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웹진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출판 분야로는 에세이에 속하지만, 청년 취업난 시대가 낳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다. 미래는 불안하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으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 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뇌하는 청춘들에게 조곤조곤 따스하면서도 뼈 있는 조언을 건넨 다. 공부, 취업, 연애, 인생론 등 젊은이라면 누구나 직면한 문제들을 화두로 삼았다. 똑똑한 선 배나 잘 생긴 교회 오빠가 들려주는 ‘다 맞는 말’, ‘멋진 말’이다. 여기에 자신이 겪었던 실패와 좌 절의 경험이 조언과 변주되며 설득력은 배가된다.
옛날 같으면 출판되지 않았을 책이고, 앞으로도 비슷한 내용으로는 히트치기 어려운 책이다. 지금은 자기계발서, 멘토링, 힐링 관련서가 모두 인문서로 포장되고 있지만, 2011년 당시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책이 발행된 것은 2010년 12월의 크리스마스 직전이었다. 필자가 읽은 책의 발행일이 2011년 1 월 21일이므로, 한 달 만에 ‘44쇄’를 찍은 셈이다. 책은 출간 개시 8개월 만에 대망의 밀리언셀 러를 가볍게 돌파했다. 비공식적으로는 국내 에세이 분야 최단기 밀리언셀러 기록이다. 그렇게 2011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2012년에도 종합 베스트 셀러 4위에 올랐다. 장기간 최상위권을 유지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2012년에 펴낸 『천 번을 흔들 려야 어른이 된다』는 사회 초년생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종합 6위에 올라 김난도 교수는 대중적 브랜드를 완전히 정착시켰다.
1990년대에는 『일본은 없다』가 히트하자 『일본은 있다』가 맞대응하고,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가 베 스트셀러에 오르자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가 나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미쳐야 청춘이다』나 『꿈 꾸어야 청춘이다』처럼 청춘들에게 훈수 두려는 책들의 원조가 되었고, 『아프니까 청춘은 아니다』나 『누가 청 춘을 위로하는가』 같은 어깃장 놓는 후속작들도 줄을 이었다가 이 땅의 청춘들이 겪는 아픔을 사회 구조적 인 문제로 파악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영역으로 탈색시켰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었다. 많 이 팔린 책이 감수해야 하는 홍역치고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이를테면, 자기계발서의 역사와 문제점을 짚은 『거대한 사기극 :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치료적(심리적) 패러다임 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분석한다. 돈이 없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가 아픈 이유는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세대에 속해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배회하는 아름답지 못한 시대를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이 밀리언셀러 돌파를 넘어 300만 부 가까이 팔린 것은 사실상 출판사의 뛰어난 기획력과 마케팅의 승리라 할 만하다. 쌤앤파커스는 김난도를 시작으로 혜민, 김미경 등 스타급 멘토들을 주축으로 2012년 말 에는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5권을 동시에 올려놓으며 출판시장 신드롬을 만들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저자의 기획이 아닌 출판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미래가 불안한 20대에게 공 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줄 메신저를 찾던 출판사에 의해 간택된 저자가 김난도였다. 어렵게 출판 계약을 한 것이 2009년 4월이었고, 저자는 당시 고3이던 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 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빨리 성공하려고 초조해하지 말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자신의 길을 추구하는 대학 생활과 인생을 살라는 아버지 말씀 같은 느낌은 여기에 연유한다.
저자가 애초에 작성한 초고의 제목은 ‘젊은 그대들에게’였다. 이대로 나가면 낙제점이었다. 편집자가 고심 끝에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란 구절을 따와 응용한 것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였다. 마케팅 방식으로는 대중매체 외에도 막 붐이 일기 시작한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좋은 구절이 회 자되도록 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정의에 목마른 사회 분위기에서 “하버드대 최고 명강의” 식의 하버드대 마케팅으로 승부해 성공한 것처럼,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서울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구사 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강의, 최고의 멘토 김난도 교수의 인생 강의실”이란 홍보 문구가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주력 독자층은 20대였지만, 20대 자녀들에게 마땅히 건넬 말을 찾지 못했던 50대 부모 세대들도 함께 읽고 멘토링을 받으며 드물게 ‘세대를 초월한’ 책이 되었다.
단행본이 100만 부 넘게 팔리는 것은 1천만 관객의 영화와 비견된다. 그런데 300만 부라면, 이건 대단한 사건이다. 작품성이나 재미 못지않게 화제작이 될 만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기기 어려운 실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시대 청춘들의 ‘꿈을 갖기 어려운 사회에서의 생존을 건 방황’이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통과의례로서의 성장통이나 ‘청춘의 방황’과는 달랐다.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이 있던 시대의 청춘과, 전에는 있던 길이 홀연히 사라진 시대의 청춘은 같은 청춘이 아니었다.
책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데는 청년 실업 등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의 고통이 자리잡고 있 지만, 이 책은 정작 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 한다. 오로지 개인의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 세상이 그렇더 라도 꿈을 가지고 슬기롭게 대처하라는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스럽지 않은 책으로 읽혔다. 유식하고 있어보이게, 나름대로 어려움을 겪으며 극복해낸 자신의 경험을 입담 좋게 풀어낸 ‘서울대 교수 김난도’라는 캐릭터가 주효했다.
또한 책이 주목받은 사회적 배경으로 ‘나 홀로 족’의 증가가 한몫 했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나 홀로 세 대’이고, 특히 3포 세대의 다수는 인생사를 의논할 선생님이나 하소연을 들어줄 믿음직한 선배가 마땅치 않 은 이들이다. 나도 죽을 만큼 고통스럽던 적이 있었고, 겪어봐서 아는데 이렇게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 먹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먹힐 만큼 당시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인간관계 의 단절과 고립이 심하다는 위기의 신호다. 청춘들이 희망을 품고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 니라, 아프고 골병들었지만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조차 없는 나라였기에 팔린 책, 그것이 300만부짜리 베스트셀러의 실체였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이 아프지만 말로라도 위로받고 싶은 청춘들’의 표상이었다. 그들 은 희망을 향해 펄럭이고 싶은 깃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