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제12회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4.07.26|조회 : 10126


 

2004년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부문
성명
작품명
비고

시
이근화
<지붕 위의 식사> 등 51편
고려대 국문과 박사과정

이창수
<겨울 물오리들> 등 55편
한국시인협회 간사

장무령
<선사시대 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등 50편
홍익대 국문과 박사과정

소설
손홍규
<사람의 신화> 등 8편
 

안성호
<저 하늘에 떠 있는 사내를 보라> 등 9편
 

희곡
차근호
<조선제왕신위> 등 5편
 

평론
서영인
<리얼리즘의 다층> 등 18편
경북대 인문과학 연구소 연구원

홍용희
<결핍의 신화> 등 24편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

아동
문학
고광근
동시 <버스는 크다> 등 80편
 

유진아
장편동화 <토리 이야기>

서울 길동초교 교사

 

- 이들 수혜자에게는 각 1천만원씩 총 1억원의 지원금이 지급됩니다. 또한 판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도 작가에게 주어지며 작가는 1년 이내 해당 작품을 출판, 발표하게 됩니다.

 

- 선정된 수혜자들에 대한 지원증서 수여식은 오는 8월 19일(목) 하오 3시 교보빌딩 10층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 대산문화재단의 2004년도 대산창작기금은 지난 2월 23일부터 5월 31일까지 3개월여 동안 등단 10년 이하의 신진문인을 대상으로 해당 장르 책 1권 분량의 작품을 접수하였습니다. 접수결과 시 부문 1백92명, 소설 부문 68명, 희곡 부문 14명, 평론 부문 15명, 아동문학 부문 51명 등 총 3백40명이 지원신청을 하였습니다.

 

- 작품성, 작가의 장래성 등에 중점을 두고 심사한 결과 詩 부문에서는 ▲일상이 일상인 채로 난해를 감당하는, 어여쁜 ‘뻔뻔함 혹은 명징성’이 돋보인 이근화 ▲얼핏 풀어진 서정 군데군데 섞여드는 예리한 어둠의 깊이가 호평을 받은 이창수 ▲‘역사 혹은 선사’의 ‘유장함 혹은 엽기’를 켜켜이 받아들이는 생활의 솜씨가 탁월한 장무령의 작품이 선정되었고, 小說 부문에서는 ▲정교하고 깔끔한 문체와 고도의 상징적인 장치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화법을 구사하고 있는 안성호 ▲환상과 비현실의 얼개를 통해 세계와 인간군상의 우울한 풍경들을 신랄하나 애정을 잃지 않는 눈으로 그려내고 있는 손홍규가 선정되었습니다. 戱曲 부문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오늘의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해 간 시도가 감상주의로 떨어질 수 있는 역사극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차근호의 작품이, 評論 부문에서는 ▲중진에서 신인, 중앙에서 지방 문단의 작품들까지를 고루 읽고 성실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논리로 이를 분석한 서영인 ▲유연한 태도와 섬세한 분석력으로 김종삼에서 북한시에 이르는 폭넓은 시들에 접근해 간 홍용희의 평론집이 뽑혔습니다. 兒童文學 부문에서는 ▲주변의 작은 사물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눈길이 동시의 본질에 가서 닿은 듯한 느낌을 준 고광근의 동시집과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진부한 소재를 뛰어난 의인화 기법과 탄탄한 구조를 통해 빛나는 생명력을 보여 주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있는 유진아의 장편동화가 선정되었습니다.

 

- 대산창작기금은 보다 많은 신진작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문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해 9명에서 1명 늘어난 총 10명의 수혜자를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신청자들의 이름을 가리고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문단에 이름이 알려진 인기 작가들이 탈락하는 이변이 전 장르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이는 문단의 전반적인 수준이 고르게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뚜렷한 개성을 지닌 작품을 쓰는 젊은 작가들이 드물다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심사위원>

- 시 부문 : 김정환(시인, 한국문학학교 교장), 문정희(시인), 신대철(시인, 국민대 교수)

- 소설 부문 : 윤후명(소설가), 이경자(소설가), 임철우(소설가, 한신대 교수)

- 희곡 부문 : 오태영(극작가), 한태숙(극작가, 연출가, 극단물리 대표)

- 평론 부문 : 김재홍(평론가, 경희대 교수), 이남호(평론가, 고려대 교수)

- 아동문학 부문 : 김서정(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윤수천(동화작가), 이준관(동시작가)

 

시 심사평

  ‘신예’ 2백 명의 시집 혹은 예비 시집들 중에서 ‘세 권’을 고르는 일은, 고르는 원칙이 무엇이든 간에, 엄숙하고 무서운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흥미진진한 일이다. 그리고, ‘엄숙’과 ‘무서움’과 ‘흥미’를 두루 만족시키는 작품집은 없었다. 실망스럽다고 안 할 수는 없지만, 이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시집 한 권을 이룬 시 작품들이 모두 그럴 수 있다면, 심사위원들의 다양한 취향 혹은 성향을 감안한다면 더군다나, ‘문학사적’ 기적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차선책이 필요하다. 시작의 험로를 죽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뚝심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기량이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그런, 한 1년 동안의 ‘여비’에 값하는 작품들은 많았다. ‘험로의 일상’이 ‘기적’보다 더 뿌듯해 보일 정도로.

