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순정함, 모어의 순정함,시의 순정함 - 윤동주 시인과의 가상 인터뷰
균형과 조화의 삶을 찾아서 - 행복한 의사를 위한 인문학
특집을 기획하며｜우리 시대 문학 상상력의 코드들 ①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소설 속에는 그것이 산다, 그리고… ②무엇이 우리를 웃프게 하는가- 소설 속 우리 시대 아이러니의 대표 형상들 ③‘혼자’만의 자리 ④탈조선의 어떤 감각,‘싫어서’라니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시 「조용한 일」 중 변용
‘대전발 0시 50분’을 오르내리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첫 번째｜일기,그 비밀의 방 두 번째｜알렉시예비치와 김종삼이 기록한 것 세 번째｜글과 리듬 네 번째｜드라이
제24회 대산문학상,한국문학의 풍성한 수확을 향한 출발 제24회 대산문학상｜예 / 심 / 평 2016 대산창작기금｜자유로움과 도발과 섬세함,젊은 작가들과의 조우 2016 대산창작기금｜수혜소감 및 심사평
장맛비가 이어주는 매듭, 님 웨일스와 김산과 이상(李箱)
프리웨이 5번, 워노-원,그리고 캘리포니아 1번 주도(州道)
번역서 리뷰
번역, 즉 하나의 언어를 또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은 원문의 질감을 해석적 견지에서 파악하여 새로운 문화/언어/사회적 맥락 속에서 빚어내야 한다는 벅찬 과제를 안고 있는 작업이다. 발터 벤야민이나 조지 스타이너 등이 설파한 번역 이론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구글번역기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기계적인 의미 전달에 치중한 번역은 원문이 내포한 감성과 생동감, 즉 아펙트(affect: 정동, 情動)를 전달하는 데 실패하기 마련이다. 패트리셔 클라프에 따르면, 아펙트란 “행동하고, 상호적 관계를 맺고, 또 연결을 추구하는 신체 기능의 강화 또는 약화, 내지는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육체적 역량”을 말하는 것으로, “살아있다는 스스로의 느낌 - 즉 활성과 활력”을 말한다(The Affective Turn , 2). 여기서 신체란 꼭 생물의 몸일 필요는 없다. 일상 속의 단순한 대화를 구성하는 단어와 문장조차도 발화자의 말버릇과 말씨, 용어 선택 취향, 그리고 발화상황을 반영하는 일종의 기색을 담고 있을진대, 문학 작품, 그것도 자체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소설의 언어에서는 서사의 흐름을 이어가는 언어의 움직임과 느낌이 유기적 감성을 내포한 일종의 정동적 몸체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번역은 일종의 정동적 공감(affective empathy)의 경험을 창출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일정 수준의 언어적/문화적/맥락적/사회적 변형은 불가피하겠지만, 출발 텍스트가 불러일으키는 감성을 재현해 낼 수만 있다면 번역가는 그 소임을 충실히 다한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방현석의 『랍스터를 먹는 시간(Time to Eat Lobster)』(전승희譯, 머윈아시아 刊)의 영역본은 친절한 번역이라 할 만하다. 역자는 차분한 어조와 부담 없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레지투이의 참전 경험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또는 보 반 러이가 살던 마을 주민을 학살한 한국군의 만행 등, 주인공과독자, 심지어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베트남통”이라 할 작가 자신조차도 몰랐던 상흔들을 더듬어 좇는 과정을 일종의 감성적 방향성으로 본다면, 역자는 이를 다시 영미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원작의 정동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읽히는 구문으로 작품집의 저변에 흐르는 정동성, 즉 후일담 문학 특유의 숨 고르는 듯한 보폭과 고뇌하는 지식인의 자성적 어투를 충실히 재현한다. 주어나 구두점의 생략이 빈번한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때의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문장 내 단어의 재배열 효과를 충실히 활용해, 방현석의 흐르듯 회고하는 문체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어조로 바꾸어 놓았다. 특히, 「랍스터를 먹는 시간」과 「존재의 형식」의 3인칭 화자가 작가자신의 페르소나를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역자가 군데군데 삽입한 쉼표는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이 수행한 역할과 그 여파라는 생소한 맥락을 영미권 독자들이 충분히 음미하며 따라 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존재의 시간」에서 주인공 재우와 함께 대본 번역을 공동 작업하는 레지투이나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북한 유학 당시 배운 한국어로 노사갈등의 배배 꼬인 매듭을 풀어나가는 팜 반 꾹 등,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할 베트남 전쟁의 뼈아픈 기억을 한국어라는 이질적인 언어로 문화적 타자인 한국 독자들에게 풀어놓아야 한다는 중책을 등에 인 이들이 느낄 무게감을 체현한 문체라 하겠다.