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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등단작은 8편이나 된다(<현대시사상>, 1993. 겨울). 보통 ‘「무거움」 외 7편’으로 표현된다. 「무거움」 외 「갈릴레오」 연작시 4편, 「야간비행」, 「오래된 파우스트 속에 떨어져 있는 땟국물을 보고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욕하는 者들」 등이다.
「갈릴레오」 연작들은 브레히트의 드라마 「갈릴레이의 생애」에 자극 받아 쓰여졌다. 나의 석사 학위 논문 제목은 ‘브레히트의 드라마 「갈릴레이의 생애」에 나타난 자연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문제’였다. 브레히트는 갈릴레이를 ‘자연과학(자)의 원죄’로 파악하였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철회하지 않았더라면 의학에서의 ‘히포크라테스 선서’같은 자연과학(자)의 헌장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하였다. 자연과학을 오로지 인류의 복리증진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헌장! 히로시마, 나가사키들에 떨어진 원자폭탄들도 갈릴레이의 경우에서 이미 예고된 것들이었다. 자연과학자들이 정치가, 자본가, 군인들에게 굴복했기 때문이었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정에서 가톨릭 추기경들에게 굴복한 것처럼. 추기경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갈릴레이의 주장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다. 가톨릭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가톨릭에 기반한 봉건사회가 무너질 판이었다.
비오는 날 안경을 닦는다.
불빛이 더욱 낮게 흔들리고
어두워진 골목에서
무심히 뜬 사물을 본다.
다시 젖는 잎사귀들.
살아 움직이는 이끼처럼
안경을 닦는다.
닦다가
망원경을 사서 로마의 추기경에게
권해 본다.
비 오는 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아요.
- 「갈릴레오 D」 전문
본인이 등단작으로 자주 거론했던 것은 「무거움」이었다. 「무거움」에는 많은 인명들이 나온다. 김춘수, 쿤데라, 트라클, 호킹, 소크라테스, 예수 등이 등장한다.
눈은 가볍지만은 않다.
이것은 김춘수의 말이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서는 밀란 쿤데라가 기록했다.
나는 김춘수의 말에 장단을 맞추기로 한다.
왜냐하면
눈은 혼신의 힘으로 떨어져서 사라진다 마치 트라클처럼이기 때문이다.
눈을 붙잡는 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눈은 사과처럼 무겁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눈 속은 더 무겁다.
눈을 구성하는 힘은 여자를 따라다니는 남자보다 더 기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양성자를 묶어두는 힘 전자를 묶어두는 힘
별과 별을 묶어두는 힘
스티븐 호킹
일백오십억 년 전
끊임없이 채근대는 소크라테스
예수
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 나와보라고 하시오.
내가 걷는 모습
내가 말하는 것
나는 被寫體로서 이 세상을 무겁게 돌아다닌다.
천천히 사라져간다.
- 「무거움」 전문
문제는 “트라클”이었다. 원래는 ‘박정만’으로 되어 있었다. 당선 통보를 받고 며칠 후 심사위원이었던 이승훈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승훈 선생님은 ‘박정만’을 고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였다. 죽은지도 얼마 안되었고 ‘문학사’에서 더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동의하였다. 박정만을 독일의 비운의 시인 트라클로 고쳤다. 하나 부연하면 시 맨 끝에 박정만의 「종시」에 나오는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가 있었는데 ‘박정만이 없어짐으로 해서’ 같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이다. 박정만은 나중에 나의 첫 시집 『화장실에 욕하는 자들』에서 부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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