  뽑힌 ‘세 권’은 그 중 시의 생애가 (벌써) 매우 단단해 보이는, 길 속에 자갈밭이 분명한 것들이다. 한 권은 일상이 일상인 채로 난해를 감당하는, 어여쁜 ‘뻔뻔함 혹은 명징성’이 좋았고, 가벼움과 진지함의 자유분방한 뒤섞임이 돋보였다(<지붕 위의 식사>). 한 권은 얼핏 풀어진 서정 군데군데 섞여드는 예리한 어둠의 깊이가 좋았고, 서정은 나이 먹을수록(육체의 나이와 관계없이) 참신해진다는 증명이 반가웠고(<겨울 물오리들>), 한 권은 ‘역사 혹은 선사’의 ‘유장함 혹은 엽기’를 켜켜이 받아들이는 생활의 솜씨가 좋았고, 상상력의 차원은 끝이 없다는 확인이 뿌듯했다(<선사 시대 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선에 들지 못한 것들 중 아깝고 미안한 것이 많았다. ‘상’보다는 ‘격려’의 의미가 강하므로 더욱 그렇고, 문인 중 시인의 생계가 가장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모쪼록, 자그마한 전화위복으로, 한 단계 더 질 높은 시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설 심사평



  칠십여 편 가운데서 단 두 작품만을 골라내야 한다는 건 애초부터 힘든 일이었다. 응모자 전원이 이미 일정한 수련 과정을 거쳐 등단 절차를 통과한 분들인 데다가, 양적으로도 각 단행본 한 권 이상씩의 분량이어서 버겁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심사위원 세 분이 무작위로 전체 응모작들을 삼분하여 읽고 각자 세 편씩 골라내기로 했다. 그렇게 일차 걸러진 총 아홉 편을 다시 전원이 돌려가며 읽은 다음, 마지막으로 한 자리에 모여 대상작 두 편을 선정했다.

  이번 심사에 임하는 마음은 아무래도 좀 특별한 데가 있었다.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이라면 우리 소설의 오늘과 내일을 견인할 문단의 ‘젊은 피’이고, 그들의 참신하고 패기 넘치는 탐색의 몸짓들은 우리 소설의 풍부한 자양과 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그들의 열정과 고뇌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고, 또 이 기회를 빌어 우리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장편보다는 주로 중단편을 묶어낸 경우가 많았는데, 역시 예상대로 신인다운 의욕과 열정으로 다양한 소재들을 다채로운 목소리와 화법으로 펼쳐냈다. 그러나 의외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상당수의 작품들이 허술한 문장과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 또 세부 묘사 및 의식과잉의 진술에 과도하게 치우친 나머지 구조의 산만함과 인물 형상화의 미흡함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각각의 소재나 목소리는 일견 다양하고 다채로운 듯 비쳐지는데, 막상 세계와 인간 삶의 문제를 그 총체적 구조와 의미망을 통해 진지하게 탐색하고자 하는 치열함이랄까 철저한 주제 의식을 갖춘 작품들은 많지 않았다. 혹 영화 내지는 영상시대의 압도적인 영향 탓인가. 자신의 삶과 존재의 밑바닥으로부터 혼신의 힘으로 길어 올리려하기보다, 다분히 머리로 스토리를 조립하고 짜맞추어 내는 기교나 재치에 의존하는 경향으로 우리 소설이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일었다.

  최종심에서 거론된 예닐곱 분의 작품들은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작들이었다. 그 중에서 재차 추려진 다섯 분의 작품을 놓고 고심 끝에 나름대로 선별기준을 정했다. 자기만의 확실한 개성, 가능성, 그리고 작품 별로 고른 수준을 유지할 것. 또 가급적 창작기금이라는 취지를 살려 역량과 가능성을 갖춘, 숨어있는 신인 쪽에 점수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안성호 씨의 <저 하늘에 떠 있는 사내를 보라> 와 손홍규 씨의 <사람의 신화>를 이번 대산창작기금 대상자로 선정했다.

