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11권의 시집 중에서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최하림의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 신대철의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김명인의 『파문』, 오규원의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등 4권의 시집이었다.
일단 심사위원 전원은 이 4권의 시집이 모두 우리 시단의 높은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동시에 모두 수상작으로 결정되어도 손색이 없는 시집이라는 데 동의하였다.
『파문』의 경우는 삶과 시가 일치하는 기록이며 초기 시에 비해 긴장이 조금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시적 형상력과 언어적 균형 감각이 살아 있어 무리 없는 의사소통과 더불어 시적 공감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새로 시행되는 제도를 존중하기로 하고 개별 투표에 부친 결과 김명인의 『파문』이 삶의 경험과 시적 형상력을 적절히 조화시킨 올해의 뛰어난 시집으로 결정되었다.
예심에서 올라온 열권의 작품에서 조경란의 『국자이야기』,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 임철우의 『백년여관』,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등 네 작품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뿌넝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 등 9편의 중단편을 모아 놓은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상호텍스트성, 응축미를 자랑하는 구성, 과거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 번번이 예상을 뒤집어엎는 결말처리 등과 같은 새로운 소설미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김연수의 새로운 눈길과 솜씨는 소설은 대상을 재발견하고 탐구하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산물이다. 그는 장편소설을 쓸 때 들 법한 시간, 노력, 실험정신을 단편소설을 쓰는데 바치고 있다. 그는 소설양식을 통해서 끊임없이 묻고, 캐고, 따지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소재라도 김연수의 눈과 손끝을 거치면 하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이 춘향전을 로망스에서 노벨로 바꾸어 놓은 것이 그 좋은 예다. 심사위원들은 요즈음의 젊은 작가들은 독자들을 곧잘 퍼즐게임으로 몰아간다는 공통된 느낌을 표출했거니와, 김연수도 이러한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분명, 김연수는 새로우면서도 든든한 느낌을 주는 작가다.
논의의 대상이 된 11편의 희곡은 원로 극작가에서 중견, 신인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특히 자기 작품을 선보인 지 3,4년에 불과한 신인들의 작품이 서너 편이나 되었고, 그 참신성과 구성력 또한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이들 젊은 신인들의 작품은 참신한 공연성에 비해 극적 구성력과 언어를 다루는 호흡이 짧고 단순하다는 취약점을 드러내었다. 이런 젊은 신인들의 등장은 고무적이지만 더 두고 보자는 방향으로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일치되었다. 근래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극작가들의 활동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최근작이 이들의 알려진 기존 문제작에 비해 수준이 저하되고 일종의 매너리즘 징후까지 느껴져서 수상작으로 내세우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으로 넘어온 비평집 중 심사위원들은 비평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고 있는 세 권의 비평집, 김명인의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과 정과리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성민엽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논의를 집중하였다.
정과리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은 이론적 비평과 현장비평 양면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글들을 써온 이 비평가가 문학의 존재 양상, 문학이라는 정신적 노력의 특수성과 보편성, 문학의 사회적 기능, 문학 제도 등을 폭 넓고 깊이 있게 성찰한 이론적 논고이다. 이 비평집은 2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써온 글들을 한데 묶은 것이지만, 논의는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비평가의 줄기찬 주제 의식을 엿보게 한다. 활용되는 지식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고, 분석과 논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다. 이론이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 비평집의 장점이다. 그러나 과도한 친절과 불친절의 반복에서 오는 혼란은 이 비평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이 치밀한 비평가가 몇몇 고전의 인용에서 의외의 허술함을 보였다는 점도 심의과정에서 지적되었음을 덧붙여 둔다.
예비 심사 목록에 오른 번역서는 모두 44편이었고, 그 중에서 위의 기준에 비교적 합당하다고 판단된 번역서로 다섯 편이 중점 검토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특히 컬럼비아대학에서 출판된 『Modern Korean Fiction: An Anthology 한국현대단편선』과 『Everything Yearned for: Manhae's Poems of Love and Longing 만해 한용운 시선』에 끝까지 주목하였다.
수상작 Everything Yearned for는 만해의 님의 침묵을 완역한 것으로 기존의 번역들이 드러낸 약점을 상당히 보완한 훌륭한 번역이라는 데에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원작의 시적 감흥이 번역 텍스트에서도 유지되게 하려는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주해와 정치, 역사 및 불교 등 제반 문제에 대한 해설은 학구적일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참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