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주성_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제7회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 당선. 1986년생
작년 한 해, 학교의 문학 동아리 친구들과 소설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단연 화두는 ‘일본문학’ 이었다. 화려한 명품으로 온 몸을 치장한 아가씨처럼 팬시한 표지를 하고는 서점의 가판대를 점령하고 있는 그것들에 우리는 끊임없이 비꼬면서 부러운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늘 ‘일본 소설’이 들려 있었고, 함량이 어떻든지 간에 사람들은 ‘일본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우리는 왜 우리나라에서 조차 ‘한국 문학’이 왜 ‘일본 문학’에게 밀리고 있는 거냐며 의아해했고,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내기 위한 탁상공론을 벌이게 됐다. 그러다 한 친구가 우리의 것엔 색깔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를 꺼냈다. 일단 ‘일본 소설’하면, 추리 장르나 사소설적 색채가 강한 소설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특유의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속에서 무겁지 않은 문체들이 주는 느낌들이 명확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 소설’을 보면 특징지을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얘기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우리 소설’은 이런 색깔을 갖고 있어,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읽은 ‘우리 소설’들의 특징들을 보기 좋게 요약하고 포장할 수가 없었다. 나는 녹지 않는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것처럼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의문을 삼킬 수가 없었다. 정말 ‘우리 소설’은 어떠한 색깔도 갖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왜 어떤 색깔을 갖고 있다고 쉬이 말할 수 없는 걸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는 남을 만나봐야 나를 알게 된다는 말을 체감하게 되었다. 연애를 하면 나도 몰랐던 뜻밖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국경을 넘어가니, 나는 우리도 미처 몰랐던 우리의 모습과 마주치게 되었다. 11일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일본, 영국, 프랑스를 옮겨 다니며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우리의 것과 비교하고 있었다. 언제나 기준은 ‘우리’였다. 도쿄의 겨울은 우리의 겨울보다 따뜻하군, 영국의 지하철은 우리의 지하철보다 좁고 낡았으며 느리군, 엑상 프로방스의 사람들은 우리의 사람들보다 잘 웃는군, 마르세유의 바람은 우리의 바람보다 달콤하군, 파리의 거리는 우리의 거리보다 여유롭군,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내 나름대로 조각조각 단편적으로나마 우리를 정의할 수 있었다.
도쿄에서 만났던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씨의 강연을 들으면서도 나는 ‘우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인터넷의 등장한 이후의 현재 일본 문학계의 동향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서야 비로소 일본 문학은 대중 문학과 순수 문학의 경계가 보다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일본은 대중 문학과 순수 문학기 각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고유한 색을 공고히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탔던 지하철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이 대중문학이든, 순수문학이든 일본은 각자의 색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능동적으로 책을 선택하고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중 문학’이 거의 죽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 문학’은 피라미드의 상층부처럼 위치해있고, 그것을 향유하는 소수의 독자들을 빼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괜스레 답답한 마음에 한국문학을 특징지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편협한 구조와 그에서 비롯한 다양성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문학을 즐기고, 우리의 문학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의 문학에 대해 떠들면 우리의 색이 보다 선명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너무 철없어 보이는 청사진일까. 히라노 게이치로씨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많이 봐주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하면서 농담처럼 사람들이 많이 보게 하기 위한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단순히 글을 쓰기만 하는 되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들과 소통해야하는 의무를 지닌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히라노 게이치로씨에게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문학의 단상을 묻고 싶었지만, 시간과 상황의 제약으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에 대한 답은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대학의 아시아 문학을 가르치고 계신 노엘 교수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엑상 프로방스 대학 한국학과의 김혜경 선생님의 주선으로 우리는 학과장 노엘 교수님과 만나 한 시간 가량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문학의 특징에 대해 물었고, 내심 그가 한국 문학의 색깔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길 바랐다. 어쩌면 우리가 안에 갇혀 보지 못하는 것을 그가 꼬집어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그는 한국 문학은 그 특징을 왈가왈부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소개 되지도 않았으며, 일본과 중국의 문학에 비해 수 적으로 대단히 열세여서 비교조차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에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그의 대답은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의 위치를 냉정히 직시하게 해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인류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글을 써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세계 문학을 두루 많이 읽어야한다고 당부했다. 그것이 젊은 작가로서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임을 강조했다.
세계 속 우리 문학의 위상을 마주하고 나니 괜스레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지만, 프랑스에서 우리의 문학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두 명의 한국인, 엑상 프로방스 대학 한국학과의 김혜경 교수님과 파리에서 희곡을 번역하고 계신 한유미 선생님을 만나 뵈니, 이렇게 기 죽어 있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경 교수님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고 계셨는데,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한국 문학 독후감 쓰기 대회와 블로그를 통해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사이트 ‘글마당’이 그녀의 주도로 이루어진 최근의 결과물이었다. 여기에 내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소리쳐 우는 아이처럼 이제 막 목청을 가다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일단은 한국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양적으로 많이 알려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다양한 작품들이 번역되어 소개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유미 선생님 역시 이와 같은 목소리를 들려주셨다. 우리는 이제 막 우리의 문학을 알리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이므로 장기적으로 앞을 내다보고 지치지 말아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연신 많이 쓰세요, 꼭 많이 쓰세요, 하고 이야기했다. 그 날 밤, 숙소에 돌아와서도 나는 많이 쓰라는 그녀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았다. 까다롭고 미묘한 우리말을 그에 적확한 불어로 바꾸어 소개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라면, 우리의 역할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또 쓰는 것이라는 것일 테다. 나는 갑작스레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해야 할 몫을 배정 받은 것 같은 느낌에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 문학이 어떤 색깔을 띄고 있는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세계 속의 한국 문학에 대해 고심하며 쓰고, 또 쓰다보면 우리의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막연한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세계 속에서 우리 문학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책임을 막연히 번역가에게만 지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문학이 국경 안에서만 맴돌고 마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의 고유한 색깔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글을 쓰고, 읽는 우리의 나태함 때문은 아닐까.
현재 외국에서 한국학을 수학 중인 학생들은 대게 일본 문학이나 중국 문학을 전공하면서 곁가지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나 아니면, 한국인 애인 때문에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천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외국인들이 한국 문학이 좋아서 한국학을 전공하게 되는 언젠가를 꿈꾸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문학과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문학을 비교해보며 이런 저런 할 얘기들이 넘쳐나서 밤을 지새야하는 그런 날 말이다. 부지런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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