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들꽃’이 피었던 길을 걷다, ‘황혼의 집’에 이르렀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기획특집 ｜ 가깝고도 먼나라, 새로운 한국과 일본 ①열 채의 이불까지는 준비하지 못하더라도 ②진짜 자기문제로 돌아가는 순간은 타자의 인생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때 ③차이와 상호 무지에 대한 인정 ④독재가 통하지 않는 외교무대
①어느 한 詩人의 음악사랑 ②잠시 기다려주세요, 신호가 끊겼습니다 ③지도와 여행
①한국문학은 여전히 건재하다 ②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리뷰 ③영역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톱 10’ 선정
창작 후기
저는 2019년도 대산창작기금 희곡 부문 수혜자 김민수입니다. 대산창작기금은 국내 문학계의 창작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발굴하여 한국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진 문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홈페이지 소개란에는 기재되어 있습니다.
금번 첫 희곡집을 출간하며 내가 과연 사업 취지에 걸맞은 ‘글쟁이’가 될 수 있을까, 되뇌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본인의 글을 들춰보고, 재검토하는 과정은 제게는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왜 유쾌하지 않았느냐, 일종의 반성심 때문입니다. 『김민수 희곡집 2020』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희곡집 안에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다섯 편의 희곡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잘난 척을 해놨을까 요. 왜 그렇게 얘기를 꼬아 놓았고, 가르치려 들었을까요. 심지어 기본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에도 어찌 그렇게 실수가 잦았을까요. 당시에는 분명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하였을 텐데.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허점이 많은 사내입니다.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시금 반성했습니다. 근래 들어 이런저런 자잘한 성과 앞에 들떠있진 않았는지,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복기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첫 희곡집은 ‘나 이만큼 노력해서, 이런 책도 냈네’가 아니라, 더 겸손하고 공부하라는 경각심을 일깨운 것으로 의미를 두려 합니다. 그런데 듣기 좋은 소리 이렇게 반지르르하게 적고 있지만, 실은 책을 낸 것이 신이나 사방에 자랑도 하고, 나온 책에 이름도 써서 주변에 선물하고, 카카오톡 프로필 에도 버젓이 자랑해뒀습니다. 반성의 마음과는 별개로 큰 선물임은 틀림없습니다.
말이 이랬다저랬다 합니다. 그런데 이랬다저랬다 그게 실제 제 마음이기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 다. 글을 쓰는 일에 정규교육이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독학으로 희곡을 썼습니다. 처음 본 연극이 제가 처음 쓴 희곡이었으니 얼마나 무지했겠습니까. 그렇게 혼자 쓰며, 혼자 좌절했고, 혼자 외로 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가 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상을 주는 곳도 있었고, 공연 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재수 아니, 삼수 끝에 대산창작기금 수혜자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제게는 그런 제 역사가 때때론 눈물겹답니다.
술 한 잔 걸친 사람처럼 불필요한 ‘신세 한탄’을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이제 잠시나마 앞으로의 각오 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계속 글을 쓸 겁니다. 하지만 희곡만을 쓴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이 미 저는 때때로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여행 산문집도 쓰고, 라디오드라마도 쓰고, 뭐 이래저래 쓰고 다 닙니다. 하지만 제 고향이 울산이듯, 제 글쓰기의 고향은 희곡이 아닐까요. 쓸수록 어려운 게 가끔은 열이 뻗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쩌겠습니다. 사연 많은 각각의 인물들에게 대사를 만들어주는 그 과 정이 특히나 재미납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겠다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뒷걸음치는 희곡을 갈 겨써놓고 우쭐하지는 않겠습니다.
‘결국은 인간에 대한 선한 시선을 담은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희곡집의 저자 소개란에 적은 글입니다. 이건 정말 진심입니다. 스릴러를 쓰든, 치정극을 쓰든, 뻔하 고 뻔한 출생의 비밀을 쓰든, 등장인물을 일회용품처럼 소비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인물을 ‘연민’의 시선 으로 바라보겠습니다. 순자의 성악설보다는 맹자의 성선설을 믿으려 합니다. 생각만일지라도, 그런 공동 체가 조금 더 뜨듯할 테니. 그런 글이 조금 더 뜨듯할 테니.
