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대학문학상

사업결과

2009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수상자 학교 및 학년 수상작
배성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1학년 꽃잎이 드는 방 외 2편
소설 전삼혜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4학년
희곡 전진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2학년 달로 가요
시나리오 나혜민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4학년 소년 소녀 차차차
평론 전철희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4학년 87년체제의 문학적 증명 및 항변
동화 이윤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1학년 울렁울렁 납작 가슴 외 1편
심사위원
- 시 : 조정권, 송찬호, 김선우
- 소설 : 구효서, 서하진, 신경숙
- 희곡 : 이윤택, 장성희
- 시나리오 : 임순례
- 평론 : 최원식
- 동화 : 황선미, 조은숙
심사평

예심 단계에서 심사위원들이 공통으로 느낀 소회를 먼저 전한다. ‘시의 언어’에 대한 치열한 질문이 생략된 채 무책임하게 남발되는 ‘산문의 언어’에 대해 우리는 조심스러운 염려를 표하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워낙 시의 산문화 경향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올해 응모작들은 특히나, 내적 필연성에 의해 산문적 진술이 선택되었다기보다 응집된 시어를 향한 고투를 포기한 안이한 수준의 산문적 언어들이 남발되는 경향이 심했다. 당연히 언어의 긴장은 떨어지고 게다가 비속어와 비문들이 남발되는 경향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는 감정의 일방 배출구가 아님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언어를 함부로 배설하려는 경향은 시 창작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에 하나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그가 쓰고자 하는 언어와 섬세하게 대결하고 그 언어로부터 사용 승인을 얻어야 하는 자이다. 쓰는 자가 자기 멋대로 언어를 지배하고 휘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언어를 공경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언어로부터의 자재자유함을 획득할 수도 있음을 우리 문청들은 모두 유념했으면 좋겠다. 시는 문학의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엄격하게 ‘언어’ 자체에 대한 집중을 요하는 장르이고, 시인은 ‘말의 중압감’을 평생 고민하며 평생을 걸고 이 중압감과 대결해나가야 하는 존재다. 언어에 대한 이러한 자각과 대결의식이 있어야 이 부박한 반(反)문학적 속도전의 시대에 여전히 시가 태생적 이단으로서의 문학적 반(反)속도성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응모작 전체를 거론했을 때 위와 같은 심각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역시 옥석들이 있었다. 예심 통과작 중 심사위원 2명 이상에게 중복 추천된 응모자를 중심으로 모두 5분의 작품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대산대학문학상’은 완성도 높은 단 한편의 작품만 뽑는 신춘문예가 아니다. 도래할 시인의 삶을 견인할 수 있는 문학적 동력을 검증하는 의미가 큰 상이므로 응모작 간의 편차가 심해서는 곤란하다. 하여, 좋은 시편들을 포함하고 있으나 시편 간의 수준 차가 심한 「입동」 외, 「21세기 라흐마니노프 정원사」 외, 「당신은 나를 좀 더 알 필요가 있다」 외가 먼저 제외되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손에 남은 것은 「잎사귀가 건드린 하루」 외와 「꽃잎이 뜨는 방」 외였다. 두 응모자 모두 치열한 습작의 흔적이 보이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최후까지 경합했다. 「잎사귀가 건드린 하루」 외는 신선하고 유려한 감각적 표현들이 돋보이며 각 편의 완성도도 높았다. 하지만 단정하고 잘 만져진 소품의 느낌을 벗어나지 못해서 아쉬웠다. 신선하고 안정된 표현 능력 위에 세계인식의 확장 노력이 결부된다면 훨씬 좋은 시편들로 조만간 어느 지면에서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진을 빌며 후일을 기대하기로 하였다.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고자 한 여자와 그녀의 시간을 붙들고자 하는 남자의 비극적 사연을 수몰예정지구의 폐옥 풍경을 통해 보여주는 「꽃잎이 뜨는 방」은 곧 수몰될 병든 육체성을 비정한 사회 속에 아슬하게 위치시키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집 없이 떠돌며 구걸하는 탈북자 아이들을 일컫는 꽃제비를 피부호흡법을 터득해야 살 수 있는 양서류로 교차 직조하는 「그들의 피부호흡법」도 개인과 사회적 비극 사이에 아슬한 긴장 관계를 유지한 채 발현되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무겁고 비극적인 사건을 보여주면서도 서정적 언어의 질감을 유지하는 공력과, 감각적인 표현에만 경도되지 않고 문학적 사유를 전진시키고자 노력하는 자세도 높이 평가했다. 단, 불필요한 과포화 상태의 호흡을 정리하여 좀 더 긴장감 있고 밀도 있는 언어 운용을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발화의 반복도 숙고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꽃잎이 뜨는 방」 만 예로 들어보더라도 ‘강물의 발육’, ‘강물의 이빨’, ‘호흡의 선율’ 등 정제되지 못한 표현들이 눈에 많이 띈다. 좀 더 정제가 필요한 시편들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문청의 시답다’는 것, 개인의 상상력과 사회적 상상력의 길항 가능성, 언어 내용과 형식에 대한 치열한 고뇌가 느껴진다는 것, 무엇보다 이후로도 시를 밀고나갈 에너지의 내공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꽃잎이 뜨는 방」 외를 당선작으로 뽑는데 우리는 기꺼이 합의했다. 문청들에게 주는 대학문학상은 잘 만들어진 완제품보다 ‘미래가 궁금한 시’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더욱 정진하여 개성 있는 시세계를 완성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