  두 분은 각자 뚜렷한 개성과 기본기의 탄탄함, 특히 응모작들이 전반적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안성호 씨는 개성 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깔끔한 문체와 고도의 상징적인 장치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뛰어난 언어 감각과 소설 문법을 확보하고 있는 이 작가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세계를 펼쳐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손홍규 씨의 작품 역시 신인다운 패기와 개성이 넘친다. 무엇보다 신화적 상상력이라 부를만한 이야기의 풍성함이 장점으로, 환상과 비현실의 얼개를 통해 세계와 인간군상의 우울한 풍경들을 신랄하나 애정을 잃지 않는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선정된 두 분에게 축하를 보내며 건투하시기 바란다. 

 

희곡 심사평



  요즘 들어 희곡문학이 양적으로는 풍부해 진 듯싶으나 질적으로 퇴보했다는 자성의 말들이 떠돌고 있다. 때문에 역량 있는 젊은 극작가의 탄생을 목마르게 고대하는 것이 희곡동네의 간절한 소망이며 현실이다. 바로 이런 중요한 시기에 같은 극작가의 한 사람으로써 후배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반가움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름과 얼굴과 경력 등 예비지식 없이 희곡으로만 만날 수 있음은 긴장감까지 안겨주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출품된 70여 편 중에서 위대한 작품을 만나리라는 성급한 바램은 없었다. 그냥 튼튼한 씨앗 몇 알, 더 욕심을 낸다면 보석 같이 반짝이는 작품 몇 개가 눈에 띄기 바라는 심정으로 작품을 읽었다. 그리고 역량 있는 극작가의 탄생을 고대하는 것이 연극계의 간절한 현실이고 보면 어쩔 수 없이 냉정해 질 수밖에 없었음을 밝혀둔다. 

  출품한 작가들은 데뷔 10년차를 바라보는 경력답게, 나름대로 개성과 색깔을 내보이고 있었다. 또한 묵직한 주제를 의욕적으로 담아 낸 희곡과 기발한 상상력 발휘한 작품, 뛰어난 극작술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 등 수작이 몇 편 발견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에서 풍기는 ‘가볍고 얇음’의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볍고 얇음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만 지적하면 관객을 향한 작가의 아부성 웃음이다. 관객과 독자를 웃기지 않으면 망한다는 강박관렴에 사로잡힌 듯, 쓸데없는 웃음의 남발로 작품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곡이 적어도 예술이란 이름으로 승화하려면, 예술이 일반 오락이나 교양강좌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일반 오락은 부담 없이 그냥 웃고 즐기면 끝이고, 교양과목이라면 눈물과 아픔과 분노 없이도 충분하다. 눈물과 아픔 없는 공허한 웃음의 잔치는 신인시절 한두 번의 시행착오로 족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걸러진 작품은 <리프리칸트>와 <물고기 여인> 그리고 <조선제왕신위> 3편이었다.

  공상과학 영화를 연상시키는 <리프리칸트>의 시선은 복제인간이 현실로 다가오는 이 시대에 나름대로 신선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성적(性的) 표현의 남발이 작품의 진지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손을 번식시킬 수 없는 인조인간들의 한계. 바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자기 확인의 몸부림이 성적인 슬픈 몸짓으로 표출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지나친 반복이 오히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잠식 시켜버려 안타까웠다.

  <물고기 여인>은 매우 뛰어난 극 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희곡문학에서 중요시되는 복선과 반전의 묘미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모범답안 같았다. 그러나 그 멋진 그릇(극작술)에 영양가 넘치는 음식을 담아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주제와 메시지가 빈약했다. 작가도 그 점을 의식했는지 뒷부분으로 가며 인간이 갖는 욕망과 비열함에 초점을 맞추려 했지만 감동의 차원까지는 미흡했다.

  <조선제왕신위> 가벼움 일색으로 치닫는 요즘 시류에 묵직한 주제가 일단 시선을 끌었다. 사관(史官)을 등장시켜서 이미 지나간 역사적 사실을 오늘의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해 간 시도가, 자칫 감상주의로 떨어질 수 있는 역사극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거대한 중국을 이웃에 두고 있는 조선의 정체성과 그 한계는 오늘의 한반도와 강대국 미국과의 관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바로 그 한반도가 갖는 딜레마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접근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 단 하나 주문이 있다면, 좀더 극적인 구성에 생략의 묘미를 살렸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이상 3편 중에 심사위원 합의로 <조선제왕신위>를 뽑기로 했다.

