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서는 예심에서 선정된 10편의 작품과 본심 위원들이 추천한 1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논의가 이어졌으며, 박성우의 『자두나무 정류장』,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 이수명의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장석남의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등 4권의 시집을 2차 심사에서 논의하였다.
『자두나무 정류장』은 말끔히 정제된 언어로 농촌 현실의 단면을 사진처럼 복원해내고 있는 시집으로,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은 실존의 고뇌를 기하학적 단순함 속에 압축해내는 데서 오는 사유의 암시가 풍부한 시집으로,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는 시인 특유의 감성적 세계가 삶에 대한 낙관적 깨달음으로 발전하고 있는 시집으로 평가 받았다.
결국 3차 심사에서 노동자 문학으로부터 삶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시 세계의 폭이 더 확장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2008년부터 장편소설만을 대상으로 한 소설부문 본심에서는 예심에서 선정된 8편 중 두 차례의 심사를 통해 최윤의 『오릭멘스티』와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 두 작품을 집중 논의하였다.
최윤의 『오릭멘스티』는 삶의 사소함과 엄중함을 극히 치밀하고도 냉정하게 묘사하는 것이 압권으로 입양의 문제가 사회적, 혹은 가족사적인 비극으로 묘사되는 대신 부유하는 존재의 문제, 존재가 품고 있는 일종의 질병과 같은 문제로까지 승화되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는 그동안 이 작가가 줄곧 견지해왔던 비서사 소설의 진경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결국 몇 차례의 토론을 거쳐 기존의 작품세계를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독자들을 품는 품이 한결 넓어지고 편안해졌으며, 그의 소설이 확실히 새로운 경지, 혹은 발화의 지점에 이르렀다는 것에 많은 지지를 받은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1차 심사에서 논의 대상으로 선정된 평론집은 12권이었으며, 두 차례의 심사를 통해 김수이의 『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 황종연의 『탕아를 위한 비평』, 황현산의 『잘 표현된 불행』을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하였다.
『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은 꼼꼼히 시 읽기를 통한 애정 어린 시분석이 돋보였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네 권 가운데 1차 투표를 통해 『탕아를 위한 비평』과 『잘 표현된 불행』 두 권을 최종심에 올리고 집중 토론을 가졌다.
결국 오랜 기간 동안 문학적 사유에 대한 그 특유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비평적 작업에 담아낸 황현산의 『잘 표현된 불행』이 신중하고도 예민한 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올해 번역부문 심사에는 지난 4년간 출간된 총 33권의 스페인어권 번역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 1차로 심사에서 『식물들의 사생활』(이승우 作 / 조갑동, 베르나르디노 에르난도 共譯), 『진술』(하일지 作 / 이혜경, 호세 카탈란 共譯), 『소라단 가는 길』(윤흥길 作 / 윤선미, 이강국 共譯),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 /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우리의 옛 노래』(임기중 편저 /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등 다섯 편의 작품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2차와 3차 독회를 거치며 원문과의 충실성 및 스페인어권 지역의 수용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여 『식물들의 사생활』과 『나무들 비탈에 서다』 2편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식물들의 사생활』은 번역이 매끄러우며, 작중인물들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식물성과 야수성에 빗대며 리듬감 있게 전개되는 원작의 구성을 무난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구원의 의미를 처절하게 되물으며 소멸되는 인물들의 굴곡진 모습을 생동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실존이라는 보편적 물음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 고혜선과 프란시스코 카란사 번역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올 해 대산문학상 희곡부문의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지훈의 「풍찬노숙」, 고연옥의 「지하 생활자들」, 김은성의 「목란언니」이었다. 세 작품 모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작품의 주제와 말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이었다. 자의적인 진술들은 구성을 산만하게 만들었고, 말들은 과용하게 쓰여져 극적 상상력을 추락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수 차례 작품들을 세밀하게 읽고 토론하였지만, 애석하게도 올해 수상작을 결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