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레지투이의 참전 경험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 또는 보 반 러이가 살던 마을 주민을 학살한 한국군의 만행등, 주인공과 독자, 심지어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베트남통”이라 할 작가 자신조차도 몰랐던 상흔들을 더듬어 좇는 과정을 일종의 감성적 방향성으로 본다면, 역자는 이를 다시 영미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원작의 정동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같은 설명적 번역이 지니는 태생적 한계 또한 눈에 띈다. 원작에서, 빛 바랜 열정의 흔적 가운데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듯 간헐적으로 피어나는 시적 언어의 분출은 풀지 못할 과거의 매듭과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흔들리며 먼 이국 땅에서 발붙일 곳을 찾는 주인공들의 정동이 배어나는 문체로 승화된다. 아쉽게도, 번역본에는 이러한 용출의 순간이 부재한다는 느낌이다. “존재의 형식”에 등장하는 다음 문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굵은 활자로 강조한 부분에 주목하자. “…그의 표정은 너무나 태연했다. 그 순간 레지투이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전율적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범접할 수 없는 담담함이 깔려 있었고 눈빛에서는 비애를 넘어선 짙은 슬픔이 뿜어져 나왔다. 슬픔과 달관이 빗물에 뒤엉켜 흘러내리며 빚어내는 얼굴의 평화로움은 적멸감을 불러일으켰다”(18쪽). 번역문은 다음과 같다. “…the sense of absolute calmthat Le Chi Thuy radiated… Le Chi Thuy’s face was unapproachably serene. Hiseyes looked sad, but sad beyond simple pity or sympathy. The rain ran down LeChi Thuy’s face together with the profound sense of peacefulness coming from the resigned acceptance of sorrow, and at that moment Chae-u couldn’t help feeling profoundly empty”(129쪽). 나이 들어버린 운동권 지사의 피곤한 어투에서 갑자기 숨막힐 듯 무거우면서도 뜨겁게 약동하는 열정을 담은 문체로 전환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원문에서, 각각의 절은 과함과 중도, 충격/공감과 침착함/거리감, 육체적 질감과 초월적 사색을 한 데 헝클어 안고 가는 반면, 영역본은 이러한 감성적 충돌을 배제한 채 슬픔과 초월, 그리고 허무라는 감성의 일관성을 추구하고 있다.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보 반 러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김부장의 걸진 욕설과 책임의 화살을 타자에게 돌리는 (보 반 러이나 팜 반 꾹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그 자체로 타자적이기 그지 없는) 전용적인 태도를 여과 없는 언어로 전달하는 오부장의 사투리 또한 여타 등장인물들이나 화자의 목소리와 구별할 수 없는 표준적이고도 점잖은, 즉 “진정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 외에도, 「존재의 형식」의 마지막에서 재우가 극적인 심경 변화를 눌러 담은 채 입에 올리는 “명동성당”이라는 한마디의 전환적 역동성이나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팜반 꾹이 자부심과 경멸을 담아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장면 등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저류 등, 정 (情)이 동 (動)으로 변하는, 내지는 정과 동이 서로 충돌하면서도 오롯이 공존하는 순간을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작품집의 두 축을 이루는 「랍스터를 먹는 시간」과 「존재의 형식」은 한결같이 베트남과 한국
사이에서 문화적, 역사적, 그리고 언어적 번역/통역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의 무게를 지고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과정이 한없이 매끄럽기만 할 수는 없다. 일탈과 전환이 용출하는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다. 작품 전반의 방향성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해석적 역할의 효과적 수행이라는 단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개별 작품에 담긴 전환적 순간들이 체현하는 억눌린 에너지와 그 용출의 정동성을 끌어안는 모험을 감수했더라면 영역본 『Time to Eat Lobster』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 영역 『랍스터를 먹는 시간』 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미국 머윈아시아에서 2015년 출간되었다.
