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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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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편집자 주)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 네거리 교보생명 본사를 비롯해 전국의 교보생명 사옥에는 시민들로 하여금 마음의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는 문구가 계절마다 게시되고 있다. 1991년 첫선을 보인 광화문글판의 문안 선정은 인터넷을 통한 일반인 응모와 재단과 교보생명이 운영하는 ‘광화문글판 선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다. 『대산문화』에서는 문안의 의미와 선정 과정을 요약해 수록하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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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의 중심 광화문을 대표하는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은 광화문글판은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선정과정도 갈수록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고 있다. 3월에서 5월까지 2006년 봄을 장식할 글판을 선정하기 위해 2월 13일 열린 회의에서도 후보문안의 숨은 의미와 매력에서부터 글판을 주로 주의깊게 보는 사람들은 어떤 계층과 연령대인지, 글판은 교훈적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정서적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논의들이 쏟아져 그 과정이 내로라 하는 문학상 심사를 방불케 했다.
회의에 올라온 후보문안 역시 여느 때보다 많은 31편이었는데 선정위원(최동호 고려대 교수, 정호승 시인, 김광일 조선일보 문화부장, 소설가 공선옥, 김대영 재단 상임이사, 윤상철 교보생명 고문, 조창현 교보생명 브랜드관리팀 부장)들은 두 차례의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문안 2편을 추려냈다.
“해마다 봄이 오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부분)
“꽃피는 날은 짧지만 / 꽃진 뒤의 날들은 오래도록 푸르고 깊어요” (도종환 「초록 꽃나무」 부분 변용)
첫 번째 문안은 쉬우면서도 되풀이 읽을수록 맛이 살아나며 특히 ‘봄’과 ‘부지런’이라는 시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두 번째 문안은 짧은 봄과 긴 여름, 꽃이 필 때의 화려함과 꽃이 지고 난 후의 푸르름이 빚어내는 선명한 의미의 대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두 문안을 놓고 선정위원들은 난상토론을 벌였는데 교훈적인 느낌이 두드러진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빛을 잃어가는 ‘근면’이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첫 번째 문안이 결국 낙점을 받았다. 봄은 자칫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기 쉬운 계절인데 만물을 소생시키는 부지런한 봄처럼 이 글판을 보는 사람들이 춘곤을 이겨내고 활력을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
* 정리 : 박현준(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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