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사업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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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
• 2001
• 2000
• 1999
• 1998
• 1997
• 1996
• 1995
• 1994
• 1993

수상자

수상자

상명	부문	중/고	성명	부상
금상(6명)	시	고등부	김수정(경기 광주중앙고 3)	장학금 1백만원
			배선화(경기 고양예고 2)
		중등부	김해준(경기 정발중 2)
	소설	고등부	문송이(인천 인천여고3)
			황인경(경기 한국애니메이션고3)
		중등부	김민지(서울 진선여중3)
은상(10명)	시	고등부	나상화(경기 성문고3)	장학금 70만원
			안준혁(서울 등촌고3)
			이서연(경기 안양예고3)
		중등부	강진수(제주 아라중3)
			김정민(광주 호남삼육중1)
	소설	고등부	강은서(경기 고양예고3)
			박지인(광주 상일여고3)
			윤소희(경기 안양예고3)
		중등부	강명경(경기 부천여중3)
			나현후(경기 과천중1)
동상(22명)	시	고등부	김가연(경기 광주중앙고3)	장학금 50만원
			김도형(경기 고양예고3)
			백지연(광주 설월여고2)
			윤재성(대구 달성고2)
			이진선(전남 광양백운고3)
			정예령(경북 군위고3)
			정흥주(경기 과천여고3)
			최민준(광주 서강고2)
		중등부	민유경(강원 서원중3)
			박지윤(경기 안양부안중3)
			이상윤(울산 대현중2)
	소설	고등부	강예송(서울 신도림고2)
			김은조(대구 효성여고1)
			문혁준(제주 대기고1)
			박하연(경기 고양예고3)
			유재근(충남 부여고2)
			이수련(서울 명덕외고3)
			임상진(전남 목포마리아회고1)
			전수현(경기 고양예고1)
		중등부	김한결(경기 과천중2)
			송승준(경기 서현중3)
			이재원(경기 곡반중3)

접수결과

- 시 : 683명(중학생 86명, 고등학생 597명)

- 소설 : 718명(중학생 114명, 고등학생 604명)

심사위원

- 시 : 김수복(시인, 단국대 문창과 교수), 김행숙(시인, 강남대 문창과 교수), 이승하(시인, 중앙대 문창과 교수)

- 소설 : 김미월(소설가), 서하진(소설가, 경희대 국문과 교수), 이기호(소설가, 광주대 문창과 교수), 이순원(소설가)