수혜자로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희곡집을 낼 수 있었습니다.
계속 쓰겠습니다.
※ 필자의 희곡집 『김민수 희곡집 2020』은 재단의 대산창작기금을 받아 2020년 연극과인간에서 발간되었다.
사연 많은 인물들에게 대사를 만들어주다
희곡집 『김민수 희곡집 2020』
김민수
희곡작가, 1986년생
희곡집 『김민수 희곡집 2020』, 여행 산문집 『일상의 파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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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9년도 대산창작기금 희곡 부문 수혜자 김민수입니다. 대산창작기금은 국내 문학계의 창작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발굴하여 한국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진 문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홈페이지 소개란에는 기재되어 있습니다.
금번 첫 희곡집을 출간하며 내가 과연 사업 취지에 걸맞은 ‘글쟁이’가 될 수 있을까, 되뇌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본인의 글을 들춰보고, 재검토하는 과정은 제게는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왜 유쾌하지 않았느냐, 일종의 반성심 때문입니다. 『김민수 희곡집 2020』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희곡집 안에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다섯 편의 희곡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잘난 척을 해놨을까 요. 왜 그렇게 얘기를 꼬아 놓았고, 가르치려 들었을까요. 심지어 기본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에도 어찌 그렇게 실수가 잦았을까요. 당시에는 분명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하였을 텐데.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허점이 많은 사내입니다.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시금 반성했습니다. 근래 들어 이런저런 자잘한 성과 앞에 들떠있진 않았는지,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복기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첫 희곡집은 ‘나 이만큼 노력해서, 이런 책도 냈네’가 아니라, 더 겸손하고 공부하라는 경각심을 일깨운 것으로 의미를 두려 합니다. 그런데 듣기 좋은 소리 이렇게 반지르르하게 적고 있지만, 실은 책을 낸 것이 신이나 사방에 자랑도 하고, 나온 책에 이름도 써서 주변에 선물하고, 카카오톡 프로필 에도 버젓이 자랑해뒀습니다. 반성의 마음과는 별개로 큰 선물임은 틀림없습니다.
말이 이랬다저랬다 합니다. 그런데 이랬다저랬다 그게 실제 제 마음이기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 다. 글을 쓰는 일에 정규교육이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독학으로 희곡을 썼습니다. 처음 본 연극이 제가 처음 쓴 희곡이었으니 얼마나 무지했겠습니까. 그렇게 혼자 쓰며, 혼자 좌절했고, 혼자 외로 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가 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상을 주는 곳도 있었고, 공연 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재수 아니, 삼수 끝에 대산창작기금 수혜자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제게는 그런 제 역사가 때때론 눈물겹답니다.
술 한 잔 걸친 사람처럼 불필요한 ‘신세 한탄’을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이제 잠시나마 앞으로의 각오 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계속 글을 쓸 겁니다. 하지만 희곡만을 쓴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이 미 저는 때때로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여행 산문집도 쓰고, 라디오드라마도 쓰고, 뭐 이래저래 쓰고 다 닙니다. 하지만 제 고향이 울산이듯, 제 글쓰기의 고향은 희곡이 아닐까요. 쓸수록 어려운 게 가끔은 열이 뻗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쩌겠습니다. 사연 많은 각각의 인물들에게 대사를 만들어주는 그 과 정이 특히나 재미납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겠다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뒷걸음치는 희곡을 갈 겨써놓고 우쭐하지는 않겠습니다.
‘결국은 인간에 대한 선한 시선을 담은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희곡집의 저자 소개란에 적은 글입니다. 이건 정말 진심입니다. 스릴러를 쓰든, 치정극을 쓰든, 뻔하 고 뻔한 출생의 비밀을 쓰든, 등장인물을 일회용품처럼 소비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인물을 ‘연민’의 시선 으로 바라보겠습니다. 순자의 성악설보다는 맹자의 성선설을 믿으려 합니다. 생각만일지라도, 그런 공동 체가 조금 더 뜨듯할 테니. 그런 글이 조금 더 뜨듯할 테니.
수혜자로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희곡집을 낼 수 있었습니다.
계속 쓰겠습니다.
※ 필자의 희곡집 『김민수 희곡집 2020』은 재단의 대산창작기금을 받아 2020년 연극과인간에서 발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