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형의 작가 최인석 “사람 이상의 가치는 없다”
황순원 탄생 100주년 기념 「소나기」 이어쓰기 가을하다 사람의 별 다시 소나기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톳물 헤살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아버지의 방,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별을 가슴에 품고 평생 연필로 시를 쓰다 괜찮다 괜찮다! 가난한 청산도, 고난도, 절망도
가장 문학적인 인물, 여성 내 시의 세 가지 신비 숨은 집 비평과 독서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를 남긴 8명의 문인 재조명
시론
가끔 허위로 진실을 호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는 당연히 사태의 왜곡 혹은 그르침이다. 동기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체로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한다. 하나는 무지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목적의식 때문이다. 전자는 무식의 소치에서 비롯한 것이니 아량을 베풀어
말하자면 실수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후자라면 일종의 범죄에 가까운 행위이다.
문학의 경우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가령 훌륭하지 못한 작품을 훌륭하다고 주장하여 어떤 기회를 가로챈다든지, 작품을 의도적으로 본 내용과 다르게 해석, 평가하여 그것을 어떤 정치적, 사회적 목적에 이용 한다든지, 패거리를 지어 문학상을 나누어먹고 자신들의 이권에 맞도록 문학적 상황을 왜곡시킨다든지 하는 것 등인데 이 모두 우리 문단의 오랜 병폐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문학 이론 또한 그러하다. 예컨대 시(詩)는 ‘언어의 절(사원)’이라느니, 현대시는 서사시, 서정시, 극시로 나누어진다느니 하는 것 따위는 이제 우리 학계나 문단에서 거의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한 예들 중 하나이지만 외국 시론을 받아들임에 있어서도 가끔 이 같은 망발이 여과 없이 통용되고 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중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
이 역시 우리 시단에서 몇몇 영향력 있는 비평가들에 의해서 보편화되다시피한 인용문이다. 이차대전이 끝난 후 아도르노가 폴란드의 나치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를 방문한 후 그 비인간적 참상에 경악하고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번역은 번역 자체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우리를 우려하게 한 일은 이들 인용자가 세계적인 석학이 말했다는 이 같은 언급의 권위를 빌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학 현상 자체를 멋대로
왜곡, 재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즉 ‘세계적인 석학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오늘날 서정시라는 것을 창작한다는 것은 고리타분하며 무의미한 짓이다. 아도르노가 앞서 말했듯이 서정시란 이미 죽어버린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는 어디까지나 현대적인 시, 그러니까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 시를 써야 한다.’ 평론깨나 하는 일부 인용자들은 이런 논리로 우리 시대에 있어서 서정시란 쓰지 말아야 할 장르로 규정해버리고 그 대신 포스트모더니즘 시만을 써야 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강변하는 데 이를 이용해왔다. 그리고 상당수의 젊은 비평가들 및 시인들이 이에 동조하여 같은 논리의 글을 재생산해 왔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요즘의 우리 시들이 난해한 소통 부재의 시들의 창작에 경도하고 있는 것 역시 일부 이 같은 시류에의 편승에서 기인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일까.
우리 시단에서 널리 운위되고 있는 위의 언급즉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말은 사실 다음과 같은 아도르노의 언급을 잘못(혹은 의도적으로) 번역 인용한 것이다.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Nach Auschwitz ein Gedicht zu schreiben, ist
barbarisch).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시를 쓰는 것이 왜 불가능해졌는지를 표명하는 인식 또한 갉아먹고 있다.” 이는 아도르노가 1949년에 쓰고 1951년한 사회학 논문집에서 발표했던 잡문의 한 문장이다(Th. Adorno, Kulturkritik und Gesellschaft,in: Prismen , München 1963, 26면). 그들 인용자는 의도적인지 착오인지는 몰라도 독일어로 ‘시(Gedicht)’라는 말을 ‘서정시’라는 단어로 슬쩍 바꿔치기하여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는 데 이용했던 것이다.