심사평

• 시
• 소설

희귀한 축제인 2박 3일간의 문예 캠프는 ‘청소년’ 문학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시간일 수 있었다. 청소년 문학상이기에 그런 프로그램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대산청소년문학상의 과정은 여타 백일장과 달리 경쟁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적 체험이 되는 특별한 시간을 어린 문학도들에게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렇게 심사를 하고, 금상, 은상, 동상과 같이 그 색깔을 구분하여 상을 주지만, 다만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문학은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심사를 하면서 ‘백일장용 시’라는 말을 떠올리게 될 때면 마음이 씁쓸했다. 백일장에서도 단지 ‘백일장용 시’만으로는 통할 수 없다. 백일장에서도 결국 찾는 것은 정답이 없는 문학이고 문학적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수백편의 응모작에 대한 첫 심사를 하면서 시를 잘 쓰는 어린 친구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언어를 시적으로 그럴 듯하게 다루는 기술 이전에 혹은 그 너머에서 시를 발견하면서 스스로를 깨우고 흔들고 일으켰던 ‘몸’의 감각을 찾기는 어쩐지 쉽지 않았다. 시를 통해 스스로를 흔들지 못한다면 기술은 고만고만한 기술 이상이 되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은유로부터 천재의 증표를 봤다면, 그 은유는 기술이 아니라 발견이며 그 발견으로 우리의 사유와 감각을 흔들어놓는 것이었으리라. 어느 정도의 시적 수준에 이르렀다면,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을, 대답보다는 참신한 질문을 가진 친구들을 캠프에 초대하고 싶었다는 말을 남겨두기로 한다.
캠프에서 주어진 백일장 과제는 고등학생의 경우 “어둠 속에 혈관이 있다”를 두 번째 문장으로 삼아서 시를 쓰라는 것이었다. 백일장의 경험과 훈련을 비껴서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시를 찾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것이었다. 고등학생들한테서는 백일장 훈련이 지나치게 잘된 경우가 많이 보여서 가급적 생소한 방식을 택한 것이었는데, 과제가 발표되자 원망이 쏟아지는 분위기였다. 중학생에게는 “( )(으)로 가는 길”이라는 미완의 제목이 주어졌다. 제목을 완성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었다.
백일장이 끝난 후 행해진 문학상 심사는 응모작과 백일장 작품을 함께 놓고 이루어졌다. 문학상은 응모작에게 주어지지만, 백일장 작품이 응모작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는 재고(再考) 삼고(三考)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은상 후보로 논의되었던 작품이 결국 입상권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먼저 고등부 작품들에 대한 독후감을 살짝 밝히기로 한다. 배선화의 「달의 수선」은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을 시적 풍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있어서 감각적 깊이를 보여주었다. 그의 감각은 수사적 차원에서 그 표면을 벗겨내면 썰렁해지는 것이 아니고 그윽하게 안쪽으로 젖어드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부분적으로 기시감이 없지 않았고, 함께 보내온 작품들과 더불어 보았을 때 반복되는 점들이 노출되었지만, 수사의 논리보다 자신이 시 속에서 경험하는 감각의 논리를 믿고 앞으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수정의 「일기예보」 외 4편의 시는 그에게 잠재되어 있는 참신한 질문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시만이 할 수 있는 질문들과 함께 그가 시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 운동의 궤적이 예상 밖의 지점을 가로지를 때 그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었다. 그는 언어를 아끼고 덜 말할 줄 아는 것 같다. 다만, 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운동의 근육이 부족하거나 시 안에서 힘을 다해 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안준혁의 「김수영이란 이름의 세 명의 시인」은 미문(美文)의 제약에서 벗어나서 언어의 자유로움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 시적 언어는 영혼의 아름다움보다 영혼의 정직함에 더 예민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 안준혁의 다른 작품들과 나상화의 「요강이 할머니 안에 있다」, 이서연의 「빗소리는 연재 중」 등은 시적 발상을 잘 구현하고 있지만, 그 발상 안에 갇혀서 제작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논리’에 갇히지 말고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활달함과 자유로움을 찾기를 바란다.
중등부의 경우 인상적인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소박하더라도 더 참신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기대했는데, 대체로 평이했고 그 만큼 학습된 상상력처럼 느껴졌다. 그 중에서 김해준의 작품은 돋보였다. 그의 「여름을 듣다」는 시의 살 속으로 들어와서 시적 구체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의 조숙한 언어감각이 단지 재능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문학 속에서 꽃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사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고 장점이 ‘더’ 많은 것, 단점이 ‘덜’ 눈이 띠는 것을 찾게 되지만, 입상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문학이 가진 의미일 것이고, 그 의미를 살아내면서 키우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초심(初心)’ 이 있다. 그 마음의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청소년들이 그 마음을 돌보고 아꼈으면 좋겠다.

