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형의 작가 최인석 “사람 이상의 가치는 없다”
황순원 탄생 100주년 기념 「소나기」 이어쓰기 가을하다 사람의 별 다시 소나기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톳물 헤살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아버지의 방,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별을 가슴에 품고 평생 연필로 시를 쓰다 괜찮다 괜찮다! 가난한 청산도, 고난도, 절망도
가장 문학적인 인물, 여성 내 시의 세 가지 신비 숨은 집 비평과 독서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를 남긴 8명의 문인 재조명
나의사진첩
사진 한 모서리에 1987년 9월 10일이라는 날짜가 또렷하다. 나는 출판사 대표로, 왼쪽의 기형도 시인은 중앙일보 기자로 출판 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해서 찍은 사진이다. 장소는 동해안의 양양이었을 것이다. 오른쪽 여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를 모른 채 무심히 찍은 사진이다. 사진은 기념할 만한 순간이든 그도 아닌 무엇이든 담을 수 있지만, 이처럼 ‘우연’과 ‘무심함’을 담을 수도 있다. 이 당시 기형도 시인은 27세, 나는 32세였으니 둘 다 새파란 청춘이다.
이 사진을 찍고 이태가 되기 전 기형도 시인이 갑자기 세상을 뜨고, 나는 스물여덟 해를 더 살며 시를 쓰고 있다. 사진은 기억의 방부제다. 기억을 반영구화 하는 이 사진이 없었다면 1987년 9월 10일의 일들은 모조리 증거인멸 되고 말았을 테다.
‘우연’과 ‘무심함’을 담는 기억의 방부제
글과 사진 장석주 ㅣ 시인, 1955년생
시집 『오랫동안』 『몽해항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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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모서리에 1987년 9월 10일이라는 날짜가 또렷하다. 나는 출판사 대표로, 왼쪽의 기형도 시인은 중앙일보 기자로 출판 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해서 찍은 사진이다. 장소는 동해안의 양양이었을 것이다. 오른쪽 여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를 모른 채 무심히 찍은 사진이다. 사진은 기념할 만한 순간이든 그도 아닌 무엇이든 담을 수 있지만, 이처럼 ‘우연’과 ‘무심함’을 담을 수도 있다. 이 당시 기형도 시인은 27세, 나는 32세였으니 둘 다 새파란 청춘이다.
이 사진을 찍고 이태가 되기 전 기형도 시인이 갑자기 세상을 뜨고, 나는 스물여덟 해를 더 살며 시를 쓰고 있다. 사진은 기억의 방부제다. 기억을 반영구화 하는 이 사진이 없었다면 1987년 9월 10일의 일들은 모조리 증거인멸 되고 말았을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