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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농경생활의 전통을 갖고 있는 한국인의 ‘땅’에 대한 집착은 논리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집값의 논리적 근거로 종종 제시될 정도로 엄청나다. 땅을 빼앗으려는 자들의 탐욕과 땅을 지키려는 자들의 저항은 자고로 이 땅에서 일어난 다툼의 중심축이었으며 인간사의 갈등을 다루기 마련인 우리 소설 역시 이런 대립의 양상을 주요 소재로 다뤄왔다.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흔히 박경리의 『토지』가 거론되곤 하는데 『토지』에 앞서 만주 일대를 작품 공간으로 끌어들여 민초들의 땅에 대한 애착을 본격적으로 다룬 걸작이 안수길의 『북간도』이다.
『북간도』는 자신들을 거둬줄 한 뼘 땅을 얻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가 황무지를 개척하는 이한복 일가의 4대에 걸친 고투를 그린 5부작 장편소설이다. 1959년 4월 제1부가 『사상계』에 처음 발표된 이래 1967년 5부가 완결, 삼중당에서 간행되었다. 소설은 조선 농민들의 수난과 끈질긴 생명력을 방대한 스케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한국 현대문학에서 이산(diaspora)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고 당시 함경 이북 지방의 방언과 생활풍습 등을 그대로 옮기고 있어 역사적 기록물로서도 큰 가치를 인정받는 등 현대 소설사의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에서 제목이자 무대이기도 한 ‘북간도’는 단순한 배경 이상의 핵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간도는 우리 고대 민족국가의 근거지였던 동시에 청나라의 발상지로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곳이었다. 여기에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 침탈 야욕이 가장 먼저 구체화된 곳이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김우창 교수는 이 소설에서의 간도가 “철저하게 정치적이고 여기서 정치는, 淸日을 양극으로 하고 이 틈바귀에 조선이 끼어드는 동북아의 국제정치를 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수길은 1911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간도중앙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를 중퇴하였다. 1936년 간도일보에 입사한 이후 해방 때까지 간도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했는데 이때의 체험이 소설 창작의 바탕이 되었다. 해방 후 월남해서 경향신문 문화부 차장 등을 거친 뒤 6.25 후에는 서라벌예대와 이화여대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그의 소설은 사촌동생이기도 한 안인길 중앙대 독문과 명예교수에 의해서 활발히 유럽에 소개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단편집 『어떤 연애』가 독일 최고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 신문은 안수길의 대표단편 「제3인간형」을 두고 “분단된 민족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자세히 읽어야 할 소설”이라고 평했다. 안인길 교수는 올해 재단의 번역지원을 받아 장편 『통로』를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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