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대학문학상

사업결과

2003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수상자 학교 및 학년 수상작
봉하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2 「틈」외 4편
소설 고은주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4 「피어싱」
이인실 계명대학교 문예창작과 4 「난봉 일기」
희곡 남상욱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2 「램프의 요정」
시나리오 성주현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 3 「요단강, 그 사이」
평론 김성현 서울대학교 법학과 2 「시간이라는 이름의 마약 - 기형도론」
심사위원
- 시 : 신대철(시인, 국민대 교수) 이시영(시인) 김승희(시인, 서강대 교수)
- 소설 : 김성동(소설가) 오정희(소설가) 최원식(평론가, 인하대 교수) 성석제(소설가)
- 희곡 : 이윤택(극작가, 국립극단 예술감독) 최인석(소설가, 극작가) 이만희(극작가, 동덕여대 교수)
- 시나리오 : 이윤택(극작가, 국립극단 예술감독) 최인석(소설가, 극작가) 이만희(극작가, 동덕여대 교수)
- 평론 : 최원식(평론가, 인하대 교수) 성민엽(평론가, 서울대 교수)
심사평

469명의 응모작 중 심사자들의 눈길을 제일 먼저 잡아 끈 작품은 이태상(전북대)의 「21세기를 걷다」였다. 제목만큼이나 참신한 기법으로 현대 도시의 일그러진 표정을 모던 보이답게 쾌활하고 제재바른 언어로 읽어낸 그의 시는 특히 3연에서 “아스팔트 도로 위에 파란 불을 받고 과속중인 자동차 운전석은/푸른 궤적을 남기고..../나는 파랗게 얼어버렸다.”에서 그 속도감이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전체 응모작 중 가장 발랄한 현대성(근대성)을 성취한 이 시는 같이 응모한 다른 두 작품의 어이없는 ‘낙후성’ 때문에 당선권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모텔촌 사랑」의 진부한 시적 메타포, 그리고 「가을은 그렇게 떨어졌다」의 케케묵은 정서는 도저히 같은 사람의 동일한 상상력의 소산으로 보이지 않는다.(참고로 대산대학문학상은 응모규정에 밝힌 바대로 3편 이상 5편 이내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게 되어 있다.)

이병일(명지전문대)의「곰팡이」또한 뛰어난 시적 형상이었다. 심사자들은 「21세기를 걷다」 다음으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만들어보기 위해 기운을 집중해 읽었으나 결론은 ‘아니다’였다. 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작가도 섬세한 서정과 결 고운 음역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작품인 「곰팡이」를 받쳐줄 만한 다른 시적 역량이 없었다. 게다가 「곰팡이」도 후반부에 이르면 “......어머니의 지극정성” 등 작품으로서의 심각한 균열을 노정하고 있거니와 특히 그의 시의 비유들이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음에도 그 자신이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 비유들이란 대체로 이렇다. “아낙의 치맛자락이/어머니 가르마 같은 산길을 오를 때” “그리움이 영그는 푸름이 짙어가는 하늘 아래/ 어머니의 치마폭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살결 같았다” “중공군 병사처럼 그칠 줄 모르는 굵어진 빗줄기” 등등.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가르마 같은 산길”인가! 하나마나한 낡은 비유들과 이른바 ‘시적’이라고 잘못 알려진 일체의 장식적 수사를 확 걷어낼 때 그의 시는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시에 비유를 쓰는 것은 사물의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에 즉(卽)하고 싶어서이다.

박옥경(경희사이버대)의 「연꽃, 젖이 불어」는 기성의 어떤 시도 뛰어넘는 통 큰 상상의 전복이 있으며 “초록의 윤기로 드러난 속살/수 천년 후에도 견딜 씨앗 잉태하느라/어느 새 젖이 퉁퉁 불었다”는 언어 형상은 그 자체에 아직 드러난 바 없는 미지의 큰 세계를 함축하고 있을뿐더러 그 가이없는 세계를 들어올리려는 언어 형식의 발이 바지런하면서도 섬세하게 약동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같이 응모한 「상형문자....」와 「축제」등이 앞의 작품에 비해 너무 '범작(凡作)'일 뿐만 아니라 생기가 떨어지고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봉하연(서울예대)의 「틈」「그리운 식탁」「집으로 가는 길」등은 강렬한 매혹은 없으나 수더분하면서도 낮은 숨결로 이른바 상처받은 여성 화자의 내면을 시적 공간으로 환치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아직 볕보다는 어둠이, 희망보다는 아득한 절망이 행간에 도저하나 “혼자 돌아가는 초침” 소리의 고독 속에서도 “식탁 위로 흐르는 더운 김처럼” 사람살이의 더운 입김 또한 어쩔 수 없이 스며나오고 있음을 그의 시는 예감케 한다.

장시간의 토론 끝에, 심사자들은 이미 읽은 작품을 수십번도 더 읽어가면서, 성에 차진 않으나 그런대로 특유의 내면 공간을 갖춘 봉하연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미는 데에 즐거이 합의했다. 그렇게 하는 데는 응모작 5편이 모두 고른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 합당한 행운을 차지한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