다”고 말한다(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지 않은 작품은 제니퍼 도넬리의 소설뿐이다).
세계의 독자가 함께 읽는다 영미권 청소년소설의 파급력은 매우 커서 영미권 독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령 독일 아마존의 12세 이상과 14세 이상 청소년도서에서는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크리스토퍼 파올리니의 『유산』 시리즈가, 프랑스 아마존의 청소년도서 부문은 크리스틴 캐스트의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 영국 두 여성작가의 공동 필명인 에린 헌터의 『고양이 전사들』 시리즈와 같이 영미권 청소년소설들이 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 예로 든 작품들은 모두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되어 있으나 성공적인 영화화로 시너지 효과를 거둔 『트와일라잇』을 제외하면 서구권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번역된 영미권 청소년소설은 대개 일반문학으로 분류되어 청소년소설 부문에서 선호도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 독자에게 서구의 판타지를 대신할 수 있는 이른바 라이트노벨의 존재다.
라이트노벨은 ‘light’와 ‘novel’을 조합한 일본어식 영어로서, 1990년대 초 일본의 한 PC 통신의 ‘SF 판타지 포럼’에서, 그 때까지 SF와 판타지로 독립되어 있었던 회의실을 통합하면서 라이트노벨이라고 명명했던 것이 시초였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절판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판타지소설 『로도스섬 전기』가 초기 라이트노벨 계열 작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며, 장르 역시 로맨스, SF,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공포물) 등 다양한 기존 장르문학을 포함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일차적인 대상 독자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도서관학 분야에서 라이트노벨은 ‘영 어덜트’로 분류된다고 한다. 물론 라이트노벨에서도 서구의 판타지나 로맨스와 마찬가지로 실제 독자의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대상 독자를 성인들까지 아우르려는 판매 전략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앞에 예로 든 영미권 판타지나 로맨스와 마찬가지로 라이트노벨 역시 청소년문학으로 분류되기 보다는 별개의 장르로 다루어진다. 장르문학으로 불리는 이들 장르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없지 않으나, 오래 전부터 청소년들이 많이 읽어왔고 또 현재도 읽고 있다. 이러한 읽을거리에 익숙해지고 즐거움을 느낀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계속 찾을 수 있음은 충분히 예견이 가능하다.
외국 청소년문학의 수용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문학으로 분류된 외국 작품들을 보면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리운 메이 아줌마』, 미리암 프레슬러의 『씁쓸한 초콜릿』,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 창신강의 『열혈 수탉 분투기』, 우오즈미 나오코의 『하모니 브러더스』, 낸시 파머의 『전갈의 아이』, 우리 오를레브의 『희망의 섬 78번지』, 로버트 코마이어의 『초콜릿 전쟁』, 이지즈 네신의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모모』,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오이대왕』, 데이비드 아몬드의 『스켈리그』와 『푸른 황무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의 『타라 덩컨』, 티에리 르냉의 『운하의 소녀』 등 매우 다양하다. 이 목록을 보면 장르문학 계열 작품은 거의 제외되어 있는 반면, 자국에서 아동문학으로 출간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문학으로 받아들여진 작품들이 더러 포함되어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청소년들이 처한 문제 상황과 갈등을 다룬 이른바 리얼리즘 계열 작품이 목록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성장’을 키워드로 파악한 그간의 청소년문학 개념을 반영할 것이다. 또한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주요 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 계열의 작품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청소년문학의 문학성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계열의 작품은 영미권에서 본격적인 청소년문학 시장이 형성된 1970년대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주디 블룸의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 『포에버』라든가 로버트 코마이어의 『초콜릿 전쟁』 『나는 치즈다』를 잇는 것으로, 이 역시 외국에서도 청소년소설의 큰 축을 이룬다. 성, 친구, 사랑, 임신, 학교, 폭력, 트라우마, 성정체성, 세대 갈등, 자기 정체성 등 사춘기에 부딪치는 여러 문제들을 비롯해 성폭행, 자살, 자기 상해 등 극단적으로 어두운 측면까지 주제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이런 청소년문학을 보며 어떤 독자는 “모두 뱀파이어와 자살과 자기 상해 이야기들뿐이다. 모두 어둡고 어두운 이야기들뿐이다”라고 반응하기도 하고 어떤 독자는 “청소년문학, 아무 문제없어!”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청소년문학은 문학내적으로 보아 일반문학과도 경쟁이 가능한, 일정 정도의 문학성을 확보하면서 일반 성인 독자까지 독자층을 넓히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도서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지배적인 것은 여기서도 ‘오락’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며 특히 이들은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멀티유즈를 가능케 하는 소스로 작용한다. 이때 청소년문학은 상업성이 자기목적이 될 위험에 처한다. 다른 한편, 청소년들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금기가 깨어진 지 오래며, 극단적인 주제 설정이나 묘사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여겨진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독자들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인용자료 Carpenter, Susan: Young adult lit comes of age. latimes.com. March 8, 2010. Coodnow, Cecelia: Teens buying books at fastest rate in decades. Seattlepi.com. March 7, 2007 Crossen, Cynthia: Young Adult Novels for Older Adult Readers. The Wall Street Jounal. July 16, 2009 Gurdon, Meghan Cox: Darkness Too Visible. The Wall Street Jounal. June 4, 2011. Lyons: Hey, Wall Street Journal: YA Fiction Is Just Fine. nymag.com June 7, 2011. 아마존닷컴 amazon.com; amazon.de; amazon.fr; amazon.co.jp; 알라딘 온라인 서점 http://www.aladin.co.kr 위키백과: 라이트노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