물론 독일어 ‘Gedicht’는 시 일반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거기에는 넓은 의미로 문학(Dichtung)이라는 뜻까지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아도르노가 굳이 시 가운데서 ‘서정시’만을 지적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다면 물론 이 ‘서정시’의 개념에도 많은 오해가 있으므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당연히 ‘lyrisches Gedicht’ 혹은 ‘Lyrik’라는 용어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Gedicht’라는 말로써 아도르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진의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을 본 뒤 인간성이 말살된 이 비극 앞에서 시 혹은 문학이 이 시대에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혹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심히 고뇌하고 좌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와 같은 언급을 왜곡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아도르노가 딱히 서정시만을 부정하고 포스트모더니즘 시를 옹호했다는 식의 논리를 폈으니 참으로 황당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그러나 설령 아도르노가 한국의 그 같은 인용자들처럼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의 철학적 입장이 결코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을 옹호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웬만한 식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계승한 후 기 마르크스주의자이며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이성옹호론자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면관계상 자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서구 지성을 양분하는 두 가지 사상적 계보는 데카르트나 칸트 그리고 헤겔과 마르크스, 프랑크푸르트학파로 이어지는 계몽주의 철학과 이들의 이성중심주의(logo-centrism)적 세계관에 반발해서 19세기에 등장한 니체 그리고 니체의 사상을 계승한 실존주의, 현상학, 해체주의의 반이성, 반휴머니즘 철학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 같은 철학 사조가 문학에 반영된 것이 전자의 경우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그리고 후자의 경우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인 것은 다 아는 바와 같다.
요즘 우리 시단에서 혹은 해체시니 혹은 미래파니 혹은 포스트모던한 시라 불리는, 소통 불능 혹은 소통 부정을 표방한 대부분의 난해시들이 언필칭 무의미를 주장하면서 진짜든 가짜든 자칭 타칭이 후자의 사상적 계보 그 중에서도 특히 해체주의를 그들의 시에서 실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해체주의와 정 반대의 세계관을 지향하는 아도르노의 견해를 빌려 자신들의 문학론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자가당착 아닌가.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아도르노가 비록 의도적으로 잘못 번역한 언급이기는 하지만 설령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했다 하더라도 그의 문학적 입장이 최소한 해체시니 포스트모던한 시를 옹호할 철학자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글은 진실한 내용을 정확하게 써야 한다. 특별히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 그러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무식하고 불쌍한 중생들을 쉽게 미혹에 빠트리는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죄란 일상생활에서만 짓는 것은 아니다. 우리 문단의 평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훌륭한 평론가란 누구인가. 훌륭한 작품을 알아보아 그것을 훌륭하다고 자신이 소속된 패거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히 실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자인 것이다.
아는 진실과 모르는 진실
글 오세영 ㅣ 시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1942년생
시집 『바람의 아들들』 『별 밭의 파도 소리』 『천년의 잠』 『수직의 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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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실수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후자라면 일종의 범죄에 가까운 행위이다.
문학의 경우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가령 훌륭하지 못한 작품을 훌륭하다고 주장하여 어떤 기회를 가로챈다든지, 작품을 의도적으로 본 내용과 다르게 해석, 평가하여 그것을 어떤 정치적, 사회적 목적에 이용 한다든지, 패거리를 지어 문학상을 나누어먹고 자신들의 이권에 맞도록 문학적 상황을 왜곡시킨다든지 하는 것 등인데 이 모두 우리 문단의 오랜 병폐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문학 이론 또한 그러하다. 예컨대 시(詩)는 ‘언어의 절(사원)’이라느니, 현대시는 서사시, 서정시, 극시로 나누어진다느니 하는 것 따위는 이제 우리 학계나 문단에서 거의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한 예들 중 하나이지만 외국 시론을 받아들임에 있어서도 가끔 이 같은 망발이 여과 없이 통용되고 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중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
이 역시 우리 시단에서 몇몇 영향력 있는 비평가들에 의해서 보편화되다시피한 인용문이다. 이차대전이 끝난 후 아도르노가 폴란드의 나치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를 방문한 후 그 비인간적 참상에 경악하고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번역은 번역 자체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우리를 우려하게 한 일은 이들 인용자가 세계적인 석학이 말했다는 이 같은 언급의 권위를 빌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학 현상 자체를 멋대로
왜곡, 재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즉 ‘세계적인 석학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오늘날 서정시라는 것을 창작한다는 것은 고리타분하며 무의미한 짓이다. 아도르노가 앞서 말했듯이 서정시란 이미 죽어버린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는 어디까지나 현대적인 시, 그러니까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 시를 써야 한다.’ 평론깨나 하는 일부 인용자들은 이런 논리로 우리 시대에 있어서 서정시란 쓰지 말아야 할 장르로 규정해버리고 그 대신 포스트모더니즘 시만을 써야 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강변하는 데 이를 이용해왔다. 그리고 상당수의 젊은 비평가들 및 시인들이 이에 동조하여 같은 논리의 글을 재생산해 왔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요즘의 우리 시들이 난해한 소통 부재의 시들의 창작에 경도하고 있는 것 역시 일부 이 같은 시류에의 편승에서 기인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일까.