 

평론 심사평





  2004년 대산창작기금 평론부문에 총 15명의 신진 평론가가 지원 신청하였다. 거의 대부분의 지원자가, 이미 상당한 평론 활동을 했고, 축적된 평론 원고가 책 한 권의 분량이 넘었다. 현재 우리 문단에서 가장 왕성한 평론활동을 하는 젊은 평론가들이 거의 지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만큼 지원자들의 평론의 수준도 만만치 않았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모든 지원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명만을 선별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문학비평은 크게 이론비평과 실제비평으로 나누어 생각될 수 있다. 이론비평은 메타적 성격이 강한 비평으로, 문학의 사회적 기능, 본질, 이론, 문학의 방향 등등에 관해서 사유를 펼친다. 이에 비해 실제비평은 문학작품의 의미나 가치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작업이다. 물론 이론비평과 실제비평은 상호보완적이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지만, 두 영역에서 두루 재능을 발휘하는 평론가는 흔치 않다. 대개의 평론가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인데, 이론비평을 주로 하는 평론가들의 위험부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론비평은 제대로 된 안목과 깊이를 얻지 못하면 문학과 상관없는 공론이 되거나 문학을 억압하는 폭력이 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응모된 원고들에서도 이런 면이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 그래서 최근 생산된 문학작품들에 대한 충실한 실제비평을 보여주는 원고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감을 보여주었다.

  원고 심사는 지원자의 인적 사항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최종 선발자 두 명을 확정한 이후에,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원고의 수준들은 모두 상당했고 또 그들 사이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종 선발자 두 명을 추리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특별히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충실한 시 비평과 소설 비평이 한 명씩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렇게 결정되었다.

  홍용희 씨는 시 평론에 주력한다. 우선 우리 시대 시인들을 폭넓게 다룬다. 김종삼 김지하 정현종에서부터 이대흠 고두현 그리고 북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 읽기의 범위는 넓다. 그런 만큼 그가 지니고 있는 주제와 관점도 다양하다.  그는 유연한 태도와 섬세한 분석력으로 시 속의 길을 열어간다. 때때로 시가 논리에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를 시답게 읽어 내는데 성공한다. 앞으로 홍용희 씨의 시 비평이, 겉으로는 시와 시인에 대한 충실한 후원자 노릇을 하지만 속으로는 시의 진정한 가치와 기준을 세우는 일을 하는 그런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밝은 눈으로 좋은 시를 잘 가려서 세상에 그 의미를 환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영인 씨는 소설 평론에 주력한다. 그는 이미 황석영 소설에서부터 천운영 소설에 이르기까지 또 지방 문학에 이르기까지 비평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논리를 구축하였다. 그 논리는 문학작품을 홀대하지도 않고, 삶의 주름진 굴곡과 모순들을 외면하지도 않고, 시대와 문화의 감각에 둔감하지도 않다. 그리고 발표되는 작품들을 성실하게 따라 읽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균형감각도 눈에 띈다. 그의 비평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충실하다. 우리 시대의 소설이 서 있는 자리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잘 보여주는 비평가가 되기를 바란다.

  시인이나 소설가뿐만 아니라 평론가도 끊임없는 자기 갱신이 필요하다. 유연성과 성실성이 자기 갱신의 조건이다. 자신의 비평적 기준과 논리가 달라짐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홍용희 씨와 서영인 씨의 평론이 크기 깊은 세계를 이루어가기를 기원한다.

 

아동문학 심사평

  2004년 대산창작기금 아동문학 부문에서 동화 <토리 이야기>와 동시 <버스는 크다> 외 79편을 각각 당선작으로 흔쾌히 선정했다. 51명의 지원자 중 위 두 작품의 작가를 당선자로로 선정하는 데에는 아무 어려움도, 문제점도 없었다. 세 심사위원 모두 그 두 작품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이다.

  도토리 한 알이 신갈나무로 자랐다가 숯이 되어 하얀 재로 사그라질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토리 이야기>는 놀라운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자칫하면 진부해지기 쉬운 소재를 뛰어난 의인화 기법과 매끄러우면서 속도감 있는 문장, 탄탄한 구조를 통해 빛나는 생명력을 보여 주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있다. 나무의 일생을 다루면서도 뻔한 자연과학 지식이나 생명 존중, 자연 보호메시지 전달용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 자신을 온전히 내주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예찬을 그윽하게 드러내는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한 솜씨가 돋보인다. 최근 한국 창작동화 중 이만한 철학과 언어감각을 갖춘 작품도 드물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혜성 같은 이 신인이 앞으로 우리 동화계를 얼마나 자극하고 풍성하게 해 줄지, 자못 기대가 크다.

  동시집 <버스는 크다>도 수많은 동시 투고작들 중 단연 돋보였다. “내 키 만한 거울을 / 든든하게 잡고 있”는 녹슨 작은 못에서부터 “온 몸 비틀리는 아픔”을 기꺼이 견디는 젖은 걸레까지, 주변 구석구석의 작은 사물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눈길이 동시의 본질에 가서 닿은 듯하다는 것이 공통된 심사평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말을 다루는 솜씨, 독창적인 비유도 동시를 읽는 흥겨움을 알게 해 준다. 침체된 동시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을 이 작가에게 주문해도 될 듯하다.

  두 분의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 꾸준히 힘있는 작품을 내 주실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