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대학문학상

사업결과

2018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성명 학교 및 학년 작품명
김연덕 한예종 서사창작 2 「재와 사랑의 미래」외 4편
희곡 이다은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4 「돼지의 딸」
평론 박소연 연세대 국어국문 4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의 동력, 그 마음을 움직이는 힘」
동화 장은서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2 「타조관찰일지」외 1편
심사위원
- 시(시조) : 김이듬 신용목 유희경
- 희곡 : 김수미 성기웅
- 평론 : 백지연 한기욱
- 동화 : 김해등 이금이
심사평

두 가지 의미에서 심사가 쉽지 않았다. 296편 모두 고른 기량을 가졌다는 것 하나, 그중 분명하게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문학상에 충분히 도전해도 좋을 만큼 일정한 수준에 오른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도 될 것이고, 부족하지만 개성 있는 시보다 기성의 문법에 충실한 시들이 많아진 탓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대산대학문학상의 심사를 맡는다는 것이 영광이면서 지극히 괴롭고 어려운 일인 건 분명하다.

응모작 중 일곱 명의 작품 35편이 본심 대상이었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다시금 작품들을 돌려 읽으며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이미 기량을 갖춘 대상작들 중 보다 나은 작품을 골라내기 위해 고민했고 그중 「사이먼이 말하기를」 외 4편, 「낭만역학」 외 4편,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 이상 세 사람의 작품을 두고 최종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사이먼이 말하기를」 외 4편은 유쾌한 리듬과 사유의 끈기가 돋보였다. 이는 자신만의 시를 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그럼에도 아쉬웠던 것은 시 속 이야기가 응집되지 않고 자꾸만 흩어져버린다는 것이었다. 이를 밀도의 부족이라 해도 좋겠다. 빛나는 이미지와 인상 깊은 비유들이 그럼직한 방식으로 엮이지 않고 낱낱의 문장이 되어 겉돌았다. ‘엮어내는 힘’을 갖게 된다면 더 좋은 시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낭만역학」 외 4편은 개성이 돋보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시로 풀어내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설명적인 문장들이 시 곳곳에 끼어들어 시적 긴장은 물론 읽는 이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 아쉬웠다. 시와 비시의 경계를 외줄 밟는 듯한 아슬아슬함이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맥을 풀어놓기도 한다는 점을 유의해 선택과 배제를 한다면 더 완성도 있는 시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은 적당한 거리감과 명료한 이미지, 교차하는 감정의 순간을 세밀하게 드러내는 실력이 발군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단정하고, 단호하다. 밀착되어 있는 시 속 대상과 정황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은 쉽게 얻기 어렵다. 시인이 얼마나 오래 숙고하고 습작해왔는가를 쉬이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은 당선작으로서 손색없는 여러 시적 미덕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표제작에서 보여준 일종의 형식적 실험이 파격적이라기보다 다소 익숙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유를 따라가는 데에 있어 큰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다. 심사위원 세 명은 고민을 접고 흔쾌히 「재와 사랑의 미래」 외 4편을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시는 언어를 쌓고 해체하는 일종의 구축물이다. 그러다 보니 형식이 강조되곤 한다. 그러나 형식의 배면에는 말하지 않거나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 모든 것을 아울렀을 때 마침내 “한 편의 시가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심사 대상작들에게서 느낀 아쉬움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완성된 세계가 아니라 완성되어가는 세계를 보고 싶다. 어떤 세계도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심에 오른 「진시황은 살아 있습니까?」 외, 「아스피린 사용법」 외, 「Anechoic」 외, 「어린 왕은 머그잔에 비친 왕의 얼굴에 자신을 겹치어본다」 외 등의 작품들은 모두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지만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두려움 없이 과학의 용어를 빌려와 자신만의 “구축물”을 시도한 시편들과 앙상한 문장과 빈 이미지로 중세의 숲을 연상하게 하는 시편들에게도 격려를 전한다. 방법에 집중한 나머지 과하거나 덜하고 때론 반복적이어서 본선에 이르진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당선자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 지금의 장점을 잊지 않는다면 분명 좋은 시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부하건대, 주위보다는 앞을 보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