우리 시단에서 널리 운위되고 있는 위의 언급즉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말은 사실 다음과 같은 아도르노의 언급을 잘못(혹은 의도적으로) 번역 인용한 것이다.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Nach Auschwitz ein Gedicht zu schreiben, ist
barbarisch).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시를 쓰는 것이 왜 불가능해졌는지를 표명하는 인식 또한 갉아먹고 있다.” 이는 아도르노가 1949년에 쓰고 1951년한 사회학 논문집에서 발표했던 잡문의 한 문장이다(Th. Adorno, Kulturkritik und Gesellschaft,in: Prismen , München 1963, 26면). 그들 인용자는 의도적인지 착오인지는 몰라도 독일어로 ‘시(Gedicht)’라는 말을 ‘서정시’라는 단어로 슬쩍 바꿔치기하여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는 데 이용했던 것이다.
물론 독일어 ‘Gedicht’는 시 일반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거기에는 넓은 의미로 문학(Dichtung)이라는 뜻까지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아도르노가 굳이 시 가운데서 ‘서정시’만을 지적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다면 물론 이 ‘서정시’의 개념에도 많은 오해가 있으므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당연히 ‘lyrisches Gedicht’ 혹은 ‘Lyrik’라는 용어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Gedicht’라는 말로써 아도르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진의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을 본 뒤 인간성이 말살된 이 비극 앞에서 시 혹은 문학이 이 시대에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혹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심히 고뇌하고 좌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와 같은 언급을 왜곡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아도르노가 딱히 서정시만을 부정하고 포스트모더니즘 시를 옹호했다는 식의 논리를 폈으니 참으로 황당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그러나 설령 아도르노가 한국의 그 같은 인용자들처럼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의 철학적 입장이 결코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을 옹호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웬만한 식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계승한 후 기 마르크스주의자이며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이성옹호론자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면관계상 자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서구 지성을 양분하는 두 가지 사상적 계보는 데카르트나 칸트 그리고 헤겔과 마르크스, 프랑크푸르트학파로 이어지는 계몽주의 철학과 이들의 이성중심주의(logo-centrism)적 세계관에 반발해서 19세기에 등장한 니체 그리고 니체의 사상을 계승한 실존주의, 현상학, 해체주의의 반이성, 반휴머니즘 철학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 같은 철학 사조가 문학에 반영된 것이 전자의 경우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그리고 후자의 경우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인 것은 다 아는 바와 같다.
요즘 우리 시단에서 혹은 해체시니 혹은 미래파니 혹은 포스트모던한 시라 불리는, 소통 불능 혹은 소통 부정을 표방한 대부분의 난해시들이 언필칭 무의미를 주장하면서 진짜든 가짜든 자칭 타칭이 후자의 사상적 계보 그 중에서도 특히 해체주의를 그들의 시에서 실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해체주의와 정 반대의 세계관을 지향하는 아도르노의 견해를 빌려 자신들의 문학론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자가당착 아닌가.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아도르노가 비록 의도적으로 잘못 번역한 언급이기는 하지만 설령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했다 하더라도 그의 문학적 입장이 최소한 해체시니 포스트모던한 시를 옹호할 철학자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글은 진실한 내용을 정확하게 써야 한다. 특별히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 그러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무식하고 불쌍한 중생들을 쉽게 미혹에 빠트리는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죄란 일상생활에서만 짓는 것은 아니다. 우리 문단의 평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훌륭한 평론가란 누구인가. 훌륭한 작품을 알아보아 그것을 훌륭하다고 자신이 소속된 패거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히 실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자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