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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깊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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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팔일편, 증자는 병이 위중해지자 제자들을 불러 부모로 받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소중히 다루었는지 그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하여, 깊은 못에 임한 듯(如臨深淵) 엷은 얼음을 밟는 듯(如履薄氷) 행동하라는 『시경』의 비유를 제자들에게 알려준다. 깊은 못과 엷은 얼음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나타낸 비유로서, 물만큼 깊이의 비유를 드러내기에 적합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물의 비유를 누구나 소망하는 행복에도 들 수 있을까. 물의 속성을 지닌 못이나 얼음을 통해 두려움의 깊이를 만들어낸 것처럼, 물을 통해 행복의 깊이를 나타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행복을 물에 비유할 때, 우리들은 두려움과는 반대로 그 속에 푹 빠져 자신의 원하는 것 모두를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떠올릴 것이다.
푹 빠지고 싶은 행복의 깊이를 물에 비유했는데, 심리현상인 행복이라는 정서(emotion)를 남들과 비교할 수 있는 유형의 것으로 비유한다면 그것의 깊이는 어떠할까.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복의 깊이는 각자의 주관적인 잣대에 따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는 무릎 높이만큼, 다른 누구는 온 몸 가득, 또 다른 누구는 발바닥에 닿을 정도로 행복의 깊이를 경험한다.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이처럼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깊이는 너무나도 다른 게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이러한 행복을 우리는 말을 통해 어떻게 붙잡아두었을까. 국어사전에서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로 행복을 정의한다(표준국어대사전). 이 정의에서 행복의 깊이를 잴 수 있는 도구를 발견하고 싶지만 오히려 행복을 이루는 만족과 기쁨이 무엇을 통해 느낄 수 있는지, 행복의 원인이 더욱 궁금해질 뿐이다. 행복과 같은 정서를 깊이 연구하는 심리학자 라자러스에 따르면 목표 실현을 향해 합당한 전진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 정의는 사전의 지시적인 정의보다는 행복의 원인이라는 비밀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갈증은 여전하다. 이 주장을 수용한다면, 우리는 목표라는 이름 아래 속한 것들을 성취할 때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서 행복에 대한 정의를 공격하거나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자신의 힘으로 그 어떤 목표도 성취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욥은 불행과 고난의 대명사와 같은 인물이다. 동방의 으뜸가는 부자 욥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모든 일을 신중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탄과 하나님은 그를 시험하기로 하고, 먼저 재산과 자녀를 빼앗았다. 그래도 욥이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자, 사탄과 하나님은 그를 악성 피부병에 걸리게 한다. 이러한 불행 속에서도 욥은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지만, 그를 위로하기 위해 온 세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하기 시작한다. 더구나 욥은 그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토로하면서, 그를 위로하려는 친구들을 하나하나 설파시키는데, 친구들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욥의 고난을 해결하고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욥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직접 설복당하고 만다. 무엇보다 그가 겪는 불행과 고난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오직 영원 전과 영원 후에도 존재하는 완전한 하나님에 의해서 설명할 수 있는 불행과 고난이었기 때문이다.
행복의 깊이와 같은 심리현상은 결국 우리 마음의 문제라는 걸, 내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 세상에서 지식을 수련하고 경험을 축적한 여러분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욥의 경우처럼 이 마음마저 기댈 곳이 없을 때, 내가 느끼는 그 마음이 자취도 없이 저 멀리 사라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이 불행과 고난을 견딜 수 있을까?(만약 알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의 지혜를 구하고 싶다.)
행복의 깊이를 재기는커녕 나의 불행과 남의 불행을 매번 비교하여 근심하면서, 헛된 즐거움과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을 사로잡는 고삐를 내 스스로 번번이 놓치면서, 내 마음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나는 이렇게 한 구절을 붙잡으며 오늘 하루도 간신히 보낸다.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시편 37편 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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