해석적 역할과 정동성(情動性)을 끌어안는 모험 사이에서
밴더빌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조교수. 1978년생
| 영역 방현석 소설 『랍스터를 먹는 시간』 |  |
번역, 즉 하나의 언어를 또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은 원문의 질감을 해석적 견지에서 파악하여 새로운 문화/언어/사회적 맥락 속에서 빚어내야 한다는 벅찬 과제를 안고 있는 작업이다. 발터 벤야민이나 조지 스타이너 등이 설파한 번역 이론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구글번역기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기계적인 의미 전달에 치중한 번역은 원문이 내포한 감성과 생동감, 즉 아펙트(affect: 정동, 情動)를 전달하는 데 실패하기 마련이다. 패트리셔 클라프에 따르면, 아펙트란 “행동하고, 상호적 관계를 맺고, 또 연결을 추구하는 신체 기능의 강화 또는 약화, 내지는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육체적 역량”을 말하는 것으로, “살아있다는 스스로의 느낌 - 즉 활성과 활력”을 말한다(The Affective Turn , 2). 여기서 신체란 꼭 생물의 몸일 필요는 없다. 일상 속의 단순한 대화를 구성하는 단어와 문장조차도 발화자의 말버릇과 말씨, 용어 선택 취향, 그리고 발화상황을 반영하는 일종의 기색을 담고 있을진대, 문학 작품, 그것도 자체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소설의 언어에서는 서사의 흐름을 이어가는 언어의 움직임과 느낌이 유기적 감성을 내포한 일종의 정동적 몸체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번역은 일종의 정동적 공감(affective empathy)의 경험을 창출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일정 수준의 언어적/문화적/맥락적/사회적 변형은 불가피하겠지만, 출발 텍스트가 불러일으키는 감성을 재현해 낼 수만 있다면 번역가는 그 소임을 충실히 다한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방현석의 『랍스터를 먹는 시간(Time to Eat Lobster)』(전승희譯, 머윈아시아 刊)의 영역본은 친절한 번역이라 할 만하다. 역자는 차분한 어조와 부담 없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레지투이의 참전 경험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또는 보 반 러이가 살던 마을 주민을 학살한 한국군의 만행 등, 주인공과독자, 심지어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베트남통”이라 할 작가 자신조차도 몰랐던 상흔들을 더듬어 좇는 과정을 일종의 감성적 방향성으로 본다면, 역자는 이를 다시 영미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원작의 정동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읽히는 구문으로 작품집의 저변에 흐르는 정동성, 즉 후일담 문학 특유의 숨 고르는 듯한 보폭과 고뇌하는 지식인의 자성적 어투를 충실히 재현한다. 주어나 구두점의 생략이 빈번한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때의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문장 내 단어의 재배열 효과를 충실히 활용해, 방현석의 흐르듯 회고하는 문체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어조로 바꾸어 놓았다. 특히, 「랍스터를 먹는 시간」과 「존재의 형식」의 3인칭 화자가 작가자신의 페르소나를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역자가 군데군데 삽입한 쉼표는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이 수행한 역할과 그 여파라는 생소한 맥락을 영미권 독자들이 충분히 음미하며 따라 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존재의 시간」에서 주인공 재우와 함께 대본 번역을 공동 작업하는 레지투이나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북한 유학 당시 배운 한국어로 노사갈등의 배배 꼬인 매듭을 풀어나가는 팜 반 꾹 등,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할 베트남 전쟁의 뼈아픈 기억을 한국어라는 이질적인 언어로 문화적 타자인 한국 독자들에게 풀어놓아야 한다는 중책을 등에 인 이들이 느낄 무게감을 체현한 문체라 하겠다.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레지투이의 참전 경험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 또는 보 반 러이가 살던 마을 주민을 학살한 한국군의 만행등, 주인공과 독자, 심지어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베트남통”이라 할 작가 자신조차도 몰랐던 상흔들을 더듬어 좇는 과정을 일종의 감성적 방향성으로 본다면, 역자는 이를 다시 영미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원작의 정동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같은 설명적 번역이 지니는 태생적 한계 또한 눈에 띈다. 