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대학문학상

사업결과

2020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성명 학교 및 학년 작품명
이세인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 4년 「귀로」 외 4편
소설 이재은 명지대 문예창작 3년 「마음과 생활」
희곡 윤여경 서울예대 극작 3년 「돌연변이 고래」
평론 전승민 서강대 영미어문 4년 「레즈비언 구출하기 : 침묵, 방백, 그리고 대화」
동화 박하림 숭실대 문예창작 4년 「밤의 고백」 외 1편
심사위원
- 시(시조) : 박소란, 이병률, 임승유
- 소설 : 전경린, 전성태, 정한아
- 희곡 : 윤미현, 정범철
- 평론 : 심진경, 한기욱
- 동화 : 이병승, 이은용
심사평

이번 공모 시 부문에는 총 383명이 응모했다. 작품으로 셈하면 1,915편으로, 예년보다 그 수가 조금 는 셈이다. 작품을 읽는 동안 심사자들은 자주 놀라곤 했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더러는 개개의 작품에 깃든 열기로 인해 ‘아, 시에 자신의 미래를 걸고 있구나’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심사자들에겐 이를 넘어선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생각, 새로운 화법, 새로운 발성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런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대체로는 익숙한 세계에 머물며 익숙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 보였다. 어떤 경향을 의식한 듯 특정 시인들의 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 전개 방식을 차용한 시들이 다수였는데, 선명한 기시감이 되풀이될수록 아쉬움이 쌓여갔다. 아울러 극적인 상황을 가공하여 자신의 무기력과 지루함을 발산한다거나(시는 으레 그런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죽음과 같은 무거운 소재를 비극적 자기인식의 매체로 가져와 지극히 표피적 차원에서 소모해버린다거나, 말과 말, 상상과 상상을 이어가는 ‘놀이’를 거듭하며 결과적으로 단순 나열에 그치고 만다거나 하는 등의 특징을 계속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시적 기량에 걸맞은 개성과 참신성을 갖춘 작품을 찾는 일은 극히 어려운 것이었다. 대체 왜일까. 잘 쓴 시는 많은데, 좋은 시를 찾기란 왜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 ‘잘 쓴 시’와 ‘좋은 시’의 극명한 차이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화려한 외관에 이끌려 그 속을 들여다보면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시를 읽을수록 허탈한 감정이 커졌다. 어쩌면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그 자체에 대해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만 무작정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했다.
세 명의 심사자들이 전체 투고작을 살피는 데에는 11월 한 달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12월 중순 14명의 작품을 선별, 본심에서 토론했다. 응모작의 수준이 고른지 등을 살펴 최종으로 5명의 작품을 뽑았고, 이어 재차 정독과 논의의 과정을 거쳤다. 당연히 그 원고들은 모두 무기명이었다. 최종 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타히티」 외 4편, 「예약석」 외 4편, 「여름나기」 외 4편, 「새가 머리를 조아리는 저녁」 외 4편, 「귀로」 외 4편이다.
먼저 「타히티」 외 4편은 말을 다루는 솜씨로 심사자들을 압도했다. 말을 능숙하게 이어내며 자신의 세계를 거칠 것 없이 펼쳐 보이지만 그 세계의 면면을 자세히 살폈을 때는 특별한 사유의 깊이와 폭을 지닌다고 확신하기 어려웠다. 「예약석」 외 4편은 이미지를 포착하는 독특한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시편들을 관통하는 쓸쓸함이 시종 무력하게 부유할 뿐이라는 사실이 취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여름나기」 외 4편은 일상의 아이러니를 다루는 방식이 탄탄하고 유연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새롭지는 않았다. 본연의 것이라기보다 기성 시들을 학습한 결과라는 생각이 심사자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산문적 문장을 습관적으로 구사한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었다. 「새가 머리를 조아리는 저녁」 외 4편은 날카롭고 또렷한 주제의식이 믿음직스러웠다. 「환상통」, 「쿠마펜 펠렛」 등에 담긴 일상의 공포가 생생한 울림을, 때로는 섬뜩한 기분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들 시편 또한 기시감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주제의 심도에 비해 직조된 내용이 다소 단조롭다는 인상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심사자들의 손에 남은 것은 「귀로」 외 4편이다. 이 시편들이 첫눈에 심사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복해서 읽을수록 그가 일군 세계와 발성을 신뢰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는 오롯한 자신의 것이 아닌가! 기성의 것을 기웃거리지 않고, “도둑을 꿈꾸는 습작생” 혹은 “없는 인간”으로서의 자신 안으로 깊숙이 침잠해가고자 하는 화자(들)의 태도에서 그런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화자는 수시로 타지를 떠돌며 외부 세계의 풍경과 현상을 포착하는데,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한 탐색이 거듭된다는 점이 좋았다. 이를테면 심사자들이 주목한 「귀로」는 먼 이국에 자신을 위치시킨 뒤 이방인으로서의 고독을 과장 없이 그려낸다. “영어보다 새들의 말을 더 잘 알아듣는다”라는 고백과 함께 “네가 되고 싶어, 생각했다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모르겠다는 말을 다시 곱씹는다”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여운을 주었다. 익숙한 것에 기대는 대신 보다 확장된 시공간으로 독자를 불러들이려는, 외적 요인을 자유롭게 충돌시키려는 시도 자체에 대한 지지도 있었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그가 앞으로 써낼 미래의 시를 얼른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 또한 밝힌다. 부디 더 넓고 깊은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주기를.
본심에 올랐으나 아쉽게 당선하지 못한 이들은 물론 대산대학문학상을 믿고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보내준 응모자 모두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 시를 쓰는 순간순간 여러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되겠지만, 실은 그것이 실패와 좌절이라기보다 훗날 웃으며 고백할 귀한 추억임을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지금의 간절함을 잃지 않고 쉼 없이 자신을 단련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