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대학문학상

사업결과

2017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수상자 학교 및 학년 수상작
서재진 명지대 문예창작 3학년 「극지의 밤」외 4편
소설 박서영 원광대 문예창작 3학년 「윈드밀」
희곡 최현비 한예종 극작 2학년 「속죄양, 유다」
평론 이소윤 고려대 철학 4학년 「경희 그리고 김지영」
동화 전여울 광주대 문예창작 4학년 「오, 로라」외 1편
심사위원
- 시(시조) : 김이듬 신용목 안현미
- 소설 : 김숨 손홍규 조해진
- 희곡 : 고연옥 김수미
- 평론 : 김수이 한기욱
- 동화 : 박숙경 이병승
심사평

‘새로운 익숙함’과 ‘오래된 낯섦’ 사이에서 세 명의 심사위원은 1천2백여 편의 응모작을 나누어 읽고 그 중 8명이 쓴 40편의 작품을 본심 대상으로 추천하였다. 추천된 작품을 돌려 읽으며 본심 논의에 들어갔다. 한 편 한 편 작품을 되짚으며 상대적으로 단점이 많은 응모자를 배제하는 것으로 최종 논의 대상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본심 대상작은 「회복」과 「반지하 해수욕장」, 「토성의 고리」 그리고 「극지의 밤」을 각각 첫 작품으로 보낸 4명의 20편으로 압축되었다.
「회복」 외 4편은 삶의 명제로부터 도출된 순간들을 감각적인 차원으로 무리 없이 바꿔놓으면서도 시가 끝난 곳에서 다시 삶을 돌아보게 하는 드문 재능을 선보였다. 세계를 오래 응시하면서 문득 그 응시를 멈춘 순간에 세계로부터 도래하는 부드럽고 여린 분말처럼 편안한 어법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시들 간 낙차가 있고 단편적이며 따라서 언어가 가진 용적이 넓지 않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반지하 해수욕장」 외 4편은 수준 높은 언어 세공과 만만찮은 사유가 만난 사례였다. 언어에 충만한 시적 순간들이 삶을 장악하고 조종하고 변형시킨다. 이렇게 시적 순간을 하나의 세계로 바꿔놓을 때, 현실의 기미들은 그 언표들 위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짐으로써 일종의 ‘분위기’로 탈바꿈된다. 문제는 그 ‘분위기’가 언어와 현실을 충분히 녹여내지 못했을 때 어떤 ‘필연성’을 잃고 만다는 데 있다.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것은 「토성의 고리」 외 4편과 「극지의 밤」 외 4편이었다. 「토성의 고리」 외 4편은 언어와 인식이 유려하게 통합된 상태에서 모르는 새 바짓단에 얹어온 풀씨처럼 도처에 감각적인 질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극지의 밤」 외 4편은 손쉽게 선택된 듯한 문장을 구사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인 채로 세상과 마주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전자가 관계의 폭력과 난감, 거기서 오는 고통을 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언어 감각이 오히려 삶과 세계를 불투명하게 가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후자는 그 언어가 오래고 거친 반면 자신의 세계를 모종의 서사에 실어 보편의 차원까지 밀어붙이려는 가상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듯했다.
심사자들은 이들 시편의 장단점으로 보아 누가 당선되어도 무방하다는 데 동의하고 최종 결정을 위해 긴 시간 논의하였다.
시가 감각의 풍경을 그리는 장르라고 할 때에도 경험이 언어의 질감 속에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감각의 현장이 ‘몸’이며, ‘몸’의 감각은 외부와의 마찰과 충격, 교환의 과정으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는 언어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진실의 영역이기도 해서 단순히 ‘잘 쓴다’는 말만으로 평가를 완료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삶’이니 ‘감동’이니 ‘충격’이니 ‘새로움’이니 하는 요소를 아무리 대입해도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 말이다. 어쩌면 시는 그 ‘무언가’를 영원한 미지로 밀어내며 남기는 질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시가 아무리 뛰어난 표현과 인식을 드러내더라도 뜨겁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면 그 시가 던진 질문은 곧 식어버리고 말 것이다.
여러 차례 결정을 미루고 뒤집은 끝에, 현재 우리 시가 언어의 매끄러운 표면에 대한 선호를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체화한 만큼, 그에 대한 반성이 새로운 세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심사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토성의 고리」 외 4편은 최근 젊은 시들이 보여준 감각적 어법을 많은 부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 도전성이 옅게 느껴지는 반면, 「극지의 밤」 외 4편은 비록 추상의 영역이라고 할지라도 세계와 대면하기를 포기하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낯설고 도전적이라 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 더불어 전자의 경우 그 재능이 특정한 미학을 장려하는 매체에 의해 머잖아 수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으며, 적어도 ‘대학문학상’에서만큼은 기술과 기교보다 시와 세계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후자의 시가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후자를 당선자로 정하며 모두 기뻤다. 자신의 방법을 세태의 환대와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