원작에서, 빛 바랜 열정의 흔적 가운데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듯 간헐적으로 피어나는 시적 언어의 분출은 풀지 못할 과거의 매듭과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흔들리며 먼 이국 땅에서 발붙일 곳을 찾는 주인공들의 정동이 배어나는 문체로 승화된다. 아쉽게도, 번역본에는 이러한 용출의 순간이 부재한다는 느낌이다. “존재의 형식”에 등장하는 다음 문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굵은 활자로 강조한 부분에 주목하자. “…그의 표정은 너무나 태연했다. 그 순간 레지투이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전율적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범접할 수 없는 담담함이 깔려 있었고 눈빛에서는 비애를 넘어선 짙은 슬픔이 뿜어져 나왔다. 슬픔과 달관이 빗물에 뒤엉켜 흘러내리며 빚어내는 얼굴의 평화로움은 적멸감을 불러일으켰다”(18쪽). 번역문은 다음과 같다. “…the sense of absolute calmthat Le Chi Thuy radiated… Le Chi Thuy’s face was unapproachably serene. Hiseyes looked sad, but sad beyond simple pity or sympathy. The rain ran down LeChi Thuy’s face together with the profound sense of peacefulness coming from the resigned acceptance of sorrow, and at that moment Chae-u couldn’t help feeling profoundly empty”(129쪽). 나이 들어버린 운동권 지사의 피곤한 어투에서 갑자기 숨막힐 듯 무거우면서도 뜨겁게 약동하는 열정을 담은 문체로 전환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원문에서, 각각의 절은 과함과 중도, 충격/공감과 침착함/거리감, 육체적 질감과 초월적 사색을 한 데 헝클어 안고 가는 반면, 영역본은 이러한 감성적 충돌을 배제한 채 슬픔과 초월, 그리고 허무라는 감성의 일관성을 추구하고 있다.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보 반 러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김부장의 걸진 욕설과 책임의 화살을 타자에게 돌리는 (보 반 러이나 팜 반 꾹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그 자체로 타자적이기 그지 없는) 전용적인 태도를 여과 없는 언어로 전달하는 오부장의 사투리 또한 여타 등장인물들이나 화자의 목소리와 구별할 수 없는 표준적이고도 점잖은, 즉 “진정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 외에도, 「존재의 형식」의 마지막에서 재우가 극적인 심경 변화를 눌러 담은 채 입에 올리는 “명동성당”이라는 한마디의 전환적 역동성이나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팜반 꾹이 자부심과 경멸을 담아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장면 등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저류 등, 정 (情)이 동 (動)으로 변하는, 내지는 정과 동이 서로 충돌하면서도 오롯이 공존하는 순간을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작품집의 두 축을 이루는 「랍스터를 먹는 시간」과 「존재의 형식」은 한결같이 베트남과 한국
사이에서 문화적, 역사적, 그리고 언어적 번역/통역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의 무게를 지고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과정이 한없이 매끄럽기만 할 수는 없다. 일탈과 전환이 용출하는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다. 작품 전반의 방향성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해석적 역할의 효과적 수행이라는 단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개별 작품에 담긴 전환적 순간들이 체현하는 억눌린 에너지와 그 용출의 정동성을 끌어안는 모험을 감수했더라면 영역본 『Time to Eat Lobster』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 영역 『랍스터를 먹는 시간』 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미국 머윈아시아에서 2015년 출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