먼저 본심보다 예심과정이 더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는 점을 밝혀둔다. 천여 편이 넘는 작품들은 과연 이것을 청소년들이 썼을까, 의심할 정도로 문장과 구성, 주제의식 면에서 완성도가 높았다. 작은 차이로 인해 본심에 들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 말은 또한 본심에 든 학생들은 수상자와 비수상자로 나누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심에서 실시된 백일장은 그것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사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 공모에서 심사위원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지점은 작품의 '진정성'이다. 진정성이라니? 그건 너무 추상적인 항목이 아닌가? 개별 응모자들의 삶과 현재에 대해서 심사위원들이 무엇을, 어찌 알 수 있다고? 물론 작품 한 편으로 그것을 다 알 순 없지만, 그러나 짐작은 할 수 있다. 우리가 짐작하는 부분은 응모자의 삶이 아닌, 문학에 임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때 '진정성'은 꽤 유용한 잣대이다. '진정성'이란 일종의 '부정'의 정신이다. 머물지 않고 계속 이동하는 어떤 자세. 기존 소설에서 이미 완성되고 검증받은 구도와 인물, 문장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태도는 안정적이지만, 그 이상을 넘어설 순 없다. 수많은 익명의 독자들이 소설에서 보길 원하는 것은 '안정'이나 기존의 가치에 대한 '인준'이 아닌, '불온'과 '저항'이다. 그것은 심사에 임하는 우리 심사위원들의 원칙이기도 했다.
중학생들의 소설 응모작품은 전체적으로 이것이 과연 중학생들의 작품일까 싶을 만큼 수준이 높았다. 그것은 고등학생 응모작들과 비교해서도 그랬다. 이것이 우리나라 중학생의 문예창작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심사를 하는 마음도 기뻤다.
「우리집으로 가는 3가지 방법」은 말 그대로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세 가지의 길 위에서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집과 친구와 선생님과 그리고 나 자신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상도 독특하고, 이야기도 풍성하다. 백일장에서 호평을 받은 「콤플렉스」도 조금은 못생긴 엄지손가락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 안에 재미있게 풀어낸 얘기이다. 전체 응모작과 또 문학캠프에서 실시한 백일장에 출품된 작품을 두루 살펴 김민지 학생에게 금상을 수여했다.
은상으로 뽑은 「유리벽」은 여학생들간의 왕따와 우정에에 대한 이야기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아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고 비약된 부분이 있지만, 우선 바른 문장으로 이야기를 부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눈에 보이듯이 쓴 것에 신뢰가 갔다.
또 한편의 은상 「외톨이꽃」도 제목이 말하듯 왕따를 소재로 하여 쓴 글이다. 먼저 학교에서 전학을 하였다. 새학교에서도 적응은 쉽지 않다. 엄마의 지나친 관심도 부담스럽고, 엄마아빠의 부부싸움도 지켜보기 힘들다. ‘낙화’라는 노래를 삽입한 부분에 재능도 빛난다.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점이 많은 작품이다.
동상으로 뽑은 「돈 워리 B 해피」는 발상이 재미있는 소설이다. 지금의 행복과 즐거움을 자기에게 저축하면(그러니까 유보하면) 나중에 더 큰 행복으로 돌려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고 이에 대해 여러 가지로 반응하는 이야기다.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행복 역시 중요하다는 결말이 설득력 있게 그렸다.
동상의 뽑은 「바코드」도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다. 컴퓨터가 주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실행하는 능력뿐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사랑을 포함하여 자기 존재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는 힘까지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야기를 끝까지 흥미롭게 끌고 갔지만 소재와 주제가 어디에서 본 것처럼 익숙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고등부 금상 수상작으로 뽑힌 황인경의 「10」은 불투명한 서사와 인물들이 작품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소설이었다. 서사적 흐름으로만 따진다면 이 작품은 구멍이 많고 어색한 지점도 더러 보인다. 대립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아빠와 오빠의 인과관계가 명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작품에서 주목한 지점은 성장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안과, 그것을 기록하고 있는 한 예민한 관찰자의 내면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때론 폭력을 내재화한다는 뜻, 그래서 내면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로테스크하게 변해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이 굳건하게 닻을 내리고 있는 지점은 바로 그곳이다. 특이한 것은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후각'의 전면화 과정이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시각적 묘사에 치중할 때, 이 작품은 낯선 '후각'적 발걸음을 통해 자근자근 작중화자의 불안을 더 큰 형태로 키워나가는데 성공하고 있다.(이를테면 '무서운 냄새'같은 표현) 이것은 흔치 않은 개성이고, 독특한 감수성이다. 부디 자기복제하는 과정을 거치지 말고, 계속 부정하고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더 새로운 색깔로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해주길 바란다.
또 다른 금상 수상작인 문송이의 「불가사리」는 여러모로 「10」과는 대조적인 소설이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이야기에 충실했고, 인과관계 역시 탄탄한 소설이었다. 임신한 여자친구와 그것을 부인하고 싶어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맨홀 뚜껑을 절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정통적인 소설 문법에 충실했고, 플롯에서의 모자람이나 과함 또한 없었다. 사실, 그래서 선자들은 이 작품 앞에서 망설였다. 너무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지나치게 전후좌우 안정적인 스텝만을 밟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장면, 맨홀 뚜껑의 작은 구멍으로 별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상황이 그러한 우려들을 충분히 만회해 주었다. 보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용기만 갖춘다면, 더 커다란 폭발력을 지닌 이야기로 당당히 세상 앞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은상으로 선택된 「실종」과 「또 만나요」, 그리고 「오늘밤은 슈퍼문이 뜰 거야」는 상황과 작중인물들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상처와 그에 대한 대응, 그리고 연대에 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실종」에서 나타나는 대사회적인 상처에 대한 접근방법, 「또 만나요」가 소박하게 그려보이고 있는 아빠의 윤리적인 모습, 「오늘밤은 슈퍼문이 뜰 거야」에서 보여주는 상처와 연대의 기록들은 때로는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또 때론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사소한 것들을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미덕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어떤 작품은 응모작의 수준이 백일장 작품보다 앞섰고, 또 어떤 작품은 백일장으로 인해 수상권에 들게 되었다는 사실도 밝혀둔다.
대산청소년문학상은 예심에서부터 본심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더디지만, 그만큼 섬세한 절차를 지닌 공모전이다. 심사위원들 역시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처지여서 당연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빼앗긴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공모전의 전 과정을 통해서 우리 심사위원들이 확인한 것은 아직도 우리 소설에는 많은 희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사회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이제는 속물성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은 채 폭우처럼 흘러갈 때, 그래도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 속 깊은 우물 안으로 기꺼이 밧줄을 내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서, 그 길을 지나야지만, 한 명의 작가가 태어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수상한 학생들이나, 안타깝게 수상에서 제외된 학생들이나 이미 그 길 위에 선 사람들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기꺼이 그대들의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